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놓여진 삶은 계획대로,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때로는 무모하게 어떤 일에 도전하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나의 욕심과 충돌할 때도 있다. 정답인 줄 알았는데,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눈물을 펑펑 쏟는 경우도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마냥 좋은 길로 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현실 앞에 놓여진 울퉁불퉁하고, 자갈길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그 길이 ,시간이 흘러 땅을 치고 울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도 놓치고 있다. 이 소설은 무언가 우리의 꿈과 희망에 대해 말하면서,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진실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며, 마음은 진실을 원하지만, 현실은 거짓부렁이와 함께 하는 주인공 티아 먼로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된다.


"헬렌 란스키 아세요? <뉴욕타임스> 푸드 섹션 에디터였고 레스토랑 비평도 하시고, 이제 요리책 저자이기도 하고..." 
"헬렌! 그분이야 당연히 알죠!"
그는 내가 자신이 헬렌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는 점에 불쾌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것 같았다. (p16)

티아는 헬렌 란스키를 보기 위해 뉴욕에 왔다. 마냥 그를 보기 위해서 뉴욕에 온 건 아니었다. 티나는 자신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뉴욕에 온 것이다. 그가 뉴욕타임스에 정기적으로 싣는 레스토랑 비평 기사는 티나에게 있어서 흥미로웠고, 추앙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미각이 미래엔 헬렌 란스키가 되기 위한 하나의 재능이다. 하지만 티나는 헬렌이 아닌 마이클 잘츠와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함께 동반자로서 길을 걸어가게 된다. 그 길은 티아가 처음 의도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 마이클잘츠는 티나가 필요했고, 티나는 마이클 잘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푸드 평론가는 티나의 재능을 적극 이용하게 되었다. 


"음, 네 그러네요. 아주 얇고 바삭거려요. 치킨 껍질처럼요. 이거 보세요. 이게 생선 요리와 붙어 있네요.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진저브레드 퓨레와 크랜베리빈 소일이에요. 아주 독특해요. 진저브레드가 아구의 살과 근육을 풀어주는 것 같아요. 빈 소일은 혀를 살살 긁어주면서 맛의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려요. 어떤 카테고리에도 넣을 수 없다는 점이 더 흥미로워요. 에스닉하지도 않고 시장에 휘둘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만의 개성이 있어요."(p241)


티나의 맛에 대한 평가는 그대로 마이클 잘츠의 레스토랑 평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대중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결코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었다. 티나는 마이클 잘츠에게 신뢰였고, 마이클 잘츠가 레스토랑에게 던지는 별의 갯수가 바로 대중들이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을 선택허는 기준이 된다. 그의 말과 글 속에 존재하는 신뢰는 진실로 포장된 거짓이었다. 이런 평가들에 대해서 처음엔 그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라면 티나의 입장에 놓여진다면 어떻게 될까 곰곰히 생각하고 따지게 된다. 22살 대학생으로 뉴욕에 머물러 있으면서, 처음 자신이 원했던 꿈은 아니지만, 그 꿈을 이루기엔 마이클 잘츠만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유혹의 손길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였고,티나는 그의 손을 잡게 된다. 티나는 그렇게 선택하였고 결정하였다. 그 선택과 결정은 강요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티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는 것이 처음엔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지만, 그것이 어느새 쥐구멍에 숨고 싶은 부끄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나까지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마이클 잘츠만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내 이름은 보호하고 싶었다. 물론 팰릭스나 다른 사람이 나를 폭로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마이클 잘츠가 먼저 파괴되길 원했다.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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