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 - 전민식 장편소설
전민식 지음 / 마시멜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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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의 싸한 냄새와 비린내가 삽시간에 코끝까지 전해졌다.울릉도와 독도는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이었다.나라의 임금이 일본으로부터의 피해를 막고자 도해금지령을 내린 바다의 쉼터였다.수십 년간 사람이 살지 않으며 인간의 냄새가 지워진 곳이기도 했다. (-11-)

"어디서 오는 누구냐?"
우리에게 질문을 한 사무라이는 여자였다.나도 모르게 힐끔 고개를 들어 질문을 한 사무라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재빠르게 칼집이 날아와 내 어깨를 찍어 눌렀다.칼집이 날아오는 느낌과 소리가 들렸다. 소리라곤 죽순이 자라는 소리 밖에 없는 대나무 숲 한복판이라 듣지 않을래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126-)


"돗토리에서 오는 히로카츠쿠미라고 합니다.이 두 사람은 조선의 어부이고, 국제재판소가 있는 나가사키까지 가는 길입니다."(-127-)


모르긴 모라도 일본 영토 내에서 밤의 불을 밝히는 기름의 대부분이 강치 기름일 겁니다.고기, 가죽, 기름이 좋다는 이유로 씨가 마를 정도로 어린 강치들까지 포획하더군요.한 마리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대나무 죽창하고 쇠갈고리로 찍어대는데 , 사방에 피들이 튀어서 어부들이 흡사 악귀들 같았습니더, 금세 검붉은 핏물이 바다까지 물들일 정도였지요."(-223-)


나는 지난 1693년 4월 18일,우리 땅인 독도에서 요나고 어부들에게 납치되어 끌려온 뒤,여러 고초를 끝에 조선으로 보내졌지만 조선에서 월경 혐의로 형벌을 받았습니다.그때 당시 나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당으로 정한 관백의 서계까지 받았지만 ,쓰시마 번주가 서계를 갈취하고 선물까지 빼앗았습니다.또한 쓰시마는 왜관을 통한 조선과의 무역에서 장부를 조작해 밀거래를 일삼고, 조선인을 납치하여 물품을 약탈하는 등 불법비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309-)


독도와 울릉도는 대한민국 땅이며, 영토이다.동해의 우뚝 선 해양 깊숙 한 곳에 깊은 산이 있으며, 그 중심에는 독도가 있었다.한반도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독도와 울릉도는 한반도 본토보다 일본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그래서 호시탐탐 일본 해적들이 독도 인근에 출몰하였고, 해양 자원을 싹쓸이 하게 된다. 소설 전민식의 <강치>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과거의 역사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독도와 울릉도를 지킨 조선 시대 숙종 임금때 살았던 두 인물 안용복과 박어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조선 숙종 때 독도와 울릉도에는 도해금지령이 내리게 된다.그건 조선 조정의 행정권이 미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해양 천연자원의 보고였던 두 섬은 깊은 동해 바닷 속에 자생되는 물고기와 바다 식물들을 채취하게 하였던 일본 해적으로부터 해양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먹을 것이 없고, 살길이 없었던 일본인들에게 독도는 자신들의 생존을 지켜주는 의미있는 섬이었다.특히 쓰시마 섬 주민에게 독도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현실은 조선 숙종임금 뿐 아니라 세종임금 때도 반복되었고, 국경 수비대는 일본과 국경을 접하는 나라들과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강치라는 동물이다. 강치는 조선의 독도와 울릉도를 터전삼아 살았던 해양 동물이었다.여기서 강치잡이가 성행했던 이유는 일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기름 때문이다.가죽을 얻고,고기를 얻고,기름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일본 쇼군에 진상품으로 올리기에 딱 좋은 살아있는 물품이었다.1900년대 독도를 일본 시네마 현으로 편입할 당시에도 강치는 독도에 있었다. 하지만 무분멸한 강치 잡이로 인해 우리는 강치를 책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소설은 바로 이렇게 도해가 금지된 독도에 들어가게 된 안용복과 박어둔이 일본 사무라이에게 잡혀 들어가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과정에서 , 우리가 생각한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소설은 숙종 임금 때를 향하고 있으며, 지금으로 보면 일본과 조선 사이에 외교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그 외교 분쟁을 풀었던 인물이 안용복과 박어둔이며,여전히 독도 분쟁이 현재진행형인 시국에서 두 사람의 역사적인 존재가치는 독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것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그 시대에 우리가 놓쳤던 독도에 관한 역사를 소설 <강치>를 통해 얻게 되었고, 우리의 과거의 또다른 슬픔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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