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따라잡기 : 미적분의 핵심 - 지식 제로에서 시작하는 지식 제로에서 시작하는 개념 따라잡기 시리즈
Newton Press 지음, 이선주 옮김, 다카하시 슈유 감수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적분의 핵심>은 수학 문제를 나열한 책도 아니고 수학 문제를 쉽게 풀도록 유도하는 책도 아니다. 대부분의 지면을 미분과 적분의 정의와 원리를 소개하는데 사용하고 미적분의 탄생 배경과 현실 응용에 남는 부분을 할애한다. 떄문에 원리를 이해한다면 1시간 내에도 완독할 수 있다. 


아이작 뉴턴(1642-1727)은 1665년 런던에 유행하던 페스트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가 연구하던 1년 가량의 기간동안 미적분학, 만유인력의 법칙, 빛의 이론을 연이어 발견했다. 뉴턴의 이름 앞에 붙곤하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위대한 업적들을 단기간에 쌓인 것이다. 


16-17세기 유럽은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전쟁이 빈발하던 시기로 총탄이나 포탄의 궤적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발사된 포탄의 궤적은 전체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는데 포탄의 진행방향은 중력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단순히 포탄의 궤적을 나타내는 함수를 발견하는 것으로는 특정 순간에 포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설명하지 못했다. 운동하는 물체의 매순간의 이동방향을 알려면 접선에 대한 개념이 필요했는데 데카르트와 페르마도 이 '접선 문제'를 생각하긴 했으나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 점을 지나는 접선을 긋기 위해서는 접선의 기울기를 알아야 하는데 원(circle)이라면 원 위의 한 점을 지나는 직선 가운데 원의 중심으로부터 직각인 직선이 접선이 되지만 포물선의 접선은 그런 방식으로 구할 수 없었다. 뉴턴은 좌표에 그려진 '곡선이나 직선은 시간에 따라 작은 점이 움직이는 자취'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극히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오미크론이란 기호를 고안해(나중에 극한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한다) 곡선 위를 움직이는 점이 어느 순간에 점 A에 있고 오미크론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움직이는 점은 A'에 위치하기 때문에 직선 A-A'의 기울기를 알면 점 A에서의 접선을 구할 수 있었다. 즉 곡선을 한 없이 점에 가까운 직선의 모임으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곡선의 함수를 알면 곡선 위의 점 A의 좌표(x, y)를 알 수 있고 오미크론(O에 가까운 한없이 짧은 시간)이 지난 후의 점의 위치인 A'의 좌표(x+op, y+oq)도 구할 수 있으므로 기울기를 얻어 접선을 구할 수 있다.  


뉴턴의 방법으로 기울기를 구하면 접선의 함수를 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생긴 함수를 '도함수'라고 하고 도함수를 구하는 것을 '함수를 미분한다'라고 한다. 함수를 미분할 때 '(프라임)을 사용하고 대신 dy/dx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표기는 뉴턴과 함께 미적분법의 창시자로 알려진 라이프니츠가 고인한 것이며 여기서 d는 differential의 머리글자다.  


적분법 개념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BC 287-212)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키메데스는 소진법(method of exhaustion)을 사용해 포물선과 직선이 만나는 영역의 넓이를 구했다. 독일의 위대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도 적분개념을 사용해 '케플러의 제2법칙(행성이 태양을 공전할 때 일정한 시간 동안 만드는 공전궤도의 면적은 항상 같다)'을 찾아냈다. 케플러는 아르키메데스가 한 것과 유사하게 부채꼴의 면적을 작은 삼각형으로 무한히 나누었다가 다시 더하는 방법으로 계산했다. 


17세기 들어 카발리에리와 토리첼리가 적분법의 개념을 발전시켜 직선이나 곡선으로 둘러싸인 부분의 넓이를 구하거나 입체의 부피를 구하는데 활용했지만 어떠한 곡선에나 적용가능한 일반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뉴턴은 적분이 미분과 역의 관계임을 알아냈고 미분법과 마찬가지로 적분법도 일반적 적용이 가능해졌다. 적분과 미분이 서로 역의 관계이므로 만약 f(x)라는 함수를 적분한다는 것은 미분해서 f(x)가 만들어지는 함수를 찾는 과정과 마찬가지가 된다. 즉, F(x)를 미분하면 f(x)가 될 때  f(x)는 F(x)의 도함수이고 f(x)를 적분하면 F(x)가 되는데 F(x)를 f(x)의 원시함수라고 한다. 


