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로이트, 칼 융 등 현대 정신의학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신병리학과 성 심리학, 법의학과 범죄인류학 최고의 바이블

최근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일까 <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이라는 제목에 유난히 눈길이 간다. 이해하기 어려운 성범죄는 우리 주변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럴 때 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하는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범죄사건이나 성도착적인 사례들은 오늘날 일어난 새로운 일들이 아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고전이자 정신병리학의 ‘성서’라고까지 불리는 이 저서가 오스트리아에서 출판된 것은 지금부터 130여년 전인 1886년이다. 지금은 방송이나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페티시즘, 사디즘, 마조히즘 같은 성적 용어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창안해 사용되었다고 하니 진정 ‘성’에 관한 획기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생활의 심리와 정신병리를 시작으로 사디즘, 마조히즘, 페티시즘, 동성애, 특수 정신병리, 성범죄와 법의학까지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보통은 외면하고 싶은 ‘성’과 관련된 내밀한 주제들에 대해 198개의 방대한 사례를 수집하고 과학적, 정신학적으로 분석한 내용들은 혐오스럽다고 숨기고 모른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고자 하는 한걸음이 학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증세의 방향과 도착의 근거를 검토해야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서 사례를 파악하고 연구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시점으로 보자면 미신적이거나 정신병으로 잘못 이해되는 사례도 많이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과 관련된 지식들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선척적 동성애를 유전학적으로 해석하거나 비정상적 성심리는 기능의 퇴행에 대한 상흔으로 간추하고, 신경병으로 이해하는 분석들이 낯설긴 하지만 생생하고 폭넓은 사례들을 통해 과거 서양에서 성에 대한 고뇌나 사건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일어났는지 볼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이 남성의 사례라는 점이다. 그 이유가 남성보다 여성이 성심리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 솔직히 털어놓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책이 긴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그에 대한 이유가 있다. [광기와 성]을 전문가와 대중들이 오랜 시간 탐독했던 것은 그만큼 성 심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고, 자신과 타인을 좀 더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성심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