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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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동네는 고통스럽지만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살아요. 여기를 거쳐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종착역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여기는 여기만의 법이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가지지 못했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를 굴리고 계산하면서 누군가를 속이지 못해요."

-동자동 쪽방촌 주민 구술 인터뷰 (-14-)


이 사태의 전말을 통해, 추방의 고리를 끊고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및 거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공공쪽방'을 검토해 봐야 한다. 동자동 9-20 사태에서 쪽방 건물은 세입자들의 투쟁을 통해 끝내 용도변경이 되지 않은 채 리모델링 후 보전되었다. (-67-)


이렇듯 인간이 보유한 기존의 다양한 관계들이 붕괴된 상태에서 단신 가구를 유지하는 쪽방촌 주민에게 내부 이웃과의 접촉은 중요한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이웃이야말로 주민들이 외로워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의존할 사람의 부재 상태에서 주민들은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 공간적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그것은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노숙할 때에 비하면 훨씬 안정감 있는 삶이다. (-99-)


이에 따라 조밀한 관계성이 개입되고 있는 쪽방촌은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공유되는 공간이 된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물리적 낙후 공간이기 때문에 사라져야 하는 문젯거리로서의 입지를 탈피한다. 주민들로부터 '편리하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아파트보다 낫다' 쪽방촌은 차별이 없고 인정이 넘치는 관계망','마음속 깊이 정든 고향','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술되기까지 한다.이들 텍스트에서 쪽방촌은 떠나려 해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140-)


이처럼 극도로 비참한 어휘들은 거듭 사용함으로써 뚜렷하게 드러나는 쪽방촌의 절망은 계급화된 공간의 문제가 현실에서 부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고발한다. 주민들이 겪는 우울과 괴로운ㅁ의 생생한 전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소위 '일상생활의 끔찍함'이라는 긴장 상태를 보여줌으로써다. (-201-)


쪽방촌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복잡한'동네다. 각 공간(쪽방,족방촌)을 보는 시선과 사람(빈민)에 대한 시선이 서로 구분되는 한편, '상황속의 인간' 을 전제로 하는 사회복지학에서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주거 환경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가난한 삶 자체는 부당한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며 동시에 그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서의 '빈민'의 존재 자체는 설령 긍정하더라도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매우 힘은 폭력적 공간인 1평 남짓의 '쪽방'을 긍정하기는느 힘들다. (-259-)


쪽방촌, 쪽방, 그리고 그들만의 공간인 쪽방 공동체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하나 하나 해체되고 있다.그들은 쪽방촌에 사는 이들의 가난을 해결한다는 명분과 불법, 경제적 해결 방안을 풀어나간다는 취지 하에, 쪽방촌을 제거하고,그 곳에 새로운 건물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거주권, 생존구너이 파괴되고 있으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책인의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 1평 남짓 좁은 공간에 살아가는 그들은 그들만의 법이 있고, 도시 빈민의 표상이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였다.그러나 그들을 내쫒는 주체인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거나 고려하지 않는다.나에 대한 생각,나를 위한 조건,더 나아가 쪽방촌에 사는 이들을 주택공사의 영구임대주택으로 이동시켜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선택권을 강요하고 있다.그들에게 가난,빈민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삶과 관계, 더나아가 의지하고 보듬어 안을 수 없는 상황이,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며, 도시빈민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가난하되, 자존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정이 있고, 존재가 있고,사람과 장소가 함께 하는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법칙과 기준을 해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삶의 리모델링,장소와 관계의 리모델링이 하나의 그들이 요구하는 대안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동안 하나의 목적,경제적 이해관계와 타산에 의한 결정이 그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들이 거쳐할 수 있는 마음적 양식조차 솝멸시키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현실은 어떤 파괴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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