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이의 수학여행 - 권재원 교육소설 함께교육 5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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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굴에 선글라스까지 안 쓰고 있어 못 알아봤지만 그 몸집과 말투, 그리고 눈매 등 영락없는 나미 엄마였다. 그러니까 저 사추기 익룡이 내가 책에 사인까지 해서 준 나미,그리고 등수가 마음에 안 든다며 아이 핸드폰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인 저 어미 익룡이 내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는 그 애독자였단 뜻이다. (-28-)


"우리 학교가 여고라서 말입니다. 권 선생 같은 분 모시면 풍기문란이 우려되어 안된답니다."
"네? 풍기문란이라고요?"
살다살다 이런 개소리는 처음 들었다.그래 나도 내가 정숙하고 근엄한 청년이라고는 말 못하겠다.하지만 풍기문란이라니? 여학교라 풍기문란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고? 아니,내가 여학생 꼬시러 교직을 선택한 파렴치한이라도 된단 말인가? (-65-)


상권이의 속마음이야 어찌 되었건 내가 딱히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같이 술마시며 위로해 주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난 세상을 향해 상상해 보는 것밖에는.. (-83-)



죽어가는 강아지를 위해 눔물 흘리던 소녀도 지원이고, 명진이를 고립시켜 사회적으로 침몰시킨 소녀도 지원이다.다만 그 사회적 침몰이 죽어가는 강아지만큼 고통스럽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명진이가 느닷없이 학교에 안 나오기 시작했을 때 뭔가 느꼈고 ,많이 아픈 명진이를 보았을 때 마치 자기들 때문에 아픈 것처럼 가책을 느꼈던 것이다. (-137-)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고요?"
신혜정 선생님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토착왜구라서 안 듣겠대요."
"맙소사."
침이 꼴딱 넘어가다가 명치 근처에서 막혀 버렸다.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154-)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녀석이 행동으로 대신했다.마침 옆에 지나가던, 아니 최대한 그 옆을 피해서 가려던 어느 여학생을 기어코 쫒아가서 앞머리에 끼워져 있던 헤어롤을 확 잡아챈 것이다. 일단 원익이 손에 닿자 그 학생은 방사능에 오염이라도 된 양 헤어롤을 빼서 땅바닥에 던져버렸고, 결국 그 헤어롤은 머리에 꽂힌 열일곱 번째 헤어롤이 되었다. (-203-)



소설 <명진
이의 수학여행>을 교육소설이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선생님 풍자소설'이라 부르고 싶어진다. 소설 속에는 학교 교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 여섯편의 단편 소설이 나오고 있다. 선생님과 학부모,그리고 학생 사이에 일어나면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담아내고 있었다. 20년 넘은 교직생활,그 안에서 펼쳐졌던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때로는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당황스럽게 한다. 때로는 선생님에게 의도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여기서 선생님이 학창시절에는 거의 쓰여지지 않은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아이들에게 널리 쓰여지면서,그것을 선생님에 빚대는 장면들을 상상하고 말았다. 학교 교내에서 아이들은 항상 선생님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며,그것을 소소하게 건드릴 때가 있다.내가 학교 다닐 때,아이들의 악의적인 행동은, 선생님의 몽둥이가 바로 응징의 대상이지만,지금의 선생님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끙끙거릴 것이다.



소설 속에서 관계,연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속담에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지금은 카톡으로 선생님들과 소통하고,그안에서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선생님에게 풍기문란 선생님이라는 노골적인 표현들을 보면,여학교 내에서 자주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정숙함을 강조하고, 학교 교내에서 화장을 금하던 시절이 있었고,교장 교감은 특히 선생님에게 여학생을 대할 때,특히 조심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칫 학생과 선새임 사이에 감정이 상해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했다가면, 그로 인해 선생님이 학부모 앞에 불려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참 어려운 직업이다.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든 직업이다. 그건 학교에서 수업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활지도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법과 사회에 대햇허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때로는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그럴 때는 선생님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좀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뉴스에 나오는 선생님들이 사회적 물의도 일으킬 때도 있지만, 대다수의 평교사들은 자신의 삶과 인생에 충실하며, 때로는 아이들과 가벼운 충돌이나 갈등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 하나 하나 에피소드들을 상상하면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작가의 소설의 주제와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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