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 용기를 내서 찾아갔는데도 말 한마디 못 하고돌아가는 분들도 있대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침묵도 치료의 일환이고 과정이라고요. 용기가 날 때까지 기다려주식는 거죠. 억지로 끄집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 P18
누군가가 자신의 아픔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 그걸 듣는 저도 제 이야기를 좀 편하게 털어놓는 거 같아요. 작가가 너무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니까 제 안에 묻어뒀던,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던 상처들이 떠올랐어요. ‘드러내기‘의 힘을 크게 느꼈고, 저도 그 상처를 드러내려고 글을 적어봤거든요. 생각보다 심플하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을 자주 선물했어요. - P21
유지영 나는 간혹 고기를 먹지만, 스스로 나의 메뉴를 정할 수 있을 때는 고기를 주문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 P24
정혜윤 채식하는 사람들은 "너 그러면 채소도 먹지 말지. 채소는 안 아픈가"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요. 그것도 중요한 질문이에요. 식물은 뭘느낄까. 알면 너무 좋겠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무엇을 바꾸지 않기 위한 근거로 어떤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어떤 말을 할때 그것이 변화를 막는 도구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너 고기안 먹어? 나도 안 먹어볼까" "사실 우리 고기 좀 많이 먹지?" 이렇게 말한다는 건 대단히 훌륭한 일이에요. - P27
쿤데라의 같은 책에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의미를 찾으려고 살아간다‘는 내용의 글이 있어요. - P31
유지영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인)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씨, 그분은 아무도 이 문제를 모를 때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설명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토씨까지 똑같아졌어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말해요. 그걸 다 견딘 거예요. 만일 누군가가 뭔가를 이루었다면 그 숱한 다시, 다시, 다시를 이룬 거예요. 굉장히 지치죠. 그런데 그렇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 P33
김시녀 ‘금수저‘ 가정 말고는 다 노동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살아갈 텐데, 어느 현장에서 일하는 병들고 다치면 누구나 치료받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 P39
배복주 저는 많은 사람과 연애를 했어요. 그런데 특히 비장애 남성과 연애하면서 그 사람의 가족을 만날 때는 여성이 아닌 장애인으로 무성화되는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은 아픔이죠. 누구에게나 연애의 각본이 있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 연애의 각본 안에서 움직이지만 장애 여성의 각본은 조금 더 복잡하게 꼬여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P47
유지영 대개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지능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모든 글쓰기 행위는 몸에 귀결된다. - P50
유지영 그는 역으로 자신의 몸을 그리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그림이 모두 그린 사람 자신을 닮아 있었다’는 걸 발견했노라 말한다. 관찰당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다시 자기만의 시선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일. 훗날 이슬아의 작가론을 쓴다면 나는 이 대목이 아주 중요하게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 P51
곽민지 폴댄스는 대상화되기 쉬운 운동이에요. 그런데 폴댄스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대상화에서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많이 해요. 전에는 보들보들하고 가느다란 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피부도 하는일이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피부 표면으로 폴에서 버티고 내 몸의모든 부위가 폴 위에서 기능하기 때문에 대상화에서 굉장히 자유로워져요. - P69
내가 내 외모를 비하하는 일도 상대방에게 외모스트레스를 부추기는 것이 되는데, 이를 몰랐던 시절도 있었어요. 여성으로서 내 몸이 얼마나 대상화되었는지 인식할수록, 폴댄스를 할수록 과거의 나를 수치스러워하게 되는 거예요. 예전에 나는 왜 그런생각을 했지‘라면서요. - P72
강혜민 사무실에 들어올 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같이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랑 같이 들어오려면 지하철을 타거나 저상버스를 기다려야 해요. 무진장 오래 걸리죠. 이 사회가 장애인의 시간과 비장애인의 시간은 달리 쓰게 만들었으니까요. 어떤 분이 교통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함께 있는 걸 방해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좀 덜 방해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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