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러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25-)


"그냥" 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 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34-)


"사실 제 남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어요. 최근에 각막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오늘 퇴원하는 길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풍경이 , 풀 한포기가 , 햇살 한 줌이 남편에겐 경이로움 그 자체일겁니다. (-63-)


솔직히 말해,'솔직하기' 참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남'을 속이면 기껏해야 벌을 받지만 '나'를 속이면 더 어둡고 무거운 형벌을 당하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형벌을....(-94-)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촐한 문장 한 줄이 상철르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115-)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세요.
이곳을 청소해주시는 분들.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118-)


한글은 아름답다
그리고 섬세하다.

단, 섬세한 것은 대게 예민하다. (-151-)


기다림은 무엇인가.
어쩌면 기다림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162-)


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만 지옥일 리 없다.희망이 없는 곳,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곳, 그곳이 진짜 지옥이다. (-173-)


"세월이 흐른 뒤 어렴풋하게 깨달았어요. 아니 겨우 짐작합니다. 길을 잃어봐야 자신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그리고 진짜 길을 잃은 것과 길을 잊은 것은 자를 수도 있다는 것을.. (-189-)


"참 ,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나오면서 중요한 결심을 했다네."
"어떤 결심을요?"
" 응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 같은 건 잊지 말자고. 휴..."
"아...."

어르신은 말을 흐렸다. 나도 말을 흐렸다. (-197-)


아들을 억지로 끌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눈치 빠른 이라면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머지않아 어머니라는 존재 없이 혼자 바깥 생활을 해야 하는 아들에게, 어떻게든 두 발로 서서 삶을 헤쳐가게끔 걷기 연습을 시킨 것이다. 
이는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위해 어르신이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그리고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나. (-215-)


난 바둑 용어를 잘 모르지만 바둑판에 돌을 내려놓던 순간 뜨거워지던 이세돌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 눈빛에서 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함, 패배에서 승리의 요인을 찾겠다는 열의 熱意를 보았다. 내가 만약 취재기자였다면 조금 다르게 기사를 작성했을 것 같다.
"이 구단은 오늘 아주 둥요한 삶의 이치를 증명했습니다. 지는 법을 알아야 , 이기는 법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대국 현장에서, 이기주 기자였습니다." (-222-)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와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232-)


단순히 일행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장애물을 허물고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즉 '여행을 이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273-)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었던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 이기주, 170만부 이상 팔린 책,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일상적인 삶 속에 놓치고 있었던 것들, 마치 당연히 내것처럼 소유하고 있었던 것들이 내 것이 아니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말과 글, 언어, 그리고 사람들,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들, 공기와 물,건강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 당연한 것이 없어짐으로서 ,후회와 절망,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있으면 불편하고, 없으면 아쉬운 것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차츰 이기적인 삶, 공식과 정답에 집착하는 삶을 살아아고 있었다. 저자는 그런 우리의 삶을 관찰하고 있으며, 선입견, 편견을 잠시 내려놓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성찰과 지혜, 겸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항상 내 가까운 곳에 숨쉬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누군가 이상한 행동, 이상한 말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있다. 이해와 공감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갈 때가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 그리고 그 사람에게 따스한 온도를 느끼도록 하는 것, 보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그대로 느끼는 것, 그것에서 출발하며, 나에겐 부분이지만, 타인에겐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한 번 더 기다랴 주고, 한 번 더 견뎌 주고, 조금더 배려하고, 조금더 내려놓게 되고, 조금더 이해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