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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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가 구성원들이 호칭이라는 문제를 놓고 왜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어져야 하는지 답답했다. 왜 이것을 이기고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할까? 얼마든지 함께 얘기하면서 의견을 조율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두현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진이는 그런 얘기 하기 싫대. 가족까리는 좋은 말만하고 싶데."(-96-)


오늘 저녁에 두현이 형이 두현이와 통화하면서 '민정이를 정말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야'는 질문에 두 번 '응'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두현이와 결혼한 것이지 두현이 형 부부의 아랫사람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답니다.두 사람이 저를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건 낮은 위치로 생각하건 그건 자유지만,그런 말을 입 밖에 냈을 때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지금까지는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매듭지어볼까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소식 전하겠습니다. "(-198-)


대한민국 사회는 유교문화에 젖어있다. 태어나면서 관혼상제부터 결혼 및 죽음에 이르기까지 유교적인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의를 중시하고, 동양적 사고방식에 갖혀 있으면서,서로에게 적절한 호칭을 사용해서 깍듯하게 대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다. 문제는 그것이 호칭과 나이와 엮일 때이다. 직책이나 직위로 보면 나보다 높지만, 나이로 보면 자신보다 낮을 때 생기는 불편함이 현대인들의 무의식 안에 공존하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맞게 호칭의 사용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것을 여성의 권리 추구이며, 페미니즘 문화라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로 유교적 관습에 젖어있는 우리의 가족 문화의 틀을 깨려고 했으며, 첫 시작으로 호칭을 바꾸는 것을 시도하게 된다.


이 책의 취지를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라 부르는 언저리에는 우리가 그만큼 관게 중심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서로간에 위아래, 좌우를 살피면서, 적절한 호칭을 쓸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쓰는 호칭은 그 결을 달리하게 된다. 송윗동서, 손아랫동서, 처제, 처남, 올케, 서방님,도련님, 시아주버님,시어머님 등등 우리가 쓰는 호칭들은 다양하며, 각기 상황이나 위치에 따라 정확하게 써야 하는 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결혼 후 시댁과의 호칭부터 정리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의 근원은 호칭에 있으며, 그 호칭을 제거하면 , 서로 존중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사회적 통념은 저자의 도전적인 욕구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호칭이 아닌 이름이 쓰여지길 원하는 저자는 그것이 막히는 원인들을 찾아 나가게 되었고, 현실을 타파하게 된다.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이다. 가족 내에서 호칭 파괴는 그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시댁이 아닌 시가라 부르고, 호칭이 아닌 이름에 '님'을 붙여서 쓰는 것, 그것은 윗사람에게는 인이 박힐 정도이며, 거부감을 불러들이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호칭을 쓰지 않음으로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해 하거나 어색해 하는 원인들을 직접 찾아나서게 되었고, 1년이 지난 뒤에서야 저자의 순윗동서 수진과의 호칭과 관계를 정리하였고, 부모님과 자신과의 호칭 정리도 끝나게 된다. 이 책은 사회적인 호칭에 관한 통념을 바꾸는게 얼마나 힘든지 엿볼 수 있으며, 서로 동질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호칭이 아닌 이름을 쓸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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