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홀수다
김별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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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지어 밥을 떠서 밥을 먹을 때, 삶은 비로소 뜨거워진다.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지어 누군가를 위해 밥을 떠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때, 존비와 보상의 경계는 까무룩 사라진다. 먼 곳에서 떠돌던 햇살의 시간, 바람의 시간, 비와 풀벌레와 거름이 썩어가는 시간이 내 배 속에 그득하다. 그리움의 시간, 외로움의 시간, 홀로 거리를 헤매던 방황의 시간을 연민과 안도감으로 소화한다.

아아, 잘 먹었다! (p. 27)

 

김별아 작가의 이름은 자주 접했지만 막상 읽은 책은 없다.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미실>이란 소설을 알고 있었지만 <삶은 홀수다> 이번 산문집이 내겐 김별아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녀의 첫인상은 참 좋다. 말하자면 운동권이란 80년대 이야기를 다루던 초기 공지영, 신경숙 작가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고 낯선 단어들 틈바구니에서 어쩌면 故박완서 작가의 다채로운 순한글 단어들이 떠오르며 일순간 흐뭇하기도 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하늘에도, 죄 없는 소와 돼지가 생매장된 땅에도, 봄은 온다. 오고야 만다. 그리하여 분노와 슬픔을 다독이려는 듯 꽃이 핀다. 별꽃처럼 피어 난분분하다. … 햇살이 눈부시다. 젊은 다산(茶山)이 마음 맞는 벗들과 결성한 죽란시사(竹欄時仕)’처럼 꽃이 피었으니 한번 모이자고 소식이나 띄워볼까? (p. 136)

 

  

<삶은 홀수다>는 '어섯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기록들'이란 제목의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2008년 여름부터 4년 동안 <한겨레> 및 다른 신문 칼럼으로 게재되었던 글 모음이다. 신문 칼럼의 특성 상 시대상황이나 이슈가 소재로 다뤄진 부분이 있고 당연히 작가 개인적인 소재도 있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수다스럽다'고 생각하는 작가이지만 그녀와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뭐든 성향이 유사한 독자라면 충분히 사랑할 만한 책이다. 바로 나처럼.

 

삶은 어차피 홀수이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 그 사실에 새삼 놀라거나 쓸쓸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가장 좋은 벗이 되어 충만한 자유로움을 흠뻑 즐길 수 있다면, 홀로 있을지언정 더 이상 외톨이는 아닐 테니까. (p. 17)

 

어려서부터 어둡고 소심한 혼자로 심지어 소아우울증을 앓기도 했고, 청소년기에는 문학병을 앓은 이력이 있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홀로 있는 것'의 기쁨을 증명한다. 마흔이 넘어서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엄마와 아버지께 -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글로 고백할 만큼 진심의 감정표현에 서툰 그녀가 책으로 유쾌하고 깔끔한 생각을 정리해주어 독자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어느 야물고 깔끔한 이의 글에서, 외출할 때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속옷을 신경 써 갈아입는다는 대목을 읽었다. 그러한 만약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낡아 구멍이 난 속옷보다 무심히 남긴 마지막말들이다.

행여 미안해라는 말이 아닌 그만해라는 말을 남기지는 않을는지,

행여 고마워라는 말이 아닌 빨리해라는 말을 남기지는 않을는지,

행여 사랑해라는 말이 아닌 공부해라는 말을 남기지는 않을는지.

정말 두려운 것은 남아 있는 부끄러움보다 남기지 못한 용서와 감사와 사랑이다. 그 세 마디 말밖에는 더 남길 것도, 가져갈 것도 없으리니. (p. 22)

 

 

책을 읽다 보면 '언제까지고 성실한 학생으로 사는 것이 그녀의 가장 나종 지니인 소원'답게 작가로서 여름에는 대작을, 겨울에는 고전을 탐닉하며 인생을 열심히 배우는 태가 확연하게 난다. 고전 이를 테면 노자의 말과 공자의 논어를 자주 인용하고, T.S. 엘리엇이나 고리끼 선생의 '소설은 곧 인간학'이라는 둥 동서양을 불문한 작가도 그녀의 생각표현에 적절하게 쓰였다.

 

나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에 위로받는다. 아픈 만큼 성숙하고, 깊은 만큼 높아지고, 고통만큼 언젠가 행복해지길. 지금 심연에 갇혀 허우적대는 우리, 99퍼센트에게 그보다 더 큰 격려는 없다. (p. 75)

 

