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그리움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그리고 억울해서
세상의 반대쪽으로 돌아앉고 싶은 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버리기라도 하고 싶은 날
내게 있었소
아무한테서도 잊혀지고 싶은 날
그리하여 소리내어 울고 싶은 날
참 내게는 많이 있었소.(-70-)


혼자서 쓸쓸한 날.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
다정스레 웃는 얼굴
내게 있는가?

할일 없어 시내에 나가
차나 한잔 마셔야지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을 때 절로 입술에 붙는 이름 
내게 있는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더더욱 많은 이름 아니다.
오직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오늘 나는 매우 그리운 것이다.(-76-)


남의 이야기,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조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 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104-)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시게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마시게
그것은 상징일 수도 있고
던져진 느낌일 수도 있고
느낌 그 자체,분위기일 수도 있네
느낌 너머의 느낌의 그림자를
느끼면 되는 일일세
그림을 보듯 하고
음악을 듣듯하시게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건너다보시게 훔쳐 가시게. (-116-)


너무 속상해하지 말게
너무 답답해하지 말게
너무 섭섭해하지 말게

오늘도 산은 내게 넌지시
눈짓으로 타일러
말하고 있다. (-144-)


살아가는 것은 상처였다.상처는 나를 견디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였다.어쩌면 살아가는 것은 견딤의 연속이며, 삶의 의미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살아가는 것인지, 살아지는 것인지 모를 때 ,나의 삶은 어느새 방행을 읽은 돛단배가 물가 위를 부유하는 것처럼,내 삶도 어느새 길을 떠도는 나그내 마냥 부유하는 삶을 살아갈 때가 있다.무언가가 내 앞에 놓여질 때, 그 무언가가 나의 삶을 옥죄일 대, 나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그럴 땐 시간을 흘려 보내는 수밖에 없다,살아가는 과정에서 나만 섭섭해 하고, 나만 억울해하고,나만 힘든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위리에게 배움을 준다.아이는 우리에게 또다른 지혜를 안겨주고 있다.현재를 살아가라 하였고,순리대로 살아가라 하였다'.결국 우리는 스스로 불행의 늪에 바져드는 것은 자연과 벗하지 않으면서, 순리를 자꾸만 잊어버리기 때문이었다.선을 넘지 말고 금을 밟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나의 생동에 대해서 관대하고, 나그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감만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결국 너무 많이 알게 되고,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나는 나 스스로 무언가의 금을 밟게 된다.


시인 나태주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너무 날 알고 있었다.그 또한 그러한 삶을 거쳐왔기 때문이다.외로움을 느껴 본 사람은 외로움을 말할 수 있고, 그리움을 느껴본 사람은 그리움을 말할 수 있다.사랑은 결국 느껴본 사람의 몫이었다.그것은 시를 통해서 우리에게 또다른 의미였고, 가치였다.삶의 철학은 결국 나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를 통해서, 문학을 통해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내 삶을 돌아보고,그 안에서 나의 삶의 우선순위를 만들어 나갔다. 내 삶의 안전 거리를 나 자신이 만들아 가고, 타인과의 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내 안의 또다른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내 삶을 반추하게 된다.살아가기 위해서 살아지고, 살아가면서 보듬어 간다.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찾아오는 것은 사랑하는 이였다.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나에 대한 위로이며, 나에게 주는 소소한 행복이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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