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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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그 친구를 만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김중혁,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때 받았던 두권의 노란 학급 문집에는 반아이의 별명이 '중','스님','땡중'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그 친구와 다시 만났고, 3년 내내 친구이면서 웬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때 수학 여행에서 같이 찍은 사진 속에 김중혁이 있었고, 그 아이는 고 3 땐 머리를 빡빡 밀어서 , 말 그대로 땡중이 되고 말았다. 만약 그 아이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 내 앞에 놓여진 또다른 김중혁, 소설가 김중혁에 대해서 병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을 거다. 내 삶의 스펙트럼 속에 남아있는 김중혁에 대한 기억이 또다른 김중혁이 남겨놓은 일상과 겹쳐지게 되고, 소설가 김중혁이  남겨놓은 몸에 관한 에세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몇 개의 선택 중에 가장 나은 선택을 고를 수 있다면 세상에 나쁜 일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P38)  문장에 피식 웃고 말았다. 방금 전에도 또다른 선택을 하였고, 그것에 대한 후회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선택에 대한 책임, 그 책임은 현대 사회로 나아갈 수록 더 무거워지는 것같다. 거기에 대한 배려나 여유도 없이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 뿐 아니라 누군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선택은 후회로 귀결되고, 수많은 자기계발선에는 후회보다 반성하라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후회하고 살아간다.


약도를 더 이상 그리지 않는 순간 나는 지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도가 과연 정확할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도 그리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P115) 여행을 떠나거나 낯선 곳에 갈 때면 지도책은 필수 였다. 전국여행지도가 서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고 자동차에 필수 물건 중 하나가 지도책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삶을 바꿔 놓은 스마트폰이 내 앞에 놓여져 있고, 그것을 24시간 끼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면, 찾아갈 수 있고, 인간의 감각과 몸을 대신해주는 문명적인 이기,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버렸다.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고,누군가 위치를 물어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전혀 모르는 곳에 가도 네니버 창을 클릭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우리거 누군가에게 위치를 물어본다는 건 스마트폰이 없거나 검색하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이며, 그들에게 때로는 약도를 그려가면서 가르쳐 줄 때도 가끔은 있다. 당연했던 일상이 어느새 잊혀지게 되고, 그것이 다시 내 앞에 놓여질 때 반가움이 들 때가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약도 그리기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자신의 당연했던 일상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한 또다른 게 아닐까 싶다. 


진화된 운동화의 부드러운 쿠션이 오히려 쉽게 균형을 잃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신발을 신은 이들보다 가장 비싼 신발을 신은 이들이 달리기에서 부상을 입을 확률이 123퍼센트 더 높으며, 밑창이 부드러울 수록 달리기 주자는 땅을 더 세게 디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발보다 신발을 믿는 순간, 발에는 치명적인 충격이 올 수 있다. (P53) 나에겐 웬수 같은 또다른 친구가 있다. 그의 이름은 전형욱이다. 고 3 때 학교 내에서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장거리 달리기에서 1등 하였고, 2등과의 격차가 두 바퀴 이상 벌어졌다. 그 친구로 인해 나는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면 버스나 자전거를 타지 않고, 뛰어서 집에 뻘뻘 거리면서 가게 되었고, 그것은 일년 내내 반복되었다. 결국 나는 그 놈(?) 때문에 성장이 멈춰 버렸고, 중학교 때 나랑 같은 키였던 반 아이가 지금은 대부분 180CM 가 넘는다.그 친구 덕분에 나는 대학교 교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완주하였고, 강원도 삼척 황영조 마라톤 대회에서 탈진해죽을 뻔 했다. 그리고 나는 취미가 마라톤이 되고 말았다. 그 친구는 웬수이면서 고마운 친구다. 마라톤에 취미를 가지게 되면,아마추어 마라토너 사이에 부는 신발에 대한 관심, 그들은 매일 기록 자랑을 하고, 신발 자랑을 하기 바쁘다. 그러나 그들에게 찾아오는 복병이 있었으니, 예기치 않은 부상이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신발에 집착하게 되면서 생기는 또다른 문제였으며, 그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부상 중 하나가 발바닥에 생기는 족저근막염이다. 그들은 자신의 발보다 신발을 더 믿었던 것이며, 그것이 큰 부상과 연결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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