누군가는 '좌빨(좌파 빨갱이)'이라고 단정 짓지만 그녀 스스로는 '자파(自派)' 작가로 규정 짓는 그녀는 대중적으로 본다면 진보성향에 가깝다. 나 역시 들끓는 대한민국 이십대 청년으로서 책 속 그녀의 사회 정치적 생각을 읽으며 일정 부분 통쾌했다. 특히 2부에서는 소설가이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운동권에서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박래군, 혼자의 생각을 고수하며 십 년째 아름다운 가사로 노래하고 있는 가수 강허달림, 무기징역수였다 소설가 혹은 번역가로 활동하던 필명 김백리의 故김은숙, 소외 받는 이웃의 옆에서 글 쓰는 시인 송경동 등 그녀 주변 아름다운 인물들에 대해 소개한다. 또 3부에서는 엄마로서 그녀의 개인적인 혹은 우리 사회 공동의 이야기를 말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나는 아이로 인해 내가 얼마나 모성애가 강하고 희생적이며 헌신적인가를 확인했다기보다, 아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무능력한 존재인가를 깨달았다. 아이는 시시때때로 나를 시험에 들게 했고, 나는 지면서 배웠다. 그것은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 기꺼이 지기 위해 하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p. 158)

 

 

'시가 천상의 예술이라면 소설은 천민의 예술'이라는 김별아 작가의 소설 작업에 대한 고통과 그것을 뛰어넘는 열망에 대해 마음 깊이 공감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독자로서 그녀의 산문에 여지 없이 반했고 새해의 독서계획에 그녀의 소설도 포함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는 故박완서 선생님에 대한 글이 단박에 좋았다. 아래에 일부 소개한다.

인용구가 긴 것은 이를 테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많은 것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다.

 

영정 속의 선생은 생전처럼 조쌀하고 숫접은 모습으로 웃고 계셨다. 가난한 문인들에게는 부의금을 받지 말고 대접하라는 유지를 기억해 선생께 마지막으로 얻어먹는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다가, 문득 지금껏 한 번도 문인들의 장례식에서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분루를 삼키지 않는 한 좀처럼 울지 않는 건 냉심한 성정 탓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운명에 매였던 이들과의 이별은 단순히 슬픔이나 아쉬움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글쟁이의 삶은 고단하다. 운이 좋아 살아생전에 재능과 노고를 인정받은 이나 불운하여 보상도 받지 못한 이나, ‘필승을 외치며 폭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는 문학을, 예술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가난하다. ‘재수 없으면 100이라는 저주 어린 축복의 말이 유행하는 고령화 사회에서도 소설가들의 평균 수명은 64, 시인들은 한술 더 떠서 62세란다. 기진맥진한 듯 부랴부랴 떠나는 돌연한 영이별도 서럽지만, 부음이 들린 바로 그날 대형서점에서 설치한 박완서 특별전매대에서 평소보다 몇 배의 책이 팔렸느니 어쨌느니 하는 뉴스는 기막히다 못해 역겹다. 왜 작가가 살아 있을 때는 읽지 않던 책이 죽었다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는가? 박완서 선생이 그 천박하디천박한 생난리를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p. 150-151)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속이 되어야 한다.

정호승의 산문 <>(<정호승의 위안>, 열림원, 2003)의 일절을 가만히 되뇐다. 인간이라는 아름답고도 끔찍하며, 위대하고도 초라한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빈손이 필요하다. 오직 그러한 인간을 재료이자 과제로 삼는 작가라는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빈손이 절실하다. 빈손은 현실을 재단하지 않는다.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 소유의 움켜잡음을 위해 헛손질을 하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자파인 작가로 살기에 이렇게 텅 빈 채로 충만하다. (p. 214)

 

상처만큼만 넓어지는 세상 속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나는 오직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한다. 여태껏 받아들과 한숨짓던 성적표의 등수 따위는 깨끗이 잊어버리길.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로 행복은 성적순일 수 없다. 진짜 공부-세상 공부, 사람 공부, 인생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용되어 마땅한 지적 허영과 권장되어 마땅한 체험에 대한 탐욕으로 한껏 들썽들썽 걸신스럽게 공부해야 한다. 부디 그 큰 배움터에서 용맹 정진하기를! (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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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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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할 때가 있다.

내 여행은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며,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본 것들을 당신이 본다고 하여,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없다. 나에겐 의미인데 당신에겐 하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의 여행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p. 163 scene #36. 당신이 남기고 가는 것들)

 

당신과 인연을 맺고 싶어요. 당신이 제게 다가와 주길 기다리기보다 제가 먼저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볼 생각이에요. 제가 당신에게 내민 손이 조금 떨리네요. 제 용기를 내버려 두지 않으시겠죠?

(p. 160 scene #35. 매일 그대와)

 

 

이동근의 여행 에세이인 <너 1825일의 기록>은 여느 여행기와 다름없이 한결같이 아름답다.

