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감각 - 파리 서울 두 도시 이야기
이나라.티에리 베제쿠르 지음, 류은소라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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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이나라씨와 프랑스 남자 티에리 베제쿠르가 프랑스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다. 1973년생 이나라씨는 프랑스에서 2013년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과 파리를 오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쓴 책 <풍경의 감각>은 프랑스 남자가 본 서울의 모습과 한국인 여성이 본 파리의 모습이 교차되고 있으며, 두 지역의 문화적 특징과 그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나는 저자 이나라 씨의 프로필 중에서 1973년생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라는 건 나이를 무시하고 지나간다는 건 쉽지 않다. 책 곳곳에 배여있는 저자의 삶에 대한 패턴이나 경험들을 들여다 보면 지금은 사라진 풍경들이 있다. 비둘기호가 사라지고, 통일호가 사라지면서 간이역을 지나가는 기차역은 점차 잊혀지고 말았다. 사람들 사이에 보여지는 그런 모습들은 나에게 익숙한 풍경들이지만 어느새 지워지면서흐릿한 추억으로 바뀌고 말았다. 여기서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무언가 동질감과 이질감이 교차된다. 프랑스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건물이 서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 건물과 건물이 이어지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다. 이어짐과 단절, 이 두가지만 보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쉽게 파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울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아파트 문화는 이방인들에게 호기심을 저극시키고, 그걸 관찰하면서 연구하게 된다. 특히 강남 노른자 땅에서 불편하게 사는 사람들의 자화상은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우리들의 독특한 모습이다. 


프랑스의 종교는 그들의 삶과 일치한다. 프랑스 곳곳에 있는 교회는 열려있는 공간이며, 그 종교를 믿지 않은 사람이라도 얼마들지 들어갈 수 있다. 반면 서울에 있는 개신교 교회는 그렇지 않다. 교회는 닫혀 있는 공간이며, 신자들을 선별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두 나라의 모습은 종교에서 차이라 나며, 티에리 베제쿠르는 한국의 절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되었고,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나라의 나이에 눈길이 들어왔던 건 1970년대 초반 세대의 공통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어서다. 책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며, 2008년 광우병 사태와 서울광장의 모습, 2014년 광화문 광장 세월호 집회, , 2017년 촛불 집회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는 서울 광장이 있지만, 파리에는 파리 광장이 없다. 그렇지만 그들에겐 마음 속에 광장이 있으며, 프랑스 사람들은 무언가 하기 전에, 변화를 추구하기 전에 사유를 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 사유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는다. 건물을 해체하고 새로짓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과 파리의 보존 문화는 여기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파리 사람의 눈에 서울은 이상한 도시로 비춰질 수 있고, 우리는 파리를 낡은 도시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사유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예기치 않은 문제점을 낳고 만다는 걸 우리 스스로 체험하고야 말았다는 사실 말이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수용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쉽게 파괴하는 서울의 자화상이 자꾸만 씁쓸함으로 비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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