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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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건축에 비해 현대 건축이 이룬 근본적인 혁신으로 재평가되는 것은 '공간'이다.서양 현대 건축에서 나타나는 진정한 혁신은 건축을 보는 시선의 변화, 즉 건물 밖이 아니라 건물 안을 보는 관점의 변화였다. 대부분 현대 건축가들이 장식 없는 건축만을 볼 때 현대 건축이 가져야 할 진정한 가치란 '공간'임을 인식했던 선구자적 건축가는 바로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이다. (-13-)


병산서원은 우리나라 고건축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작이다.입교당 마루에 올라서서 밖을 바라보면 멋진 풍경과 더불어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 금방 알 수 있다.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지향했던 접근들이 우리 고건축에서는 그보다 더욱 정교한 논리와 편안한 자연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66-)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기능주의 디자인을 보면 장식이 없고 생산성이 좋은 기하학적인 형태로만 디자인되어 있다.예쁜 색이나 아름다운 비례 같은 것은 강조되지 않았다.이렇게 독일에서 시작되었던 기능주의 디자인은 미국에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발전한다. 어느 편으로 보나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이러한 디자인을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이름까지 붙이게 된다.(-116-)


대체로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단순하다. 디자인은 순수미술이 아니라는 것이다.즉 디자인은 생산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며 대중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순수 미술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디자인은 실용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일이고, 순수 미술은 작가의 작품을 단 하나만 만들기 때문에 디자인은 절대로 순수 미술이 될 수 없다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순수 미술이 예술인 것은 맞지만, 예술의 범주 안에는 순수 미술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17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디자인했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커피 세트를 보면 그런 경향을 잘 읽을 수 있다. 커피 세트 디자인이라고는 하는데 어디를 봐도 이것이 커피 세트라는 실마리를 잡기 어렵고 도저히 용도를 알 수 없는 형태이다.이것이 실생활에 사용되는 물건이라는 것부터 의심스럽다.물론 알고 봐도 커피 세트라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258-)


디자인은 현대의 산업 구조와 맥을 같이 하게 된다.실용성을 강조하고, 그 실용성이 자본 취득에 도움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디자인이라 부르며,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여기서 디자인은 편협하고, 다양성을 중요하다 말하지만 획일성을 띄고 있다.자본의 힘이 강한 나라의 디자인이나 주류의 디자인이 널리 퍼지고 쓰여지는 이유는 편협성과 획일성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이다. 대표적으로 예술적 감각이나 디자인으로 효용가치가 높다 하여도, 최빈국 나라들의 디자이너와 그들이 만든 디자인이  널리 쓰지 않고, 지역적인 이유, 그들이 만든 디자인이 소비되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그렇다. 이런 모습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류는 전쟁의 원흉인 독일이다. 독일이 추구했던 디자인, 그들이 생각하는 디자인적 가치들을 받아들이고 소비해온 것을 보면 우리가 주류의 디자인에 얼마나 맹목적으로 다가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여기서 한국의 디자인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관심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한국의 한옥 문화, 그안의 자연미를 전세계 글로벌 국가의 디자이너들이 눈여겨 보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양의 디자인 하면 일본의 디자인을 손꼽아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중국의 힘이 일본을 압도하면서, 이제 동양의 디자인은 읿본에서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디자인하면 유럽이 떠오른다. 그리고 미국의 디자인의 특징도 나열해 볼 수 있다.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안에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미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은 순수 예술과 차별화하고 있다. 철저히 대중성에 기반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대중성에 도취하며, 널리 쓰고 싶어한다. 과거 기하학적인 구조의 디자인을 추구하고 그 쓰임새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디자인에 파격을 주는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우리는 수용하고 있다. 상식을 파괴하는 디자인, 어떤 용도로 쓰여질 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디자인에 호기심을 느끼고, 모방하고 싶은 심리는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디자인은 항상 시대의 변화에 따라간다. 때로는 과거의 디자인을 다시 끌어와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디자인에 대한 개념 파괴,과거의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연미를 강조하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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