 

시와 산문의 중간 그 어디쯤이라고 할 수 있겠는 이 책은 아시다시피 텍스트가 적고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금세 휘리릭 다 읽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읽는다면 자고로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들여 문장을 음미하고 곱씹으며 나의 그리운 어떤 생각들과 함께 감수성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몸서리치게 외로운 독자가 이 책을 만난다면 비슷한 처지의 작가로부터 공감 가능한 위로를 받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꾹꾹 눌러 담고만 있었던 그리움이 폭발하여 눈물샘이 터질 수도 있겠다. 나로 말하자면 때때로 나의 그리운 시간과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지난 여름 혼자 떠난 여행을 추억하며 공감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나는 몸서리치게 외롭진 않아서 눈물이 맺히진 않았다. 조금 더 후하게 수식하자면, 이동률 시인의 여행에세이 <끌림> 혹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비슷한 류의 책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픈 기억을 가진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던 평범치 않은 작가가 5년이란 시간동안 골목으로 떠난 여행기이다. 사랑에는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듯이, 나의 마음에도 절망과 희망이 공존했습니다. (p. 15) 누군가,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을 내려놓기 위해 떠난 쓸쓸한 여행길에서 작가는 더 쓸쓸한 이웃들의 생활을 엿보았고 때로는 공감했고 또 때로는 그들에 동화되었다. 그토록 감성적이므로 이렇게 진한 감성 돋는 에세이를 낼 수 있었으리라. 

 

나는 가끔 새벽 4시 커피 한 잔을 들고, 사람들이 모두 잠든 그 정적인 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차림과 양쪽 귀를 음악으로 감싼 채 동네를 서성거린다. …

하루 중 가장 밤이 깊은 시간 새벽 4, 슬픔에 잠겨 우는 사람도 없을 테고, 기쁨에 겨워 웃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p. 70 scene #14. 외로운 밤, 새벽 4)

 

골목도 그냥 골목이 아니라 재개발제한 구역 혹은 재개발이라는 명목의 벽화마을, 꼬불꼬불 버스를 타고 가다 마음에 드는 시골, 노인의 고독이 자리잡은 골목, 그리고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여든 곳 이를테면 부산 영도다리와 사십계단 같은 오래된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가난한 마음을 안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p. 79 scene #16. 우연한 조우)

 

동네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생활 공간인 골목이 여행가인 작가에게는 특별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것들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 그것이 여행임을 작가는 책 전반을 통해 어쩌면 여행을 꿈꾸고 있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보통의 단어도 일상의 글자도 유달리 멋있게 보이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기록이라서일까?

 

고민이 어떤 것이 되었든, 그 무게는 결코 자신에게는 가벼울 수가 없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하는 고민이라고 어떻게 하찮은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p. 60 scene #12. 나의 슬픔에 관대하지도 못하면서)

 

책이 중간을 지나면서 꼭 여행지에서의 기록이 아닌 어릴 적 추억 혹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도 함께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5학년 때 첫 헤어짐을 겪었던 슬픔. 나 역시 5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되어 헤어짐을 겪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우스운 게 바로 옆 학교로의 전학이었다. 단짝과 이별선물을 나누기도 했는데 중학교 때 다시 만났었다. 다단계의 추억. 나도 이럴 뻔 했던 기막힌 추억이 있다. 다단계에 빠져 온갖 친구들에게 취업시켜주겠다며 연락하던 예뻤던 그 아이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그게 다단계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도리어 화를 내며 듣지 않았지만 설마 여전히 그 곳에 있진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나의 '쫄깃쎈타'를 떠올리게 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추억. 나 또한 다음 여행에는 엽서세트를 가지고 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짧은 마음 표현을 해 보리라.

세계의 모든 여행자들이 함께 하루를 쉬어 가는 자리, 오늘 이 방에 함께 머무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한다. 2층 침대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지금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한 엽서세트를 꺼냈다. 첫 문장은 ‘DEAR’보다는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낯선 곳으로 떠나오니,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몇 글자 적어 본다.

(p. 241 scene #55. 게스트하우스에서 쓰는 엽서)

 

사람이 그리우면 마음껏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여행이 필요하다면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카메라의 셔터를 아끼지 않길 부탁한다. 먼 훗날 당신이 남긴 모든 기록들은 10년 후, 우연히 당신과 다시 조우하게 되는 순간 눈물이 날 만큼 애틋한 의 흔적이자 역사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p. 343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사실 <너 1825의 기록>에서의 '너'는 '나'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나, 그 시간 속의 나, 지금은 그리워져버린 그 때의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의 동반책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잠들지 않는 새벽, 감수성이 터질 듯 풍부한 시간, 뭔가를 끄적이고 싶은 시간에도 함께하면 좋을 책이다.

끝으로 이 책에는 작가에게 여행의 동반자였던 당신과 여행을 위한 노래 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제법 잘하는 사람이다. 처음은 겁이 났지만 살아갈수록 나는 그렇다는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 내년에도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할 것이고 나중에도 시간을 내어 꼭 그러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혼자서 잘 해내야 겠다.

 

무언가를 꼭 어딘가에 흘려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자꾸만 멈칫하게 됩니다. 하지만 골목을 향한 발걸음이 있었기에 나는 하루를 열심히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신선하게 불어오는 골목바람과 음악에 비루한 마음을 의지하며 무사히 모든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1825일의 순간이 만든 찰나의 기록이 내게 남았습니다. (p. 13)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지고 편해졌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80퍼센트가 넘습니다. 그런데 한해에 평균 200~300명의 대학생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몇 백만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을 뚫고 취직을 해도 학자금대출 몇 천만 원의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시대에 사는 당신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p. 308 scene #72. 내가 잃고 그대가 잃어 가는 것)

 

그냥 생각이 나서

우리가 서로에게 가벼운 안부를 건넬 수 있을 만큼 편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어.

