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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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딸 있어요? 몇 살이에요?"
당황한 경찰은 퉁명스럽에 내뱉었다.
"우리 딸 여덟살인데, 왜요?"
태주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딸은 스물 여섯 시간밖에 못 살았어요." (-49-)


"애들한테 엄마처럼 다 해주면 돼. 먹여주고 치워주고 재워주고."
당신이 틀렸어. 엄마는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지 않아.
아주머니는 우는 아이를 무성의하게 한 팔로 하나씩 안아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내려놓았다.엄마는 한순간도 아이를 짐짝 옮기듯 하지 않아. (-101-)


태주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내 앞에 나타나줘사."
태주는 여자아이를 안았던 팔을 풀었다. 여자아이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름이 뭐니?" (-157-)


잠든 샬럿은 천사처럼 아름다웠죠.아직 어리지만 이 아이도 결국 다 커버리면 내 품을 떠나리라는 생각에 더 쓸쓸해졌죠. 내 삶에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으며 빈겁데기로 늙어갈 수 밖에 없다는 진실이 날카로운 톱날처럼 심장을 후벼 팠어요.나는 여기에 있는데,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공허함이 더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넣었죠. (-215-)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살아난다는 것은 개인이 사회의 울타리의 보호 안에서 나자신의 원칙과 사회의 원칙에 대해서 타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질적인 것과 동질적인 것들을 서로 보여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사회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을 때가 있다.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때로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니콜이 바로 그런 경우이며, 강태주도 마찬가지이다.현대인이지만, 현대인의 삶을 살수 없고, 마녀는 아니지만 마녀인 채 자신을 방치시켜 놓았다. 그들이 마녀가 될 수 벆에 없었던 이유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경험이다. 그 경험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었으며, 스스로 마녀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을 가두어야만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잇었기 때문이다.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거라고, 자신에게 지어진 짐을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마녀가 된 것이었다. 즉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녀, 그 마녀를 사냥하는 사냥꾼 에드워드가 있으며, 둘 사이의 서로 묘한 존재가치와 동선을 살펴보면,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를 살펴볼 여지가 있다.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할 수 밖에 없는 그 존재적인 한계, 나와 너의 동질적인 감정, 경험들이 서로 엮이게 되면, 그들는 새로운 인생를 살아갈 수 있고,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나 운명적인 것들을 간직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최악이 되는 법, 살아있지만, 스스로 죽은 존재로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깨닫게 되는 한 편의  한국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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