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행 : 김남천 단편전집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5
김남천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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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건 다 쓸데없는 질문이다. 최정숙이는 나의 아내다. 그러기에 나는 그를 때렸다. 그도 울면서 나에게 대들었다. 지금 그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윗방에 앞드려져 있다. 그는 제가 방금 무슨 말을 하였는지를 비로소 생각할 수 있을 게다. 그는 자기가 한말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내가 때린 주먹 자리를 지금 만져볼는지 모른다. 멍울이 졌겠지. 그러나 그도 자기 불때기를 때리고 머리를 문지른 것이 자기 자신인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 증거로 그는 지금 윗방에서 자지도 않으나 울지도 않고 그대로 조용하다 부석부석 부은 눈은 지금 말똥말똥 무엇을 뚫어지게 바라복고 있을 것이다. (p122)


작가 김남천의 소설 <소년행> 이다. 이 소설은 12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으며, 소설 <소년행> 은 그중 하나이다. 소설은 1930년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지금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는 언어적인 차이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잘 쓰여지지 않는  신작로나 전차와 같은 표현들,일제시대에 썼던 일본어식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을 들여다 보면, 80년이 지났고, 과학기술은 1930년대에 비하자면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양식은 바뀌지 않았다는 걸 알수 있다. 물론 언어도 마찬가지이며, 서로 다른 표현이 반복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왔던 단편 소설은 <처를 때리고> 이며, 지금과 다른 1930년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소설 <처를 때리고>는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숙과 준호 사이에 보여지는 실제 가족의 모습은 무언가 어긋나 있다. 아내에 대한 의처증이 심해지고, 아내에 대한 불만은 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아내가 잘못하면 때리는게 그 시대의 정서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화상이 한 편의 소설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으로 이 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또다른 인물 허창수를 바라보는 1인칭 문장 속에서 아내와 허창수 사이에 묘한 관계를 느낄 수 있으며, 부부관계가 점점 어긋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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