예전에 네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나는 왜 네가 원한 대답을 알면서도 말해 주지 않았는지 후회가 돼.

길을 걷다 너와 닮은 사람을 보고 흠칫,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서 있었어.

후회보다는 미련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그래서 비슷한 상황들에 생각이 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걸.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들 그런 거니까.

(p. 336 scene #79. 생각이 나서)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했다.

끊임없이 걷다 보니 말로 꺼내지 못한 너를 향한 아쉬움과 미련들을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다.

그리고 꼭 한번은 진심을 담아 해주고 싶었던 한마디 나는 너를 온몸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안 되는 일인지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묻어두고 살아갑니다. (p. 220 scene #50. Sentimental Sce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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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발품팔아 뉴욕가다
박범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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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아는만큼 보이고 알고자 또 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선택받은 자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로 만드는 것이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사람이 태반이다. 평소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기회를 잡는 사람은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하였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본문 중)

 

 

이 책의 독자층은 두 분류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과 이미 유사 경험을 한 사람. 물론 '멘토프레스'라는 출판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타깃으로 하는 주요 독자는 전자일 것이다. 책은 시종일관 WEST프로그램 혹은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미지의 영역에 있는 후배들에게 멘티가 되어주고자 하고 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어쩌면 비슷한 미래를 계획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주의깊게 읽을 것이고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은 과거 자신의 당시를 반추하며 추억과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나는 후자다.

책을 읽는 내내 2007-2008년도 나의 미국 생활이 떠올랐다. 사실 유사 경험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은 나의 그때는 저자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저자가 이렇게 열심히 생활해왔다는 것에 조금은 충격 받았고, 또 이렇게 번듯한 책을 출간했다는 것에 부끄럽지만 배알이 꼴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박범진'이라는 저자는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훌륭한 경험담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에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다수의 학생들이 겪을만한 공통의 소재 외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로맨스까지 묘사해 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에 파란만장했던 청춘의 일대기로 두고두고 남을 것 같아 여하튼 부럽다!

 

만약 나의 미국 교환학생기를 이처럼 엮어낸다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하나 '실패 혹은 후회담'이 될 것이다. 여전히 나는 후회만 남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후배들에게 반면교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상상해본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은 소용없는 것이다. (p. 1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경험을 나눈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백 번쯤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사실 100이라는 숫자는 약간의 과장을 보탠 것이다. 저자 역시 JFK공항의 첫인상을 무서운 정글마냥 과장해 놓았으니까. 나 역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인들로부터 경찰을 대할 때 주의할 점부터 들었다. 이 때부터 미국에는 총기소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경찰이 먼저 다가오기 전에 차에서 내리면 안 되었다. 그리고 핸들에 두 손이 보이도록 올려두고 경찰관이 다가오길 얌전히 기다렸다. 이윽고 차 옆에 멈춘 경찰이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얼른 창문을 내리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괜찮냐는 것이었다. (p. 125)

 

저자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운전신호 위반과 관련하여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뉴욕에서 경찰에게 걸렸는데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척 "yesterday Korea, today America" 이 말만 열번쯤 반복했더니 경찰관이 어쩔 수 없어 보내주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10개월 동안 있으면서도 익숙하지 못했던 팁문화. 15%정도?의 팁이 아까워서 창피하지만 1달러만 올려놓고 나오는 등 어글리 코리안이 되었던 적도 빈번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잘 모르는 우리에게 만 원짜리 물을 팔아먹었으면서 팁을 달라니. 네놈이 날 촌놈 취급했으니 난 팁문화도 모르는 촌놈이 되어 주겠어.’ (p. 53)

 

용기가 없으면 욕망은 고통이라고 했다. 가끔 나의 최대 적은 머뭇거림이다. 몇 초의 주저함이 있고 나면 다시 용기를 내기란 참 어렵다.

모든 구직자의 마음은 절박하다. 그때, 기회를 잡는 용기,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기회는 노력과 발품을 판 보상이다. 그 보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니 잡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 손으로 기회를 잡기까지 들인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한방이 아니라 한순간이다. 이 일을 통해 중요한 순간 용기를 내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p. 78)

 

(그리고 몇 개월 후)

의지의 한국인답게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대시했다. 그리고 그녀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다. (p. 145)

 

 

본문에서 저자는 타지에서는 친구들이 오빠도 누나도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된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었다. 어쩌면 그렇게 허물없이 거리낄 것 없이 서로의 편이 되어주며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흐뭇한 추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지구촌이란 마을에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새벽녘 울리던 전화기, 종종 울리던 핸드폰 'Hello'하고 받으면 영락없이 들리던 반가운 한국친구들의 목소리, 그리고 가끔 도착하던 모국의 향기를 담은 국제편지들. 모두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책 속에는 누구나 상상하듯 외국에 나가면 매일 실시간으로 찍어 올리는 사진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위한 일러스트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실망스러운 한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포기를 모르고 끈기 있기 도전하는 한국의 악바리 대학생'으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 이렇게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를 읽고 나면 작심삼일, 삼일만이라도 조금씩 성장해야 겠다고 자극 받는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겠다고 지키지 못할 다짐이 하나 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도 읽혀야겠다.

