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 - 전신마비 27년, 하나님과 함께한 날들의 기록
윤석언.박수민 지음 / 포이에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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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해..
눈앞에 마실 물이 있어도 못 마시는 나나,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사먹는 자매님이나.
우리는 주님의 은혜가 없으면
목마르고 배고픈 사람들입니다

그랬는데, 답장이 왔다.

불쌍해요? 아닌 것 같은데.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세끼 꼬박꼬박 챙겨 드셨을까요?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고
그분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는
이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음이 
은혜이고, 기쁨이고, 영광입니다.

이제는 '불쌍하다' 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서 삭제하려 한다. 예수님의 제자에게 '불쌍하다'는 말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니까.(P144)


누군가의 삶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 아니면 불행과 마주하는 일인 걸까. 우리는 모두다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의 끝자락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던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던 말이다. 누군가 당연히, 마땅히 누리고 있는 일상들이 어떤 이들에겐 간절히 원하는 것임을 우리는 그 사실을 놓치고 살아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 당연히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는 ,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쓴 윤석언씨도 마찬가지였으리라. 17살 자일을 가지고 높은 산에 등반했던 청년은 그만 절벽 아래 떨어지는 큰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햇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교통사고로 인해,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 않았던 윤석언씨는 뇌와 목을 다치고 말았고, 사람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신경들이 멈춰 버리고 말았다. 죽고 싶었을 것이리라, 아니 죽는게 더 편하지 않았을런지. 이십대의 청춘은 그렇게 멈춰버리고 말았고, 삼십대, 사십대도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1991년 8월에 23살이었던 윤석언씨에게 찾아온 잔인한 시간들,그에게 일어났던 교통사고는 그렇게 청춘이 마땅이 가져야 하는 것들을 한순간에 빼앗아 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걸 잃어버리고, 생명조차 잃어버릴 수 있는 그 순간, 그 순간이 감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 자신이 감사해야 할 필요가 없는 그 순간에도 감사할 줄 알았다. 슬퍼하는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감사할 줄 알았다. 감사한다는 건 세상에 주어진 모든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24시간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운명, 어떤 것을 하더라도 지독한 현기증과 마주해야 하는 그 순간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느끼지 못하는 아픔이자 고통이다.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고, 스스로 일어나고, 자고, 씻는 것이 당연한 우리의 삶들이 윤석언씨에겐 의미있고, 가치잇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민폐라고 생각하였고, 불쌍함으로 비춰지는 순간이었다. 몸이 마비가 되어서 기도하는 그 순간에 괄약근은 그만 통제를 잃어버리고 , 주변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엄숙한 그 순간에 모두들 웃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일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 사명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눈앞에 지나가는 파리나 모기조차 스스로 제거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 그 존재는 그렇게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나갔으며, 자신의 삶이 세상 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삶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이 이 책 곳곳에 남아 있으며, 저자의 과거의 삶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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