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과 그의 시대 - 위험한 법 기술자의 반면교사 현대사
김덕련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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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사건(1987년 8월 경기도 용인 오대양(주) 공장에서 32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재수사와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 관련 사항도 법무부 장관시절 김기춘과 관련해 심심찮게 거론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구원파에서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우리가 남이가' 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것을 통해 김기춘과 뭔가 유착 관계를 맺은 것 같은 분위기만 풍겼을 뿐, 구원파네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없다. 구원파에서 김기춘을 물고 늘어진 것과 별개로,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1991년 7월 오대양 신도였던 6명이 자수한 것을 계기로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해 8월 1일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자수 동기, 사채 행방, 집단 변사 사건 배경, 정치 세력 개입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정치 세력 개입 의혹을 언급한 부분은, 1987년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제기된 전두환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p251)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300여명의 단원고 학생이 죽음을 맞이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사고를 수습하기는 커녕 남의 일인것처럼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줬으며, 주요 보수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를 유병언과 그 가족들의 개인적인 치부로 바꿔 여론을 조성하게 된다.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였던 단원고 유가족을 언론을 이용해 돈만 밝히는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인 것처럼 여론을 바꿔 버렸다. 더 나아가 세월호 이준석 산장이 구속되고, 재판 받는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 사고들, 보수 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오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을 하는 앞에서 폭식 투쟁을 일삼게 된다. 이런 모습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분명한 현실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김기춘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춘은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그가 살아있는 권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시키려 했고, 노 대통령의 집 사저에 헬기를 띄우고, 버스를 들이민 것만 봐도 그러했다. 철저히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하고, 법비,법기술자로서 자신의 권력을 시시 때때로 바꿔 갔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 50여년간 자행했던 김기춘의 근현대사적인 문제들이 언제나 언론과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빗겨나 있었고, 그는 태풍 속에서 잔잔힘 배 위에 올라타면서 살아 남았었다.법꾸라지라 불리고, 왕실장이라 불리었고, 기춘대원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김기춘도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정윤회 부각,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빗겨나지 못하였다. 그동안 청와대 권력과 언론 권력, 검찰 권력까지 한 손에 움켜지고 있었던 김기춘은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남용함으로서 낙마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있었고, 당당하였다. 창문회 앞에서 야당 국회의원 앞에서 증거가 눈앞에 놓여져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여당 몇몇 국회의원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퇴장하게 된다. 하지만 최순실이라는 거대한 허리케인은 김기춘을 집어 삼켜 버렸다. 바람앞의 등불이라는 수식어는 이런 상황에서 절묘하게 김기춘 앞에 놓여지게 된다. 국민들은 당당했던 김기춘이 기침을 하고,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고, 씁쓸함을 금치 못하였다. 재판에서 아내의 병을 핑계삼아서 살아남으려 한 한갓 늙은 뒷방 늙은이에 불과한 김기춘을 보게 되었다. 권력이 무상하다는 것을 우리는 법조계의 산 역사인 김기춘의 50년 역사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경남고를 나와서 , 대학교 1학년 사법고시에 응시해 법관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게 되었던 김기춘은 스스로 평검사,꼿꼿한 검사라 불렀으며,  박정희를 만남으로서 날개를 달게 된다. 박정희의 독재 야욕와 김기춘의 처세술이 더해지면서, 한국의 근현대사른 큰 변곡점을 맞이 하게 된다.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불사조처럼 살아 남았던 김기춘은 문세광에 의해 육영수 여사의 죽음 이후, 김재규의 총탄에 죽음을 맞이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게 된다. 그는 전두환 정권 8년 동안 스스로를 그림자처럼 감춰 나가면서 도광양회라는 말처럼 스스로의 빛을 숨겨왔다. 그리고, 경남고 선후배 관계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나면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꿔갔던 김기춘은 언제나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 굵직한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그래서 그는 음지에서 일을 해 왔지만, 자신의 기록들이 만들어 지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권력의 실체, 권력의 나쁜 예는 김기춘의 인생사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병우 민정 수석이 부각되었을 때, 김기춘 비서실장이 부각된 당시 김기춘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책을 찾아봤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을 가지고 있었고, 전면에 내세운 권력자를 위해 일하는 그림자 같은 권력저였다. 한편 김덕련의 <김기춘과 그의 시대>가 전면에 북각되었다는 건 그의 권력이 사그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물론 검찰권력, 언론 권력은 살아있다. 하지만 그 권력의 중심에 김기춘이 없을 뿐이다. 이 책이 그의 삶을 기록하는 첫 시작이 되고, 그의 삶들을 분석하고, 한국 근현대사의 감춰진 비화들을 밝혀내는데 하나의 출발점이 될 거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김기춘에 대해서 분석한 저서와 논문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져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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