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김정호 지음, 안지예 그림 / Mid(엠아이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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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에는 김서방을 포함한 총 11마리의 붉은 여우가 살고 있다. 대부분 내실로만 이루어진 여우사에서 살고 있었지만 2020년 현재 , 여우들이 뛰놀수 있는 넓은 방사장이 지어지고 있다. 야생이 아닌 동물원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여우들이 발톱을 갈아볼 나무를 심었고, 사람들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구조물도 만들었다. (-25-)


동물원에 오는 꼬마 친구들이 자주하는 질문이 있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밤에 동물원 숙직을 서다 보면 전화기 너머 술 한잔에 얼근해진 목소리로 어른들이 꼬마들과 같은 질문을 한다. 친구와 2차 내기를 했는데 물어볼 곳이 동물원밖에 없다면서 늦은 밤 걸려온 전화다. (-69-)


호붐이와 호선이는 남매지만 성체가 되고부터는 각자 홀로 지냈었다.야생에서 호랑이는 단독으로 사는 동물이기도 하고 혹시 모를 근친번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그동안 떨어져 지내게 했다. 호붐이의 중성화 수술 이후 넓게 확장한 방사장을 두 호랑이가 공유하기 위해 합사를 진행했다. 20일 동안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체취와 모습을 익혔다. (-83-)


갯바위와 방파제 테트라포드에 감겨 있는 낚싯줄과 바늘은 잘 빠지지 않아 일부를 남기고 끊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물고기를 먹다가 낚시바늘을 같이 삼킨 야생조류들이 구조된다. 새들이 삼키는 쓰레기 중에는 물고기를 양식할 때 쓰는 공처럼 생긴 어구가 많이 있었다. 동물들이 가지고 놀 만큼 튼튼한 이 어구를 타고 온 화물차에 가득 실었다. 심심한 동물들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줄 생각에 직원들이 얼굴이 신나 보였다. (-123-)


얼마 전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휴장 중인 동물원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에게 여쭈어 보니 동물원이 닫았다고 해도 아이가 포기하지 않아 직접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정문 근무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물그림 마스크를 쓴 아이와 부모를 카트에 태우고 동물원을 한 바퀴 돌았다. 카트에 태운 직원으로서 관람객을 배려하면 분명 관람객도 동물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185-)


코로나로 인해 동물원 관람객이 줄어들었고, 상황에 따라 , 사람을 들이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과 의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돌아본다면, 우리는 동물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동물원을 찾는 것은 나와 다른 생명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즉 만져보고,느껴보고, 보고 싶은 그 아이들의 동심이 동물원으로 마음을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의 감성을 어른의 이성으로 짖밟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즉 호기심을 중요하게 생가하는 아이들과 안전을 더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은 번번히 충돌한다. 한편 동물원이 위로가 되고, 아이들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교육적인 효과가 분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가까운 수목원에 가면, 술에서 힐링을 느끼고,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백두대간을 호령했던 후랑이 복원 사업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정착하게 되었고,1급 멸종동물 야생산양이 소백산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걸 볼 때, 동물에 대한 인식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야생그대로의 동물은 배가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춘다. 그리고 태연자약하고 게으른 모습이 나타났다.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잠을 청하거나, 씨앗을 뿌리거나, 어슬렁어슬렁 먹이를 받아먹는게 대부분이다.인간은 그런 호랑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먼 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단골처럼 사자가 더 센지, 호랑이가 더 센지 물어보고,내기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동물원 사육사들의 삶과 일상에서 ,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직업으로서 사육사가 바라본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나를 아끼고 동물을 아끼는 것, 충북대학교 수의사 김정호 수의사와 동물을 사랑하는 안지옌임의 시선으로 동물은 어떻게 사랑받아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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