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의 천국 - 국가 부도와 론스타 게이트
이정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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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는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속되었다. 검찰은 변양호 등이 고의로 외환은행의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론스타에 부당 이득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몇 가지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p66)

론스타는 뿔 달린 악마가 아니다.국부 유출이라는 말도 신중하게 써야 한다. 론스타가 나쁜 놈이 아니라 출처 불명의 사모펀드에 은행 인수를 승인한 한국의 감독 당국이 진짜 나쁜 놈들이다. 론스타는 원래 그런 놈들이다. 론스타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론스타가 최선이었다거나 론스타 덕분에 외환은행이 살아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 없다. 론스타가 아니었다면 외환은행이 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되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p81)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합병 계획을 프로젝트 스콰이어(Project Squire)라고 불렀다. 스콰이어는 기사 밑의 시종을 말한다. 외환은행 매수를 앞두고 벌어졌던 10인 비밀회동을 프로젝트 나이트(Project Knight) 라고 불렀던 것을 떠올리면 이 모든 과정이 치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트 나이트의 핵심은 10인 비밀회동을 통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 등으로 분류해 은행법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데 있었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스파이는 프로젝트 나이트의 연장선에 있었으며 애초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외환카드를 헐값에 집어삼키려는 게 론스타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p264)


어떤 책이 눈에 들어오고, 꽃히는 책이 있다. 저자 이정환씨의 <투기자본의 천국>이라는 책은 그 범주에 포함된다.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IMF 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억, 그 기억의 중심에는 금융 부실이 있었고, 론스타는 그 금융부실의 핵심이었다.IMF 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법 기업들에게 잠식되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직장에서 짤리게 된다. 물론 내 주변에 그 당시 직장을 잃었던 가장들이 상당히 많았고, 실직 상태에 놓여진 이들의 쓸쓸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또한 IMF 가 시작되었을 때 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천정부지로 올랐던 기억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금융 부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실 금융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론스타 사태의 주범이 눈군지 찾아보고 있다.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누구는 진실을 말하고 있고, 누구는 그 진실을 거짓으로 덮으려 한다. 어떤 사건이 나타나면 미디어는 그 안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자와 거짓을 만들려는 자들의 시소게임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 유명인들은 언론에 대한 상처들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유시민이 언론에 대해서, 언론과 맞서지 말아야 하느 이유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정부의 지원금으로 부실금융으로 지정된 외환은행을 집어 삼킨 론스타의 실체가 궁금해졌고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때 당시 수많은 언론들은 금융마피아의 원흉을 론스타를 지목하고 있었으며, 진실을 거짓으로 덮으려 했다. 모든 책임을 론스타에 돌리면, 실제 책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대한민국 사회의 엘리트층이 만든 모피아를 향하고 있으며, 론스타 사태의 주범은 론스타가 아닌 제정경제부 출신인사로 이뤄진 모피아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이헌제 사단이라 부르는 이들이 그 핵심계층이며, 그들은 론스타를 도구로 사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 나갔으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점이며, 그때 당시 한나라당 소속 최경환 의원이 여당을 공격했던 전력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론스타 사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금융 안에 감춰진 제도적인 문제와 허점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제도를 바꾸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게 되는데, 국민들은 그말을 믿지 않는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깊은 부패의 뿌리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가지에 불과한 제도와 법을 고친다 해도 그것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알수 있는 금융 엘리트 출신 한국인들의 민낯, 그들은 어떻게 금융을 조작하고, 은행을 인수합병하는지, 회계와 법을 악용하는지 전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으로 모든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책 한권으로 또다른 책에 대해서 관심 가질 수 있고, 그럼으로서 론스타 사태의 진실들을 잠깐이나마 가까이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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