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센티멘털
이종철 지음 / 어문학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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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다시 추억해보면 나에게 장국영은 두 개의 다소 상반된 이미지로 기억된다. 하나는 병적일 만큼 완벽함을 추구했던, 완벽주의자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거나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자유로운 (혹은 순수한) 영혼이다. 전재는 장국영 특유의 메소드 연기, 그리고 콘서트 등에서 관객과 만날 때 항상 날을 세워 최고, 최상의 모습을 보이려고 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가령 <패왕별희>,<해피투게더>등의 영화는 주인공과 장국영을 따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밀착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장국영이 아니었으면 존재할 수 없던 영화들이었다. 후자, 즉 구속되지 않고 또 상처받지 않으려는 자유로운 영혼은 예컨데 <동사서독>,<아비정전>과 같은 영화에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장국영의 노래에 특히나 바람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도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p209)


우리 앞에 놓여진 인생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어떤 예기치 않은 일들이 내 앞에 놓여지게 되면, 그 변수들은 하나의 나비효과처럼 기존에 내가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어쩌면 우리 앞에 놓여진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면서,시시 때때로 동쪽으로 서쪽으로 오가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책 <상하이 센티멘털>을 쓴 저자 이종철씨도 그런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감히 예측해 보았다. 그건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상하이에 대해서 쓰기 위해서, 베이징이라는 어떤 특별한 공간에서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저자의 상황은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것은 저자의 인생의 하나의 변곡점이었으며, 상하이의 매력을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재미가 이 책에서 얻게 된다.


중국의 상하이는 작은 어촌이었다. 일본 지배와 서양의 조계지로 변하면서 상하이는 탈바꿈 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중국의 역사의 중심지였던 베이징과 달리 상하이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서히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중국의 돈과 자본이 상하이 곳곳에 스며들면서 과거 올드 상하이의 모습을 점점 더 사라지게 되고, 중국의 경제 중심지로서 상하이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서 상하이의 특별한 과거와 현재들을 조명하고 있으며, 중국의 과거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중국의 홍콩은 영화와 영화배우들이 몰려들었다. 1990년대 홍콩영화는 내 또래 친구들에게 특별함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성룡,이연결, 주윤발, 장국영과 같은 홍콩 배우들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특히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성룡이 쓰는 한국어 사용은 그에 대한 이미지와 장벽이 허물어들게 된다. 한편 중국 영화를 대표하는 공간은 홍콩 뿐 아니라 상하이에도 있었다. 저자는 상하이 유학 시절 이가흔과 같은 영화배우들을 보았으며, 그들의 일상과 영화촬영 장면들을 엿보게 된다. 더 나아가 상하이의 와이탄에 대한 기억들이 있으며, 루쉰공원이라 쓰고 홍커우 공원이라 부르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고 있는 상하이에 대해서 , 상하이의 과거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상하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제의 핍박에 피해서 독립운동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상하이에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영화 <장한가> 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 왕안이와 그녀가 남겨놓은 문학 작품 <장한가>를 소개하면서, 그 소설 안에 보여지는 주인공의 삶을 비춰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상하이라는 공간 속에서 ,상하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나열하고 있으며, 녹록하지 않는 삶의 터전 상하이와 주인공의 삶을 겹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마주하는 슬픈 감정과 그 슬픔의 근원지가 되는 상하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수평선으로 놓고 비교하게 되었고, 장아이링이 남겨놓은 에세이 <역시 상하이 사람이다>를 통해서 올드 상하이에 머물러 있는 그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한편 이 책에는 중국 경제의 중심지 상하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인구 2000만의 거대한 도시 상하이에는 백여개의 마천루가 있으며,아시아의 파리라 불리울 정도로 상하이가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 현재 과학발전의 주춧돌을 형성하고 있으며, 상하이 사람들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하이와 실제 상하이를 간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에세이적이면서,개인적인 삶을 소개하였으며, 사변적인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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