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북, 발품팔아 뉴욕가다
박범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12년 11월
평점 :
모든 것은 아는만큼 보이고 알고자 또 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선택받은 자’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로 만드는 것이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사람이 태반이다. 평소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기회를 잡는 사람은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하였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본문 중)

이 책의 독자층은 두 분류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과 이미 유사 경험을 한 사람. 물론 '멘토프레스'라는 출판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타깃으로 하는 주요 독자는 전자일 것이다. 책은 시종일관 WEST프로그램 혹은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미지의 영역에 있는 후배들에게 멘티가 되어주고자 하고 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어쩌면 비슷한 미래를 계획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주의깊게 읽을 것이고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은 과거 자신의 당시를 반추하며 추억과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나는 후자다.
책을 읽는 내내 2007-2008년도 나의 미국 생활이 떠올랐다. 사실 유사 경험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은 나의 그때는 저자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저자가 이렇게 열심히 생활해왔다는 것에 조금은 충격 받았고, 또 이렇게 번듯한 책을 출간했다는 것에 부끄럽지만 배알이 꼴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박범진'이라는 저자는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훌륭한 경험담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에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다수의 학생들이 겪을만한 공통의 소재 외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로맨스까지 묘사해 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에 파란만장했던 청춘의 일대기로 두고두고 남을 것 같아 여하튼 부럽다!
만약 나의 미국 교환학생기를 이처럼 엮어낸다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하나 '실패 혹은 후회담'이 될 것이다. 여전히 나는 후회만 남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후배들에게 반면교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상상해본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은 소용없는 것이다. (p. 1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경험을 나눈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백 번쯤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사실 100이라는 숫자는 약간의 과장을 보탠 것이다. 저자 역시 JFK공항의 첫인상을 무서운 정글마냥 과장해 놓았으니까. 나 역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인들로부터 경찰을 대할 때 주의할 점부터 들었다. 이 때부터 미국에는 총기소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경찰이 먼저 다가오기 전에 차에서 내리면 안 되었다. 그리고 핸들에 두 손이 보이도록 올려두고 경찰관이 다가오길 얌전히 기다렸다. 이윽고 차 옆에 멈춘 경찰이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얼른 창문을 내리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괜찮냐”는 것이었다. (p. 125)
저자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운전신호 위반과 관련하여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뉴욕에서 경찰에게 걸렸는데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척 "yesterday Korea, today America" 이 말만 열번쯤 반복했더니 경찰관이 어쩔 수 없어 보내주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10개월 동안 있으면서도 익숙하지 못했던 팁문화. 15%정도?의 팁이 아까워서 창피하지만 1달러만 올려놓고 나오는 등 어글리 코리안이 되었던 적도 빈번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잘 모르는 우리에게 만 원짜리 물을 팔아먹었으면서 팁을 달라니. 네놈이 날 촌놈 취급했으니 난 팁문화도 모르는 촌놈이 되어 주겠어.’ (p. 53)
용기가 없으면 욕망은 고통이라고 했다. 가끔 나의 최대 적은 ‘머뭇거림’이다. 몇 초의 주저함이 있고 나면 다시 용기를 내기란 참 어렵다.
모든 구직자의 마음은 절박하다. 그때, 기회를 잡는 용기,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기회는 노력과 발품을 판 보상이다. 그 보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니 잡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 손으로 기회를 잡기까지 들인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한방’이 아니라 ‘한순간’이다. 이 일을 통해 중요한 순간 용기를 내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p. 78)
(그리고 몇 개월 후)
의지의 한국인답게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대시했다. 그리고 그녀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다. (p. 145)

본문에서 저자는 타지에서는 친구들이 오빠도 누나도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된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었다. 어쩌면 그렇게 허물없이 거리낄 것 없이 서로의 편이 되어주며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흐뭇한 추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지구촌이란 마을에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새벽녘 울리던 전화기, 종종 울리던 핸드폰 'Hello'하고 받으면 영락없이 들리던 반가운 한국친구들의 목소리, 그리고 가끔 도착하던 모국의 향기를 담은 국제편지들. 모두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책 속에는 누구나 상상하듯 외국에 나가면 매일 실시간으로 찍어 올리는 사진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위한 일러스트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실망스러운 한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포기를 모르고 끈기 있기 도전하는 한국의 악바리 대학생'으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 이렇게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를 읽고 나면 작심삼일, 삼일만이라도 조금씩 성장해야 겠다고 자극 받는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겠다고 지키지 못할 다짐이 하나 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도 읽혀야겠다.
왜 그렇게 빡빡하게 달려 가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두 가지로 대답한다.
첫 번째, 부족한 게 많아서.
초, 중등학교 때 공부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 대가로 낮은 성적표가 남아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낮은 성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두 번째, 성공하고 싶어서.
성공의 정의와 진정한 의미를 따져 묻기 전에 일단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씩 올라가보니, 밑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던 큰 그림과 비전이 보였다. 이것이 힘이 되어 또 오르다보니 더 큰 꿈과 목표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p. 184-185)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그래서 통역을 도와주었던 그 불법체류 할머니는 종내 어떻게 되셨냐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아들과 함께 살겠다는 그 마음이 측은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본인 스스로도 충분히 지각하고 있는 범죄였다. 저자는 어떻게 대처하였습니까?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
‘나는 될 놈이다!’
한번 자신이 기대는 마음속 신에게 주술을 외워보라. 그 믿음이 강할수록 그 사랑의 손길 또한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손쓸 수 없는 불가항력적 결과라면 마음 졸이지 말고, 뜻하는 바대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한번 믿어보자. 스스로를 될 놈이라고 한번 믿어보자! (p. 185)
*오탈자?
p. 43 21번째 줄 / 교제도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 -> 교재도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
p. 79 7번째 줄 / 아직도 스스로 저질른 이해 못할 행동에 화가 나 있었다. -> 아직도 스스로 저지른 이해 못할 행동에 화가 나 있었다.
p. 185 2번째 줄 /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우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 그동안 놀았던 것의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