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통 - 안나 스위르


나의 고통은

쓸모가 있다.


그것은 나에게

타인의 고통에 대해 쓸 특권을 준다.


나의 고통은 하나의 연필

그것으로 나는 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내가 좀처럼 쓰지 않는 물건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허비되고 있는지 퍼센티지를 매겨 보자. ... 우리는 집 임대료나 은행 담보 대출금을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데 허비하고 있다. 


사람들이 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언젠가는 분명히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다행히, 버린 물건에 대한 아쉬움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임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후부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물건을 버리고 나면 다시는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설사 필요해진다 해도 비슷하거나 더 나은 물건이 적절한 시간에 등장하게 된다. 


물건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물건에 나의 추억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 행복했던 시절의 선물이나 기념품 등을 간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때의 일이다. 


우리의 행동 방식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나 두 사람 모두가 잡동사니를 모아 두는 습관을 가졌다면 그 자손 역시 잡동사니 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다. ... 지금 자신의 잡동사니 수집벽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의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더 좋은 물건이 내게 찾아오게 하려면 낡은 물건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돈의 기능은 소유에 있지 않다. 그것은 쓰임에 있다. 돈을 써야하는 주목적은 경험을 사기 위함이다." - 스튜어트 와일드 <영원한 자아>


잡동사니 서랍에 관한 나의 조언은, 하나 정도는 마련해 두라는 것이다. 여러 서랍 중에서 하나를 잡동사니 서랍으로 정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던져 넣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옷의 20%만으로 일상생활의 80%를 지낸다. ... 이제 한 가지 결심을 하자.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절대로 옷을 사지 말자! 어차피 사 봤자 그 옷은 80%의 옷 더미에 파묻힐 것이며 결과적으로 헛돈을 쓴 것이 될 뿐이다. 


무엇이든 거부할수록 집요하게 따라 붙는다.


남겨야 할 책들은 오로지 지금의 나를 대변하고, 미래에 내가 의도하는 '나'를 대변하는 책들뿐이다. 여기에다 자주 사용하는 참고 서적을 보태고, 마음으로 깊이 사랑하는 책, 나와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는 책을 몇 권만 남기도록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나로부터 떠나 보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에 대한 나의 조언은, 역시 버리라는 것이다. ...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물건들은 강하고 역동적인 에너지장을 가진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능력이 저하되고 의욕상실이라는 에너지를 가진다. 따라서 이 선물들은 우리의 에너지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소멸시킨다. ...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는 않고 그렇다고 버릴수도 없다면 그 선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면 된다.


어릴 때부터 소유에 대한 판단력을 가르쳐서 미래의 잡동사니 중독자가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치우는 습관부터 가르쳐야 한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면 보관 장소를 함께 결정하여 청소할 때 어디에다 놓아야 할지 아이가 정확히 알도록 하자.


가장 어려운 부분은 타성을 극복하고 마침내 청소를 시작하는 데에 있다. 일단 시작만 하면 일을 계속해 낼 에너지는 저절로 생겨나게 된다. 


1.쓰레기 상자-순전한 쓰레기를 위한 상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상자다.

2.수리상자-수리,교체,개조 등이 필요한 물건을 넣되 반드시 자신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물건만을 넣도록 한다. 물건마다 수리 기한을 정해 두어 반드시 지키도록 하자.

3.재활용상자-재활용 될 수 있는 물건, 남에게 팔거나 교환하거나 선물할 수 있는 물건들을 넣는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상 밖으로 그 물건을 풀어주는 것이다. 

4.통과용상자-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가야 할 물건들을 넣는다(다른 방으로 가야 할 물건들, 혹은 잡동사니를 다 치우기 전까지는 정확한 위치를 결정할 수 없는 물건들을 넣는다).

5.딜레마상자-붙잡아야 할지 보내야 할지를 여전히 결정하기 힘든 물건들을 넣는다.


옷장 안의 옷은 색상 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진들은 성인의 장에서 모유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아기 때 먹었던 음식물의 찌꺼기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양의 숙변을 장 속에 넣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일어날까 봐 걱정스러운 일보다는, 일어나길 바라는 일에 더 많은 생각을 쏟자. 


