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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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장, 좌정, 방석, 신념, 배역, 기도, 비겁, 단순, 욕심, 식탐, 자막, 분노, 시기, 귀향, 동지, 추상, 문법, 건축, 시련, 방향, 자유, 감각, 평안, 일치, 이주, 침묵, 패기   


책에는 28가지 단어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는 배철현의 삶에 대한 관조를 엿볼 수 있다. 나 자신을 응시하고, 나의 인생에서 채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아는 것, 수련이란 그 과정을 반복하는 하나의 지속적인 힘이자 연습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건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의 연결고리가 끊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의 삶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짐을 성찰하게 된다. 지혜라는 건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게 아닌, 최악의 선택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으며, 그 순간을 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대해 이 책은 '수련'이라는 하나에 화두에 다다르고 있었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최선을 다할 때 자연스레 나에게 다가오는 신의 선물이다. (p40)

미래는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부단히 수련할 때 만들어지는 예술이다. (p41)


그 어느때보다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목적은 미래를 예측함으로서 성공이라는 과실을 얻기 위해서이다. 남들보다 먼저 예측하고, 통찰력을 발휘한다면 그것이 나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돌이켜 보자면 유명한 몇몇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면 그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한걸음 앞장서 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 중요하다 해서 현재를 놓쳐선 안된다는 사실을 배철현 교수는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나에게 찾아오는 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수련을 통해 나가 원하는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신의 선물이며, 부단한 수련이 우리에게 요구된다. 


나를 위한 최선의 경주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이다. 마치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들이 각 구간마다 최적화된 전략을 짜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성공적인 완주의 비밀인 것처럼 말이다. (p123)


달려보면 안다. 42.195킬로미터의 거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거리가 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풍경을 보면서 달린다면 그 거리는 짤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 나는 42.195키로미터의 주로에서 페이스메이커를 하면서 그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초보자들의 페이스를 도와주는 역할이 바로 페이스메이커가 하는 일이며, 매구간 통과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항상 느끼지만, 주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페이스메이커의 완주 전략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완주할 때 기록을 위한 달리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조금씩 욕심을 낼 수 있다. 초보자들은 완주에 대한 걱정을 생각하지만, 10번 이상 완주한 아마추어는 훈련량이 부족해도 완주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적은 연습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 휩쓸리게 되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중심을 잃어버린다.엘리트 선수가 100m 18초 대로 달린다면, 아마추어는 24초대를 달리면 인정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달리면서 느끼는 욕심은 끝이 없다. 특히 초반 1초를 앞당기려는 욕심은 마지막 10km 를 남겨놓고 휴유중에 시달릴 수 있다. 마라톤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지만 온전히 나의 과거와 싸우는 경기이며, 도로의 사정에 따라 기록을 차이가 날 수 있기에 전략을 잘 짜야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서울 동아마라톤에서의 페이스대로 시골 벽촌 에서 그대로 달리다간 자칫 부상을 입고 완주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의다 끝난 뒤 나의 분노를 응시해보았다. 분노는 일을 해결하기보다 망치게 한다. 또한 분노는 상대방에게 쉽게 전염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도 화를 낸다. 너도 나도 모두 화를 내면 일을 그르친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분노가 자신의 삶의 강력한 연료라고 자신있게 말하곤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으므로 자신이 성공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p151)


과거보다 분노가 많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나의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다른 사람의 분노가 나에게 전염된다. 작은 일에 분노를 하는 건 어리 석은 일임에도 나는 그걸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는 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내 삶을 응시하고, 나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분노가 많은 사회에서 나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의 분노가 나의 분노를 싹티우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응시하는 습관과 시간이다.


그동안 읽었던 배철현 교수님의 책이 무거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수련> 은 그에 비해 가볍고 인문서라기 보다는 에세이 느낌을 받게 된다.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는 건 언제나 힘들다. 매 순간 감정이 흔들리고, 누군가의 예기치 않은 행동에 분노할 수 있다. 그 순간을 잘 다스리믄 것이 바로 지혜이며, 지혜는 나 자신을 흔들리지 않게 하고, 웅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삶을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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