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란다." 커다란 바구니 가득 담긴 뜨개질감을 어루만지며,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멀리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란다. 그건 그냥 행복의 얼굴을 한 쓸쓸함 같은 거야. 잡지도 못할뿐더러, 설사 잡았다고 해도 스르르 빠져나가버리지. 우리의 손은 그런 걸 잡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도 못하고, 정교하지도 않거든. 그러니 얘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단순한 것들을 잡으렴. 기꺼이 네 발치에 무릎을 꿇는 것들, 네 소유가 되고 싶어하는 것들, 너의 사랑을 구하는 것들 말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나는 마음을 묶어둔 몇 개의 매듭을 풀고 이별을 시작했다.
그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이라도 걱정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인생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혹시 떨어질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것이 걱정이다. 당장 코앞의 걱정거리가 없으면 십 미터, 백 미터, 천 미터 거리에 있는 걱정거기를 수소문하여 품는 것이 걱정 많은 사람들이 즐겨 하는 일인데, 굳이 천 미터까지 가지 않아도 사방에 널려 있는 것이 또 걱정거리이므로, 걱정에 대한 걱정만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걱정 많은 사람들의 유일한 기쁨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든, 겨울은 지나간다. ... 그리고 또한, 어떤 식으로든, 사랑도 지나간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따뜻하다고 했고 다른 이들은 그녀가 차갑다고 했지만, 둘 다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남들보다 조금 높은 체온, 조금 낮은 온도의 심장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건 충고도 아닌 거네. 생각을 해봤자 소용이 없고, 그런 소리를 미리 들었다 해도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잖아." "그래."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는 것이며,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하는 것이며, 그 이후에도 나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그는 나를 떠났으나, 그를 사랑하던 나는 사랑과 함께 죽지 않았다. 나는 살아 남았고, 사랑을 위해 슬퍼하고 기뻐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사랑이 내게 행한 방식이므로, ... 그러므로 소녀들여, 기억하라. 첫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은 우리의 소망이 만들어낸 오해일 뿐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어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노래를 열 번쯤 불렀을 때, 나는 알았어요. 이 사람은 더 이상 내 노래를 듣지 않는다는 걸. 모든 게 끝났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