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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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가리고 저자의 이름을 가린채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이 소설은 한국 소설보다는 서양 소설이 가깝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면면이라던지,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장소, 신비로운 인물 아첵이라는 현학적인 존재는 이 소설의 특징이 명확하지 않고, 지극히 철학적인 스토리 속에서 인간의 삶과 생활 양식에 대해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객관화한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폭력적인 속성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함께 협력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그래야만 인간의 영혼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으며,지구의 영혼 또한 온전히  보존되며,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영혼이 부실해지면서 지구의 영혼 또한 회복력을 읽고, 그로 인한 부작용들이 인간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있었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찰스 할아버지 리처드, 마티와 스코트, 리처드와 마리아, 그들의 관계 속에는 각자의 아픔이 숨어있었다.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 그들이 왜 살아가면서 흔들리게 되고, 정처없이 떠도는 이유는 분명해지고 있다. 소설 속에 또다른 인물 아첵은 바로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속에서 왜 그것이 세상 앞에 나타나고 있는지, 그들의 남다른 가정사와 마주하고 있다. 911 테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아들, 상처입은 영혼은 또다른 영혼과의 만남을 통해 치유하고 회복되어 진다. 아첵은 바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 자연과 영혼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남들처럼 살아가면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들은 연쇄적으로 또다른 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영혼 곳곳에 줄이 그어지게 된다.


영혼이라는 뜻을 지닌 아첵은 여기서 바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놓치고 있는 것,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우리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짐으로서, 그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같다. 그 본질을 연결시킨다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은 비로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영혼을 회복하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쿠야호가 강은 오늘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하늘의 구름은 동쪽으로 달리는 버펄로 무리 같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바람과 함께 귓가를 때린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나 그림자들이 예전보다 더 느려진 듯하다. 따뜻해지는 날씨 탓일까? 해가 갈수록 동물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숲 속의 움직임이 점점 없어지고 동물들의 몸놀림도 활기차지가 못하다. 요즘 들어 명상을 하면서도 피곤함을 느낀다. 정신집중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내 영혼도 몸과 함께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첵이라는 이름은 영혼을 뜻한다. 생명체들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해야 한다며 할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나자 지어주신 이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아주 강했다. 부족의 추장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족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긴 했지만.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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