눈새 미래의 고전 62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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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녹으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우리 눈나라 사람들에게 죽음은 시간이 흐른다는 뜻일 뿐이니까.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고 영영 눈낲라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는 내가 울면 눈심장이 녹는다고 하셨지만 죽는다고는 하시지 않았다. 다만, 눈심장이 녹으며 눈나라에 돌아올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아, 나는 눈나라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 돌아가야만 한다. 눈나라로 돌아가려면 어떤 경우에도 울지 말아야 한다. (-36-)


"널 보고 있으니까 고향이 생각나. 고향에 살 땐 그런 대로 좋았어. 우리한테도 꿈이 있었거든, 아버지는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나를 여학교에 보내 주겠다고 하셨고, 경호를 도시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 그게 아버지의 꿈이었으니까." (-88-)


"형, 내가 4차원에서 왔다는 증거가 있어요. 4차원에서 우리는 시간이거든요. 시계를 안 봐도 시간을 알아요. 지금 시간은 10시 39분 20초예요." 
형은 책상 위에 풀어 놓은 시계를 집어 들여다보았다. 형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을 때 형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119-)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 사람은 빨아들일 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눈에 아까와 같은 환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나는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그 사람 눈에 어린 빛 때문에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말을 하면 눈나라의 등불 같은 그 빛이 스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165-)


"꿈이란 원래 그런 거란다. 꿈을 꿀 때는 진짜처럼 생생하지만 깨도 나면 그게 진짜가 아니란 걸 알게 돼."
아저씨는 내가 꿈을 꾼 것이 틀림없다고 거듭말했다. 사흘전 해질 무렵에 바닷가에서 울다가 정신을 잃은 뒤 나는 깊은 밤에 바진 거라고 했다.그동안 줄곧 내 곁에서 간호했기 때문에 내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아저씨가 더 잘 안다고 했다. 
"네가 사흘동안이나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또다시 너를 잃어버리는 줄 알고...."
아저씨의 깊은 눈 속에 물기가 비쳤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방을 둘러보았다. (-205-)


동화 한 편이 훅 나에게 다가왔다. 40년간의 시간의 차이, 그 시간의 간극을 느끼지 못할 만큼 현대적인 동화로, 나의 삶에 훅 파고 들어오게 되었다. 이 동화집은 4차원 세계, 눈나라에 살고 있는 열두살 왕자 눈새이다. 이 동화에서 눈새에게 눈나라는 걱정도 없고, 근심도 없고, 슬픔이나 아픔이 없는 그런 곳이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정인 나라가 눈새가 사는 눈나라이며, 눈새는 그 공간을 벗어나 지구로 가고 싶어한다.


눈나라에서 , 지구로 가게 되면, 눈새는 치명적인 약점에 노출될 수 있다. 지구라는 곳에서 눈물을 흘려서 심장이 녹게 되면, 다시는 눈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심장이 녹으면, 죽지는 않지만 ,눈나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즉 눈새 스스로 호기심에 의해 선택한 지구에서의 삶, 4차원에서, 3차원으로 차원의 이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살아가고, 삶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것은 완벽한 눈나라가 아닌 불완전한 지구의 삶이다. 즉 눈나라에는 공감과 이해가 없는 차갑고 완벽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눈새에게 지극히 안전한 곳이며,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눈새는 지구로 떠나게 된다. 3차원의 세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4차원 세게에서 왔다는 걸 그들에게 어필해야 했다.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이질적이지만, 눈새는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 존중이 나타나고 있으며, 슬픔과 심장이 녹아내리는 삶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즉 자신의 삶이 불완전한 삶에서 ,완전한 삶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제 멈추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깨닫게 해 주는 삶의 성찰을 느끼게 해주는 동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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