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정부에서 감성정부로
박상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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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약력을 보면 (재)대전문화재단과 (매) 울산문화재단 이사로 일했던 기록이 나온다. 전국 80개의 문화재단 중 두 곳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문화란 무엇이며, 광복 이후 국민이 바라보는 문화에 대한 인식은 어느정도인지 살펴보고자 한다.정부의 문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잘 나타나 있으며,관료화되고 있는 문화재단의 현주소와 문제점울 집어나가고 있다.


1972년 이후 문화육성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대한민국에 만화 발전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여기서 문화에 대해 정부의 입장,문화의 주체가 되는문학인, 예술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었으며, 정부는 그들을 관리, 통제 하는 데 열을 올리게 된다. 문화와 정부는 대등한 관계가 아닌 정부가 상위에 있는 수직적인 관계이며, 문화 관계자는 하위 개념으로서 때로는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현상은 군부 독재정권하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들은 문화정책을 만들면서 문화인들에게 지속적인 간섭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때로는 그들은 탄압해 왔다. 저자는 그걸 '손뼘 길이 원리'라 일컫고 있으며, 앞으로 정부의 문화 정책이 '손뼘 거리' 에서 '팔 길이 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팔 길이 원리'는 어떤 의미와 성격을 지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역 문화재단에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관리하는데서 그치는 정도이다. '팔길이 원리'가 현실이 되면, 문화 정책은 문화에 있어서 비전문가인 공무원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재의 문화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정책을 주도하는 이가 바로 문화인이 되는 것이며, 문화 컨텐츠 생성이나, 다양한 문화정책들을 문화인 스스로 주도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문화인이 원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며, 그들은 정치의 소도구가 되고 있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갈 수 있다. 종종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선심성 문화 지원이 이뤄지고 그들이 노골적으로 정치 유세와 홍보를 펼치느 걸 보면서 저자가 문화에 대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외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문화의 행정화'가 아닌 '행정의 문화화'가 문화인, 예술가들이 꿈꾸는 문화정책이며, 현실적인 문화진흥이다.


한해 대한민국에 1000여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저자는 이 축제에 대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많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는 축제가 많은 게 아니라 축제가 천편일률적이고, 다양하지 않다는데 있다. 한 지역에서 어떤 축제가 잘 되고 인기가 있으면, 타 지역에도 비슷한 축제가 기획되고, 점차 비슷한 축제들이 들어나 버린다. 그건 문화 정책을 공무원이 주도 하고 있기 때문이며, 창의력이 사라진 문화 정책들이 정치인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아닌 예술가들이 축제를 주도하게 되면,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축제가 아닌 다양한 컨텐츠가 등장하는 말그대로 축제다운 축제가 기획될 수 있다. 


과거의 정부의 형태는 이성 정부였다. 효율적이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정부, 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폐단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원을 하지만 그 지원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고 엉뚱한 곳에 지원되는 경우가 다수이며,저자가 감성정부를 내세우는 이유는 바로 감동을 주는 문화로 바꿔 나가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은 문화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 문화에 대한 컨텐츠를 소비하고 다시 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책에서 말하고 있는 감성 정부의 실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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