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는 의미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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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의미

내가 숲에 가는 것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야생동물을 다 감당한다는 의미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언제 화낼지 모르는 그대를
감당한다는 의미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그대의 허물을 받아들인다는 의미

사람들이 해충이라 여기는 벌레도
내 몸에 오래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롭듯
그대의 치명적인 결점도
나에게 오면
필수비타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바다에 가는 것은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알지만
물과 내가 하나 되어
내가 영원히 물이 되어도 좋다는 의미 (-10-)


나무는 나이테룰 세지 않는다.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단지 늘어나는 뱃살로
더 많은 새들을 먹여살릴 분
단지 늘어나는 머리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뿐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단지 사람이 나무의 나이테로 나무를 평가할 분
나무는 사람을 나이테로 평가하지 않는다.
내쉬는 숨으로 평가할 뿐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죽는 날이 언제인지 기다리지 않는다.

잎을 버리고
닢을 살리는 시기가 언제인지 알기에
나이테가 늘어나도 사람처럼 죽지 않는다.
나무는
누군가 자기를 쓰러뜨릴 때 
자신의 역사를 보여줄 뿐.(-70-)


소나기를 피하지 마라

소나기 내리면 피하지 마라
언제 이렇게 강렬한
울림을 만나보겠느냐

한꺼번에 슬픔소나기가 지나간다.
한꺼번에 기쁨소나기가 지나간다

한꺼번에 감정의 소나기가 지나가면
세상은 평안하다.

네 마음에 눈물의 소나기를 뿌려라
내 마음에 웃음의 소나기를 내려라

흠뻑 젖은 마음의 곤충
흠뻑 젖은 몸의 꽃읖

깊이깊이 적시는 소나기를 피하지 마라.
지나가는 소나기 찾아 맞아라.(-84-)


시를 읽는다.시를 통해서 내 마음을 읽어버렸다.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힘은 시 속 구절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게 된다. 삶을 읊어나가면서, 그 안에서 어떤 걸 마주해야 하는지 체험하게 된다.살아가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삶의 희노애락들,그러한 것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의 삶은 비겁함의 연속이다. 비겁해짐으로서 우리는 그 안에서 흔들리게 되고, 선택의 순간에 망설이게 된다. 슬픔의 비가 내리면, 그 슬픔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슬픔조차 나에게 이로운 것이니 그 슬픔의 향연 속에 뛰어들라고 한다. 그건 우리 스스로 슬픔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한번 더 깨닫게 되는 요소들이다.슬픔이 오면 그 슬픔을 깊이 부딪치게 되면, 우리 스스로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감기가 걸릴 때 그 감기를 외면하면 감기는 빨리 낳지 않는것처럼, 감기를 온몸으로 이겨내면, 그 이후 나 스스로 평온해지게 된다. 슬픔도 마찬가지이며, 기쁨도 마찬가지다.내 안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인간에게도 나이테가 있다.나무는 자신의 나이테를 뽑내지 않는다.인간만이 자신의 나이테를 드러내고 그 나이테를 검증하려고 한다. 검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의미이며,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메 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무는 현재를 살아간다.나무에게 과거는 큰 의미가 없다.나무의 미래도 마찬가지이다.현재에 충실한 삶을 나무는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인간이 간직하고 있는 나이테는 서로 평가하고 ,서로 비교한다.그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놓치게 되고,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리게 된다.나무에 나이테가 있는 것처럼,인간에게 나이테가 있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 나무의 나이테를 본받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은 죽음을 마주하기 때문이다.물론 나무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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