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흑역사 - 하 한국 재벌 흑역사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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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은 근대화와 함께 100년도 안 되는 단기간에 여러 방법으로 급성장한 기업들이라

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재벌의 탄생과 현재까지의 흑역사를 모아놓았다.

롯데는 재일교포인 신격호가 일본에서 세운 기업으로 처음에는 큰 야심은 없었는데 박정희의 재벌육성계획에 어쩌다 응해서 흥한 후로 정부의 힘을 알게 되어 그 후로는 이를 적극 활용해서 성장해갔다. 보수적이고 비밀스러운 기업경영, 복잡한 기업내부관계도가 인상적이다. 형제 간의 다툼이나 갑질 이야기 부분도 대단하다. 농심, 푸르밀 등 유명한 회사들이 가족다툼으로 롯데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국적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SK야말로 연줄로 성장한 회사인 것 같다. 적산불하로 시작해서 어떻게 유공을 먹고 한국이동통신을 먹어서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여기서도 물론 갑질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베테랑의 유아인 에피소드가 여기에 나온다.

뉴스나 다른 책에서 보았지만 잊고 있었던 일들도 많았다.   

이렇게 흑역사를 모아놓고 보니 면면이 참 대단하다.  

하권을 먼저 읽었지만 삼성, 현대를 다룬 상권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저자의 의견이나 평가가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었다는 것.

팟캐스트로 진행한 내용을 정리해서 그런 것 같은데(팟캐스트를 들어본 적은 없다), 책이라는 매체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좀더 드라이하게 썼어도 좋았을 것 같다. 판단은 독자들이 알아서 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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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0
한국여성의전화 지음 / 오월의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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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013년에 실시한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 조사한 기간을 기준으로 가정 내에서 신체, 정서, 경제, 성적 폭력이 일어난 비율은 45.5%였다고 한다. 흔히 폭력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물리적 폭력보다 개념을 넓게 잡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짐작되지만(이 기준을 적용하면 내 주변에도 꽤 된다), 그래도 '체감하는' 것보다 그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 책에서 설명된다. 가정폭력이 발생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고, 그나마 외부에 드러난 가해자 중에서도 기소되는 비율은 8.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폭력의 강도가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다르지 않은데도 가족과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감춰지며 더 오랜 기간 자주 이루어진다. 

이 책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머물렀던 가정폭력 여성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때도 많았고 마음이 너무나 아프기도 했다. 모두 심한 물리적인 폭력(대체로 언어, 정서적 폭력도 함께)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폭력을 당한 경험을 말한 부분은 특히 읽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성장과정과 결혼생활 전반에서 겪은 일들도 정말 끔찍했다. 폭력적인 원가정, 아들이 그렇게 폭력을 휘두르고 망나니같이 구는 것을 보고도 아들 편만 들고 며느리를 욕하는 시가, 사정을 알면서도 가정을 지킬 것만을 종용하고 딸을 지켜주지 않는 친정, 별것 아니라며 사건을 외면하는 경찰...처음에는 그렇게 오랜 기간 고통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 끝내 가정을 지킨 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절망감과 무력감은 짐작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 상황에서 끝내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이야기를 들려준 글쓴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대신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이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가정은 폐쇄된 세계다. 가정을 ‘이해와 배려의 영역‘으로 포장하면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을 감추고, 노동력 재생산을 가정의 기능으로 설명하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평가되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사회의 기본단위는 가정‘이라며 가정 속의 개인은 삭제한 결과다. 하여 가정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실 (알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세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당연히 은폐될 수밖에 없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 ‘가족이기 때문에‘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대응하면 폭력이 심해지므로‘‘내가 잘못한 것이므로‘......폭력 피해를 입고서도 ‘그냥 있었던 이유‘들이다. 다시 말해, 남모르는 사람에게 당했다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폭력이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이라는 이유로, 보복이 두려워서,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에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은폐된다. 검찰 접수 후 기소조차 되지 않는 비율이 50.4%, 가정보호사건 송치비율은 39.1%이고, 기소율은 8.5%(구속률 1.3%)에 불과하다(가정폭력사건 접수처리현황, 법무부 2015년).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고작 1.3%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 사실상 가정폭력은 사법체계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시 말해, 두 통계를 단순 교차했을 때, 1만 명이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다면 그 중 130명만 신고를 하고, 11명만 기소되며, 기소된 이들 중 오직 1명만이 구속된다고 할 수 있다. 기소 이후의 처리 결과는 통계의 부재로 알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피해자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현실. 돌아가면 다시 함께 살아야 할 가해자 앞에서 처벌을 원하느냐고 묻는 현실.
가정폭력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악순환을 깰 수 있다. 그 모든 인식과 제도가 그것을 은폐한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통해 그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겪는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 나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통해 말이다.