 

왜 그렇게 빡빡하게 달려 가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두 가지로 대답한다.

첫 번째, 부족한 게 많아서.

, 중등학교 때 공부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 대가로 낮은 성적표가 남아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낮은 성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두 번째, 성공하고 싶어서.

성공의 정의와 진정한 의미를 따져 묻기 전에 일단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씩 올라가보니, 밑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던 큰 그림과 비전이 보였다. 이것이 힘이 되어 또 오르다보니 더 큰 꿈과 목표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p. 184-185)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그래서 통역을 도와주었던 그 불법체류 할머니는 종내 어떻게 되셨냐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아들과 함께 살겠다는 그 마음이 측은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본인 스스로도 충분히 지각하고 있는 범죄였다. 저자는 어떻게 대처하였습니까?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

나는 될 놈이다!’

한번 자신이 기대는 마음속 신에게 주술을 외워보라. 그 믿음이 강할수록 그 사랑의 손길 또한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손쓸 수 없는 불가항력적 결과라면 마음 졸이지 말고, 뜻하는 바대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한번 믿어보자. 스스로를 될 놈이라고 한번 믿어보자! (p. 185)

 

 

 

*오탈자?

p. 43 21번째 줄 / 교제도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 -> 교재도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

p. 79 7번째 줄 / 아직도 스스로 저질른 이해 못할 행동에 화가 나 있었다. -> 아직도 스스로 저지른 이해 못할 행동에 화가 나 있었다.

p. 185 2번째 줄 /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우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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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 -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
이달희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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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토닥거려주는 친구의 손,

내 어깨 위에 걸친 친구의 손,

나의 눈물을 닦아주는 친구의 손,

내 이마에 다가온 친구의 입술,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위안을 준다.

-헨리 나우웬의 <영혼의 양식>중에서 (p. 58)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람에게는 사람들 간의 부대낌, 접촉이 필수적이다.

신체적인 접촉 없이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접촉은 인간이 갈망하는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내가 나 스스로를 나타내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나의 인성을 형성하고 다듬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p. 35)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인간 스스로가 날 때부터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기때부터 보살핌을 필요로 해 왔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의 손길을 쫓고 있다.

 

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주 작은 한 개체입니다. 개별적인 존재인 모든 가 저마다 사랑과 친밀감을 느끼도록 접촉하고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사랑과 친밀함을 나누는 것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공동체 모두의 균형 잡힌 조화로운 성장과 건강함을 향한 치유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치유의 응답은,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눌 때 사랑을 주는 이와 사랑을 받는 이 모두의 내면으로부터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슬비처럼 조용하게 내 몸과 마음을 적시듯 깃들다가 때로는 천둥번개처럼 큰 울림으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p. 198)

 

 

돌아보면, 어린 시절 우리의 생활과 놀이들은 대부분 접촉의 형태였습니다. 어부바 하면 엄마 등 뒤에 올라가 포대기로 감싸인 채 세상구경을 다녔고, 엄마의 무릎을 베고 귀청소를 할 때의 그 간지럽지만 시원함이 좋았습니다. 엄마도 흰머리 뽑아라 하시면서 누우셨습니다. ‘엄마손은 약손하면서 만져주시면 아팠다가도 한참 푹 자고나면 가뿐해지곤 했습니다. (p. 240)

 

모두가 알고 있는 버젓한 사실을 이렇게 책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저자의 답은 '있다'이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 중 다수의 원인은 바로 이 '접촉'이다. 심지어 7살짜리 어린 아이도 '외롭다' '쓸쓸하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사람 사이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어릴 적부터 제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소외받고 외면받아 애정이 결핍된 사람. 비단 그들의 문제일 수는 없다. 물론 사회에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소하는 그들은 문제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근원임이 분명하듯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

 

매일같이 나는 신에게 감사한다. 네가 내게로 온 것을,

운명이 두 영혼을 맺어준 것을,

내가 태어난 것은 오직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고

내가 어른이 된 건, 너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함이었다.”

