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한 달 살기 -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조숙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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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성들은 일찍 결혼하는 편이다.18세부터 20세 초반이 결혼 적령기이다. 가임기간이 길어서 아이를 많이 낳는다. 아기엄마 얼굴이라고 하기엔 너무 앳된 얼굴들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못할 일을 라오스에서는 용감하게 실행한다.아기를 한 번만 안아보자고 했더니 선뜻 내어준다.아기를 내어주면서도 엄마는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다.더없이 경이로운 생명이 내 가슴에 안겨서 곤히 잠들었다.경계 없이 순수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니 내가 부끄럽다.
어느덧 우리 얼굴에서 사라져버린 부끄러움을 매일 본다.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귓볼까지 빨갛게 물들이던 부끄러움을 잊어버렸다.부끄러움보다 자신의 신념에 당당한 얼굴을 지향하고 있다.부끄러움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하나인데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도태되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43-)


비행기는 곧 이륙하고 눈 아래 라오스 비엔티안이 한눈에 들어온다.조각 퍼즐같이 지어놓은 건물과 개미집처럼 이어진 도로가 보인다.그 사이를 꼬물꼬물 벌레같이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집도, 차도, 사람도 꿈속같이 아득하다. 방금 전까지 콩 튀기듯 호들갑스러웠는데 금방 저 아래 세상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여유롭다. (-151-)


재래시장이나 가게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화학조미료다. 내가 좋아하는 파파야 샐러드에도 화학조미료를 넣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철밥을 손바닥 모양으로 빚어서 꼬치에 끼우고 계랸물을 입혀 숯불에 굽는 것을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계란 두개에 화학조미료 한 티스푼이라는 설며을 듣고 아연실색햇었다. (-227-)


우리는 과거를 어느 순간 잊고 지낸다.그래서 그 과거를 상기시키는 그 순간은 나 자신이 힘들어지는 순간이다. 소중한 것을 놓침으로서 후회를 하게 되고, 그 후회가 반복됨으로서,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자꾸만 들쑤시게 된다.낡은 것 일색이지만,그 과거 속에서는 순수함과 순진함과 부끄러움이 존재하였다.그 부끄러움은 삶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었고,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었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경계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그 순간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자시의 과거와 가장 흡사한 곳,동질감을 느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게 된다.자신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가치들을 한국의 과거를 보게 되는 라오스에서 꺼낼 수 있었던 이유는 라오스의 무질서함 속에 순수함과 부끄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가난한 나라이다. 과거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며, 우리의 고거의 라이프스타일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의 즐길거리 또한 우리의 과거를 상기 시켜 놓는다. 자연 속에서 별다른 장난감 없어도 라오스 아이들은 즐겁게 어울려 다녔다.그건 지금 어른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부모들도 어릴 때 마찬가지였다.1980년대~1990년대 자치기,사방치기 , 공기놀이, 그 하나 하나 보면 장난감은 단순하였고, 조악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놀았고, 그 과정에서 큰 탈 없이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중한 기억들을 안타깝게도 잃어버리게 된다.저자는 바로 그 것들을 라오스에 살아가면서, 하나 둘 셋 찾아가고 있었다.기억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기록은 자신의 삶과 엮이게 되는 것이다.상상하게 되고, 상기시키게 되고, 그 안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들, 그들의 아픈 역사, 라오스 몽족 여인들의 아픈 역사는 우리의 과거의 아픔과 절묘하게 엮이고 있었다.한권의 책을 통해서 얻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내 삶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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