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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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우는 전형적인 바람둥이였다.짧은 금발에 짙게 태닝한 황갈색 피부, 파란눈동자까지 갖춘 미남이었지만 여자 가슴만 쳐다보는 인간이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몸매에 섬세하고 앳된 얼굴을 지닌 금발 여자였다. 첫인상은 별로 특별하지 않지만, 볼수록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29-)


지금 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검은 눈빛은 한결같이 나를 주시했다. 마시모는 숨을 무겁게 몰아쉬며 탐욕스럽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여자는 일을 아주 잘했다. 그야말로 프로였다. 이따금 마시모가 이탈리아어로 무어라 지시를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여자는 대답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신음을 뱉었다. (-159-)


감았던 눈을 뜨자, 시야에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한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는 호텔 최상층의 테라스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리도의 섬들이 한눈에 보였다. 깜빡이는 불빛들이 베니스의 밤을 비추었고, 해변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은은하게 빛냈다. (-245-)


마시모가 이렇게 위압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난 항상 흥분한다. 허락 따위는 구하지 않고 뭘 할지 통보하는 이 태도가 좋다. 그리고 이 남자를 놀리는 것도 너무 좋고 말이지. 
난 좌석에 편안히 앉으며 대꾸했다.
"목적지까지 640킬로미터나 되는데요. 정말 30킬로미터마다 빼먹지 않고 할 수 있겠어요." (-345-)


"무슨 소리야? 라우라, 넌 엄청난 부자랑 살고 있잖아.너도 마시모도 서로 사랑하고! 넌 그 남자가 원하는 걸 모두 주고 있어. 게다가 필요로 하는 건 돈이 아니야.네가 그 남자만큼 부자일 필요는 없어.그리고 그쪽에서 너한테 이런 걸 다 사주고 싶다는데, 뭐가 문제야? 사고방식을 바꿔봐!"(-443-)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있다.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관능적인 스토리, 그 안에서 사랑의 실체, 심리묘사까지 극렬하게 느껴지는 소설로서, 베스트셀러로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 소설의 성공으로 인하여, 독자들은 또다른 형태의 소설에 대하여 관심가지게 되며, 블란카 리핀스카의 <365일>은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돈 마시모와 그의 손과 발에 놀아나는 여자 주인공 라우라 비엘이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여자의 심리와 남자 주인공의 심리의 비교와 묘사이다. 라우라는 수동적이면서, 사랑에 있어서는 적극적이다. 반면 돈 마시모는 라우라의 이상향, 남자 주인공으로 매력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라우라가 돈 마시모에게 끌렸던 이유는 마피아의 보스로서,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그의 권위에 있다.


소설 <365일>은 돈마시모가 설정해 놓은 365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다.그 시간 안에서 라우라는 돈 마시모에게 사라을 주는 매개체이며, 그 안에서 라우라의 질투심 유발, 성에 대한 적극적인 행위 유도, 성욕 추구, 그 안에서 야릇하고 오묘한 형태의 사랑의 본질을 언급하고 있다. 즉 남자 주인공이 돈이 많다 하더라도, 여성에게 배려하지 않은 오만함 그 자체의 모습이,라우라에게 마시모에게 끌리는 이유였다. 사랑에 있어서 주도적이며, 항상 , 라우라를 이끌어 주는 주체인 돈시모, 사랑의 덫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에 걸린 라우라는 그 그물에서 언제 어디서 탈출할 수 있을지,그 과정에 묘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여성의 마음을 훔치고,사랑을 쟁취하으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잘 묘사되어 있는 폴란드식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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