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할 우리 가족 - 정상 가족 판타지를 벗어나 '나'와 '너'의 가족을 위하여
홍주현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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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족이 '정상'대우를 받으려면 나름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가족 구성원은 모두 순수 한민족이고, 사지 육신이 멀쩡해야 한다.부부는 남성과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결합한 뒤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하며,아이 역시 그런 공식 제도를 거친 사람에게서 태어나야 '정상'적인 존재로 인정받는다.이 조건에 하나라도 부합하지 않으면 '비정상'이고,사람들은 암암리에 기준에 따라 가족을 서영화한다.(-33-)


이렇게 추측하는 건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계기로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남편이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말기 암 선고를 받자,내게도 죽음이 성큼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그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을 뿐, 좀처럼 삶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이 난관애 대해서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120-)


이들은 '장애'개념을 "단순히 몸이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거리나 시간의 제약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재정립했다.인터뷰에서 연구소 대표이사는 "로봇을 통해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이런 기술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면 장애인도 사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223-)


한국에서 갈등이 가족 간에 언쟁으로,사회에서는 생사를 건 투쟁으로 악화되기 쉬운 원인은 갈등을 관계의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아내인지 ,며느리인지, 간병인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중심을 잡지 못했듯이 자기 정체성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역할에 두다 보니, 그 역할이 집단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인식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서로를 '나'와 '너'란 독립적 개인이 아니라 집단 속 개체로 인식하니, 갈등은 관계의 균열을 가져오는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이다.(-233-)


우리는 거울을 즐겨 본다.거울을 보는 이유는 거울을 보면서,자신을 재확인하거나 나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다.나 자신에 대해서 더 관찰할려는 욕구,나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한 욕구가 우리에게 있다.우리는 거울을 통해서 우리의 흠을 감춯ㄹ 수 있다. 하지만 거울조차도 나 자신의 전부를 투영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보게 된다.그건 3차원의 우리의 모습이 거울 속에 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피사체로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고,어떤 것이 나라고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이런 가운데 이 책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책이다.나를 객관화할 수 있고, 나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나를 객관화 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 본노의 순간이 찾아올 때 그 순간을 잘 넘길 수 있다.나를 객관화 하면, 남들의 오지랖에 대해서 자유로워진다. 즉 나를 객관화하지 않는다면,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객관화 한다면, 분노의 근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게 되고, 정녕 분노할 가치가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해서 덜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였다.


이 책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사유하게 된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또한 이 책을 통해서 한국인으로서의 특질을 이해할 수 있다. 이기적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고, 남들과 동화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질은 어디에서 그 부리가 있는지 찾아나갈 수 있다.결혼이나 장례식, 그리고 다양한 경조사에서 나 자신보다 공동체를 더 중시하는 배경들이 우리 스스로 분노를 자극시키며,어떤 상황이 만들어질 때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여기서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나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하나의 공동체의 조직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즉 어떤 사람이 문제의 행동을 자행할 때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공동체를 동시에 들여다 본다.그것은 비난이나 비판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공동체를 중시하면서,우리는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다.또한 어떤 문제에 대해서 나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그런 것들에 대해서 원인을 들추어 본다면, 나와 타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분리하지 못함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다.즉 그것을 명확하게 파악한다면, 분노할 순간에 분노하지 않게 된다.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잘못된 인식들을 바로 잡을 수 있고,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상적인 가정, 정상적인 가정의 틀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게 된다.그럼으로서 우리는 매 순간 애쓰려 하지 않고, 누군가 나를 자극하더라도,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크게 요동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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