비판과 판단은 쓸데없는 소모전이다. ... 끊임없이 남을 험담하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정신이 잡동사니로 가득하고 인생에 있어서도 결론이 없다. ... 어떤 종류의 스캔들이나 가십에도 관여하지 말고 듣지도 말라. 상대방의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면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것임을 자신과 약속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와 나눈 대화 - 윌리엄 블레이크



나의 탄생을 주관한

천사가 말했다.

'기쁨과 웃음으로 만들어진

작은 존재여

가서 사랑하라,

지상에 있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일러 주고 깨우쳐 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책을 읽었기에, 막히는 구절이 나오면 답답한 마음을 견딜 수 없었다. 얼굴은 먹빛처럼 어두워지고 앓는 사람마냥 끙끙대는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뜻을 깨치기라도 하면, 나는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크게 고함질렀다.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깨진 내용을 몇 번이고 웅얼거렸다. ... 온종일 방에 들어앉아, 혼자 실없이 웃거나 끙끙대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책만 들여다보는 날도 많았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간서치'라고 놀렸다.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말이다. 나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나의 호, 청장은 푸른 백호를 말한다. 청장은 고요히 물가에 살면서, 눈앞에 지나가는 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먹고사는 맑고 욕심 없는 새라고 한다. 하늘처럼 미더운 새라는 뜻인지, 하늘도 그 고요한 성품을 믿는 새라는 뜻인지, 사람들은 '신천옹'이라고 높여 부른다.



박제가의 시는 참으로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 그 가운데 나는 이 시를 특히 좋아했다.


'붉다'는 그 한 마디 글자 가지고

온갖 꽃을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꼼꼼히 다시 한 번 살펴봐야지.


언젠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박제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득공의 마음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려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어머니의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는 그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있다고 했다. 어쩌겠느냐,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하도 여러 번 들어서 그런지 내 귀에도 자연스럽게 익은 말이다. 잘못을 저지른 그를 감싸 주며 다독이던 그날 밤 어머니의 목소리.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준 핏줄은 서러웠지만, 사랑이 담긴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의 가슴에 따스한 피를 돌게 했다. 나의 벗 유득공은 그러한 따스함을 세상과 벗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책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고, 너무나 잘 맞는 서로에 오래도록 취하였다. ... 다른 벗들도 모두 책보기를 즐겨 하였으나, 이서구와 나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였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적절하게 씌여졌는지 파고들었다. 알려지지 않은 귀한 책일수록 손으로 옮겨 쓴 필사본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나오면 다른 책들을 찾아보거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잘못된 곳을 바로잡았다. 그러고는 서로 맞추어 보았는데, 대부분 서로의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신분의 굴레가 있는 현실 속에서 나와 같은 서자들은 변두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일생을 놓고 보면 누가 중심이고 누가 변두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스스로가 중심인 것이다. ... 지구가 둥글다는 담헌 선생의 말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모습에 대해서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변두리 자그마한 나라에 산다 하여 큰 나라의 눈치만 보지 말고, 피어날 길 없는 신세라 하여 주눅들지 말고 당당히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담헌 선생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음악과 천문학, 수학뿐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실제 생활에까지 이어졌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사회, 그로 인한 억울함이 많은 사회, 나라 살림을 잘못해 늘 문자가 부족하고 백성이 어려움을 겪는 사회는, 선생이 생각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아니었다. 선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바꾸려면 여러 가지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하셨다. 


청나라의 황제 건륭제는 "천하의 모든 책을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 중국뿐 아니라 중국과 교류가 활발한 세계 여러 나라의 책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 1782년에 만들어진 <사고전서>는 무려 칠만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오랑캐 나라라 하여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하는 동안, 그들이 이룬 업적은 대단하기만 하였다. 전하는 사신 일행이 중국에 갈 때마다 진귀하고 새로운 책을 수집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가지 기술 - 엘리자베스 비숍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본래부터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리라. 문 열쇠를 잃은 후의

당혹감, 무의미하게 허비한 시간들을 받아들이라.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더 빨리 잃는 연습을 하라.

장소들, 이름들, 여행하려 했던 곳들을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보라! 내가 좋아했던

세 집 중 마지막 집, 아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집도 잃었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두 도시도 잃었다, 멋진 도시들을. 그리고 내가 소유했던

더 광대한 영토, 두 강과 하나의 대륙을 잃었다.

그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당신을 잃는 것조차(그 농담 섞인 목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몸짓을), 나는 솔직히 말해야 하리라, 분명

상실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그것이 당장은 재앙처럼 ('그렇게' 쓰라!)보일지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