 

충족되지 않았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갈증은, 예술가로서 자신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준 예술적 동지이자 영혼은 어머니였던, 여섯살 연상의 일본계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채워지게 됩니다. 존 레논은 오노 요코에게서 불안정하고 지쳐 있는 자신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비난의 소리들을 뒤로 하면서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재혼합니다. (p. 99)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의 저자 이달희는 신체심리치료센터의 센터장이자 신체심리치료 전문가다. 흔히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정신상담을 받는다고 하는데, 신체심리치료는 단지 듣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접촉으로서 몸과 마음이 필요로 하는 안정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간 내담자의 사례와 세계적인 접촉의 사례를 적절히 엮어 보다 구체적으로 주제를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이전에 다른 방식으로 접해본 이야기였지만 '꼭꼭꼭, 꼭꼭'이야기와 '캥거루 케어'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다시 또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읽을때마다 가슴 찡한 아름다운 내용이다. '접촉하라'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 스마트기계의 보급으로 인간관계의 접속은 간편하게 늘어났으나 접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고통을 견디려면 하루 세 번 포옹하고, 아픔을 치유하려면 하루 다섯 번, 마음이 성숙해지려면 하루 여덟 번 포옹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신체적 접촉의 치유 효과를 느껴본다.

-김형경 <좋은 이별> (p. 155)

 

특히 우리 가정에서의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가 큰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꾸준히 생각하건대 우리나라 아버지의 역할은 틀렸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의 역할만이 강조되고 주를 이루어오면서 아버지는 단지 돈 벌어오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느지막히 어른이 되고서야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낯선 타인일 뿐이다. 그런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부당하고 서운할 수가 없는거다. 이런 순환적 고리가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넘어질 것을 두려워 마라.

다른 세상도 주저하지 마라.

어른이 되는 것도 겁내지 마라.

잊지 마라. 너를 위한 따뜻한 손길이 곁에 있음을.

 

딸의 성장하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면서 장면마다 딸의 곁에서 잡아주고 보살펴주는 아버지의 손을 클로즈업합니다. 맨 마지막엔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사랑의 손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사랑은 책임이며, 그 사랑을 지켜가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가슴 따뜻한 광고였습니다. 아버지의 손길은 믿음, 듬직함, 변치 않음, 강함, 진취적임, 그리고 그 바탕에 있는 온화함이란 메시지와 연결이 되는군요. (p. 61)

 

나의 아버지 역시 접촉에 항상 목말라 하시는 것 같다. 매일 어머니 뿐만 아니라 자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평소에 쑥쓰러워 하지 못하시던 말씀을 술 기운을 빌어 말씀하시며 손을 꼭 붙잡곤 했다. 그리고 친구분들께 이렇게 나이먹고 아빠 손 잡아주는 딸이 어딨냐며 자랑하셨고, 10개월 간의 미국 교환학생에서 돌아오던 길 공항에서의 포옹을 두고 두고 스무 번쯤 말씀하셨다. 미국식 인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당시에는 어정쩡하게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보다 더 자주 빈번하게 아빠와 접촉하려 한다. 가족 외출시 엄마와 동생이 저만치 가버리면 나는 느릿느릿한 아빠의 걸음에 발맞춰 팔짱을 끼거나 손을 붙잡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하여 아빠의 마음이 따뜻해 졌으면 한다.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를 읽으며 또 생각하고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열심히 마음을 담아 접촉해야 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아름다운 시 <> 중 앞 구절입니다. 지천에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 그 가운데에서도 내 눈길이 닿고 내 마음이 움직여 너 참 아름답구나하고 탄성을 울리게 하며, 마침내 손길을 내밀게 하는 어떤 꽃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내가 내민 손길로 특별해지는 관계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접촉이란 의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관계를 맺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다 보면 나는 마치 섬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흘러가는 사람들 가운데 내 삶에 의미를 주었던 어느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바라보고, 마음이 가고, 손길이 닿으면서, ‘당신이라는 존재에게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내게 당신은 어떠한 의미가 됩니다.

관계는, 그렇게 접촉으로 시작됩니다. 외로운 섬은, 그렇게 접촉으로 대지와 연결됩니다. (p. 136)

 

 

부디 이제는,

마음의 빗장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기를.

홀로 있음의 외로움이 진정한 슬픔의 뿌리였다 말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혼자가 아니라, 공감의 장에서 우리 함께할 수 있기를. (p.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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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세계사 -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조미라.김라현 옮김 / 열린세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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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나 한 잔 합시다. 오후의 햇살이 대숲을 화사하게 비추고, 샘물은 기쁨에 들떠 흐르고, 탕관에서 솔잎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 덧없는 것을 꿈꿨던 어리석음과 사물의 아름다움 속에서 서성거립시다.

-오카쿠라 카쿠조 <차의 책>, 1906(p. 61)

 

이렇게 기이한 향기의 정령을 숨긴 잎은,

어떤 마법에 걸린 낙원에서 왔는가?

아담 이전의 인간이 최초로 본 꽃일까,

비탄에 잠긴 영혼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감미로운 약이여.