막상 경험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건 폭력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부정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 속에서 결국 ‘내 잘못이 아님‘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새겨온 경험, 이것을 다시 글로 옮긴다는 것은 폭력을 다시 경험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기부정을 이겨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들의 용감한 이야기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넘쳐서 결국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과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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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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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은 이걸로 세권째이다. 한국이 싫어서, 5년만에 신혼여행에 이어 이 책 <당선, 합격, 계급>.
이 책에서는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한 공모전 제도와 등단, 작가지망생들의 준비과정, 문단과 출판사, 여기에 영화감독 지망생, 대기업 취업준비생, 교사, 로스쿨 제도에 이르기까지를 망라하여 당선, 합격이라는 제도와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계급과 차별, 배제를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정보의 대대적 공개와 공유를 통해 그 간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평가, 선택의 폭을 넓히자고 제안한다. 한국문학의 경우에는 독자들의 문예운동 ㅡ활발한 서평 공동체 ㅡ과 출판의 기회를 넓힐 테마소설집을 제안하는데 신선했다.
다만 당선/합격의 기준점이 어디인지-예를 들어 영화아카데미 과정에 들어가 영화제작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개봉이 예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되는 소설공모전 당선과 비슷한 것 아닌가, 기업합격의 경우에는 어떠한지-객관적으로도 좋은 기업에 이미 들어간 후 그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유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그러므로 등단작가와는 다른 것 아닌지, 그 또한 무너뜨려야 할 어떠한 권위이거나 간판인지, 그러할 필요가 있는지, 책이 잘 안 나오거나 안 팔리는 등단작가가 책이 잘 팔리는 미등단 작가보다 과연 계급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작가지망생/영화감독지망생/대기업/로스쿨/ 교사 제각각이 합격/당선, 그 후의 직업여건이니 업무의 성격이 달라 하나의 논리로 뭉뚱그려 주장할 부분은 아닌데 어느 부분은 그냥 아니꼬와서 집어넣은 것 아닌지(맥락이 정확히 맞는 것 같지도 않고 공채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건 알겠지만 사족인 듯) 문단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많았고 디테일해서 재미있었는데, 잘 모르지만 작가가 말한 밀리의서재 시스템은 이미 알라딘에서도 땡스투 적립금 제도로 어느 정도 하고 있는데, 그런 정도의 생각이 들기는 했다.
사실 공모전 합격이나 등단, 그게 작가지망생이나 문단 내의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나처럼 등단 여부는 잘 확인도 안 하고 알지도 못하며 한국소설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그게 뭐 당선 합격씩이나 되는 중요한 이벤트인가 싶다.
하긴 일단 등단이나 공모전 합격을 해야 일단 출판기회라도 얻고 책을 고를 때 출판사를 참조하기도 하니(특히나 깜깜이 한국소설은) 결국 그게 권력이라는 것인가...그렇다면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있겠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찾아 읽게 된다. 소재와 제목 때문인지. 기자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일까 그때문이라는 것도 나의 편견일까, 여하튼 지금 핫한 소재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고 제목을 읽어보고 싶게 뽑아내며 뒤가 궁금해지게 쓴다. 시원시원하게 큰 그림을 그리고 다방면으로 자료조사를 하는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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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옛날과 오늘.

서울은 이방인인 나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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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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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서울의 확장, 변천과정을 법 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 “강남의 탄생”이 카더라에 많이 의존한다면(그래서 잘 읽히기도 하지만), 이 책은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인과관계를 설명해준다.
다만 대담 형식을 담은 책이라 그런지 판단이나 평가에 대한 근거가 딱히 없는 부분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왜??라고 묻거나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권에 대한 글쓴이의 호오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에 따라 정책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는 것 같다. 사실과 글쓴이의 평가를 구별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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