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다행인 하루 - 자꾸 흔들리는 날에는 마음을 들여다볼 것
김다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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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이
그에게 나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떠들어대면
그는 어리둥절해할 것이가.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의 언어로 나의 방식으로만 표현하면,
상대망은 어리둥절할 뿐,
내 마음을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사람의 언어로 마음을 표현하고자 애쓰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사랑인지도. (p95)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다가도,
문득 떠오른 얼굴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언제쯤이면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기억들만. (p101)


공부는 평생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오랜만에 공부를 하자니,
묘한 반항심이 생기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걸까.
왜 모든 건 빠르게 변하는 걸까.
왜 평생 맘 편히 우려먹을 수 있는
그런 지식은 없는 걸까 하고.(p127)


엄마와 이야기 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역시나.

이야기 속 내 슬픔과 아픔의 크기는,
실제 크기의 두배 세 배 이상 부풀어져 있다.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보다. (p152)


집에 오면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목소리로 밥을 달라고 조른다.

복장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일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집에서도 참 곱게 입고 있던데.
난 늘어난 티셔츠에 고무줄을 빼놓은 바지를 주워 입는다.

TV를 보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가감 없이 질문한다.
무식한 질문을 한 것은 아닐까 고민 따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가족들로부터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교양 있는 척, 아는 척, 가진 척.
그 어떤 척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냥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가족, 그리고 나의 집이 아닌가 싶다.(p161)


기록하고 있다. 행복에 대해서, 위로에 대해서, 감사함에 대해서, 추억에 대해서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무형의 소중한 가치들은 내 앞에 거져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어떻게 주워 담느냐에 따라서 내 삶의 편린들은 달라진다.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 소중한 가치들을 기록하는 것에 있었다. 저자는 행복을 기록하고 있음으로서 행복을 얻었고, 위로를 기록함으로서 위로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있어서 행복과 위로, 추억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그 느낌들을 적어 보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질감에서 위로를 얻는게 아닌, 동질감에서 위로를 얻는가 보다. 저자의 삶의 패턴들을 보자면, 저자의 직업적인 특징을 보자면, 전형적인 완벽함과 철저함, 모범생인 것처럼 보여진다. 아니 그것들은 우리들의 편견들이었다. 저자의 직업이 만들어낸 가상의 편견들이 씨줄처럼 날줄처럼 엮여서 또다른 환상을 만들어 나갈 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패턴들을 보자면, 거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만남을 가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더 이질적인 존재인가를 증명해 낼려고 하였다. 내가 행복해 지려면, 그들의 행복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내가 위로를 얻고자 한다면 그들에게 위로를 챙겨줘야 한다는 그 사실을 망각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반복적인 패턴으로 채워진 삶을 가지면서 살아가게 된다. 나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면, 서로가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감사함도 느낄 수 있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무형의 가치, 무형의 소중함 그 자체에 대해서 깊이 되세기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는 살아가고 살아질 뿐이라는 걸 깊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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