-프랜시스 S. 살투스, <> 19세기

요즘 차 가게에 가면 압도당할 정도로 다양한 차를 볼 수 있다. 녹차, 홍차, 백차, 가향차, 훈연차, 전차, 백호은침, 주차, 센차, 첫물차, 두물차, 운남, 기문, 아삼, 닐기리너무 많아서 무엇을 살지 결정하기 어렵다. 생산지도 인도에서 중국, 아르헨티나, 케냐, 터키에서 타이완, 인도네시아까지 지구 전역에 퍼져 있다. (p. 273)

 

'차茶'는 한 글자에 무수히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코 끝이 시린 날 따뜻한 찻잔을 양손으로 그러모아 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소한 차 한 잔을 마실 때의 여유와 풍요로움, 사위가 어둑어둑한 늦은 밤 작은 불빛 아래 향이 좋은 한 잔의 차를 놓고 나와 만나는 뜻깊은 시간, 우리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공손을 표현하는 정성 어린 차대접이며,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들과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앉아 시간만큼 쌓였던 이야기를 나눌 때 필수적인 차 한 잔, 차가운 날씨에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에서는 또 어떤가. 어느 시간 다녀왔던 한없이 푸르러 짙푸른 길고 길게 구렁처럼 펼쳐진 차 밭이 떠오르기도 한다. 잎파리에 묻어 있는 물방울들하며 그 곳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을 연상시킨다.

 

차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 혹은 커피나 코코아가 없는 세계는? 뜨거운 한 잔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그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잠을 깨우는 음료, 오후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음료가 없는 세계란? 티 브레이크의 즐거움, 퀵 에스프레소, 또는 추운 날의 뜨거운 코코아 한 잔에 맛있는 간식이 없는 세계란? 이런 세계가 바로 1600년대의 유럽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시 유럽은 참으로 쓸쓸한 구세계다. (p. 102)

 

 

<차의 세계사>는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 그야말로 몇 천년 전 중국에서부터 일본, 인도, 영국 등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의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에 관련한 차茶 역사 책이다. 지금 우리를 마음껏 차를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기나긴 시간의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아편이라는 주제에 이끌려 이 책을 내게 된 저자는 1부에서는 초기의 차와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나 문화적인 면을, 2부에서는 역사적인 사건들에서 차에 관련된 일화, 유럽으로의 전래, 3부에서는 차에 관련된 유익한 정보들을 들려준다. 신세계에서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으며 영국 식민지 무역의 주범이 되기도 했던 차의 비극과 때로는 로맨스와 유머까지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잘 꿰고 엮어냈다.

 

차의 세계는 수천 년 전 어느 신비로운 오후, 농업의 신이자 대담한 약초학자인 신농이 중국 남부의 나지막한 구릉 지대에서 최초의 차 한 잔을 마신 그날부터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p. 353) 중국 차문화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당 시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이 육우와 노동이다. 육우가 치초의 차 연대기 작가였다면, 약간 후대의 노동(775-835)은 차를 노래한 시인이었다. (p. 33)

 

차를 마시는 행위를 뜻하는 '끽다'를 즐기던 수 천년 전의 동양, '차노유('라는 다도 혹은 귀한 손님과 마주하던 일본의 고결한 행위에서 우리는 차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다도 선생이자 리큐의 손자인 센소탄은 시적인 형태로 자신만의 차노유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차노유의 본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림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가 내는 소리라고 답하련다. (p. 84)

 

 

최초의 커피 하우스는 1650년 옥스퍼드에 문을 열었다. 피프스가 차를 주문하기 불과 십 년 전의 일이었다. 이 년 후에, ‘파스카로제의 머리라는 런던의 첫 번째 커피 하우스가 콘힐의 세인트 미쉘 앨리에 문을 열고 그 시대의 신상품인 커피와 차, 코코아를 팔았다. (p. 115) 

이 새로운 음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뇌의 화학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고객들은 차와 더불어 신문 사설이나 아직 인쇄가 안 된 가장 최근의 신선한 뉴스를 접하고, 가능한 모든 주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단지 일 페니로 따뜻한 음료의 안락함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지식을 향유할 수 있었다. 때문에 커피 하우스가 ‘1페니 대학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커피 하우스는 짧은 시간 안에 런던에서 활기찬 사교의 장이자 일상생활에서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p. 116)

 

이렇듯 커피 하우스는 '1페니 대학'이라 불리며 사교의 장이 되어 민주주의의 태동이 되기도 했고, 여성 청원서와 남성 청원서를 발표하는 국가적 부부싸움을 일으키기도 했다. 차의 상업적 성공은 여성해방을 불러왔고, 금주운동이라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또 삼백년 가까이 차사업을 하는 트와이닝 브랜드며, 자기를 만드는 본차이나 브랜드며 경제적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다. 반면 설탕 노예 생산이나 비인간적 아편무역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낳기도 했다.

페어뱅크는 <차이나 워치>에서 인도에서 중국으로의 아편무역이 근대에 있어서 가장 오래 지속된 체계적인 국제 범죄였다라고 정의했다. (p. 215)

 

 

*차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부분을 모아보았다.

1. 사람들은 종종 차가 세계 여러 지역의 다양한 식물들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물어본다. 하지만 차는 한 종류이다. 정원에 심는 동백과의 친척이기도 한 카멜리아의 한 종류인 카멜리아 시넨시스가 바로 그것이다. (p. 274)

 

2. 아삼, 실론 또는 아프리카 차 같은 진한 홍차에 넣는 우유나 크림의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상대적으로 연한 차에 우유가 첨가된다면 섬세한 향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녹차는 우유 먼저도 아니고 차 먼저도 아니며, 어떤 유제품도 넣는걸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녹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면, 틀림없이 당신에게 차신의 분노가 내릴 것이다! (p. 291)

 

3. 슬프다고 해야 할까, 서양에서 차를 마시는 예술적인 행위를 파괴하는 티백을 발명한 것은 바로 미국인이었다. 왜 티백을 좋지 않은 물건이라고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인 티백 상품이 낮은 등급의 차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티백은 물을 재빨리 갈색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잎차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p. 292-3) 

차 애호가들은 찻잎이 찻주전자에서 자유롭게 퍼지는 것을 선호한다. 소위 말려 있거나 꼬여 있는 잎이 차가 우러나는 동안 풀리는 것을 묘사할 때 잎차의 몸부림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차가 완전히 우러나는 데에는 시간과 공간, 인내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차의 몸부림이 차의 성질을 충분하게 끌어내준다고 주장한다. (p. 295)

 

4. 차에 있어서 색은 매우 중요한데, 어떤 차는 이름에 들어 있는 색깔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오렌지 페코는 오렌지 색이나 과일 오렌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 (p. 299)

 

5. 차는 개인적 기호에 달려 있으며, 긴 머리글자를 가진 차만이 좋은 차라고 할 수는 없다. 역시 팁이 많이 함유된 차가 인기가 있고 비싸지만, 많은 사람들은 찻잎이 크고 농후한 맛을 가진 차를 좋아한다. (p. 310)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차시장을 장악하면서 제3국의 아동노동착취, 저임금, 임금체불을 비롯한 끔찍한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살벌한 세계에서 우리의 작고 개별적인 행동이 확고부동하게 퍼진 문제들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때로는 공정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작은 행동이 중요하게 될 수 있다. 바로 공정무역 차Fair trade tea이다. (p. 365)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와 도넛 체인인 던킨 도넛은 2003년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교체했는데, 국제적 브랜드로는 던킨이 최초이다. (p. 370) 공정무역 차 한 잔을 선택하는 단순하면서 의식 있는 행위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 그리고 공정무역은 사회적으로 무시되었던 생산자와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소비자 사이의 경제적 거리를 좁혀주는 다리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행위이며, 우리에게 물건을 제공해주는 지구 전역의 사람들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내는 희망의 작은 신호이기도 하다. (p. 372-373)

 

<차의 세계사>를 통해 차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시간 이후로 차 한 잔을 마실 때 결코 그 전과 같은 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다수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편리와 편의로 인해 프랜차이즈 브랜드 샵을 자주 이용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몇의 소수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등 착한 커피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대신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는 차회사를 통해 제3국의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착한 소비를 장려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지는 태양의 꺼져가는 황혼 속에 형형색색의 화사한 옷을 둘러쓴 여자들이 줄을 지어, 다원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움직인다. 그녀들의 발걸음은 완벽하여 파도처럼 굽이치며, 머리 위에 우아하게 균형 잡은 바구니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애처로운 후렴구를 부르거나 수다와 웃음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며, 멀리서 들리는 아른거리는 희미한 콧노래처럼 기분 좋게 귓가에 부딪친다.

차 노동자들에 대한 시적인 환상은 수십 년에 걸쳐 영속되어 왔다. (p. 357-358)

 

 

일기일회 一期一會‘, 일본어로 이치고 이치에라는 차 모임에 관한 특별한 개념은 선사상을 표현해준다. 한 번에 한 모임이라는 뜻은 모든 순간이 단 한 번에 일어난다는 의미로, 모든 만남이 일생에서 단 한 번뿐이며 두 번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모여서 차를 마시는 것은 그들 모두가 만남의 유일무이함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신세계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가를 의식하는 기회로서 만남의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것이 마음의 수행이며 무상을 의식함이며, 존재의 소중함이다.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생명이다라고 불교 승려이자 노벨평화상 후보인 틱낫한이 말했다. 틱낫한은 마음챙김 수행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잔의 차와 서로의 존재를 즐기기 위한 차 명상은 수행의 한 방법이다. 그것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수행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 과거에 얽매여 시달린다면, 아직도 미래를 걱정하고 있거나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마음이 빼앗겼거나 노여움에 끌려다닌다면 당신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 완전히 이곳에 존재하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삶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정말 살아 있기 위해서, 깊은 생명을 느끼기 위해, 당신은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차명상은 마음을 붙잡는 것을 익히고, 당신의 영혼이 자유롭게 되는 것을 도와준다. 마음을 고요하게 머물게 하고 차를 마실 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합일된다. 당신은 현재이며 당신이 마시는 차 또한 현실이다. 이것이 진정한 음다이다. (p. 397-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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