적분에는 긴 'S'자 모양의 인티그럴(∫)이라는 기호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합계를 의미하는 summa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며 미분법의 dy/dx와 마찬가지로 라이프니츠에 의해 고안되었다. ∫ydx는 가늘고 긴 사각형의 넓이[y(세로축) x dx(가로축)]의 합계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적분이 어떤 함수의 만들어내는 면적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범위를 지정하여 그 범위의 면적을 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x축의 a와 b 지점(a<b)과 함수가 이루는 면적을 구하는 것은 원시함수인 F(b)에서 F(a)를 뺀 것과 같다. 이 때 'F(b)-F(a)'를 a서 b까지의 정적분이라고 한다. 




영특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또는 나처럼 뇌가 정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위해 미적분법의 탄생과 원리를 아주 쉽게 설명한 책이다. 개념과 원리에 치중하여 미적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쓰여졌으며 여기서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미적분학으로 건너가길 소망하는 책이라 느껴졌다. 


수험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수학은 참 오묘한 학문이었다. 한 문제에 붙들려 낑낑대던 수고는 해답을 발견해냈을 때 얻는 희열로 씻어지고 새로운 문제를 찾게 만들었다.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든 인간은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수학이란 숫자라는 문자를 사용해 논리적 사고를 펼쳐 자신과 대화를 주고받는 학문이라고 느낀다. 마치 철학처럼. 수학과 철학은 동떨어져 보이지만 사용하는 도구(말, 글, 숫자 등)만 다를 뿐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해답(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적분의 핵심>은 수학에 관심이 없었던 초심자가 읽어도 이해할만큼 친절하게 쓰여있다. 미적분에 대한 개념을 얻기에 아주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볼 때면, 내게 초능력이 있어 몇 광년의 거리를 단숨에 다다를 수 있으며 우주 공간에서도 생존가능하다면 어떨까하는 공상을 한다. 아직도 이런 상상에 빠지는가 하고 피식하게 되지만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은 끊임없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을 매혹하는 것 같다. 이미 입시를 치른 지 이십 년이 훌쩍 넘었지만 요즘도 가끔 '수학의 정석'이나 물리의 '하이탑'을 들여다본다. 그런 지식들이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논리를 키우고 다른 과학서적을 읽을 때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도구로써 수학과 물리를 공부하게 된다. 


과학분야의 신간이 출판되었을 때 읽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함이다. 전공이 자연과학 분야와 거리가 있는데다 나이가 들수록 지적 수행 능력이 떨어져 깊이 있는 이론과 설명은 이해불가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명칭 정도는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의 저자소개와 책소개를 접하며 끌림이 있었는데, 이 책이 나와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능한 한 쉽게 씌여졌으며 특정 지식을 깊이있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관심이 가는 분야의 심오한 지식으로 다가설 때 디딤돌 역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마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소개를 접한 기분이었다. 




인간은 보통 2미터가 안되는 신장에 100 년에 못미치는 평균수명을 지닌다. 70억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름이 대략 13,000 km에 46억 년을 살고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지구는 엄청나게 크고 엄청나게 오래됐지만 이는 지구에 발을 디딘 지 수십만 년에 불과한 인간의 척도일 따름이다. 지구는 태양계의 작은 행성에 불과하고 태양계는 우리 은하에 있는 수천억 개의 별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은하와 같은 여러 은하가 모여 은하군을 형성하고 이런 은하군들이 모이고 모여 초은하단을 형성한다. 우주는 이런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공간이고 개념이다. 


우주는 약 138억 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약 138억 년 전 엄청난(상상이 안되는 크기의) 에너지를 가진 것이 폭발하면서 시간과 공간 개념이 시작되었으며 이 폭발에서 발생한 물질들에 의해 우주가 탄생했다. 처음의 폭발력이 너무 커서 우주 공간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했기 때문에 현재 우주의 크기는 930억 광년의 공간에 2조 개 이상의 은하를 담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게다가 아직까지 우주는 팽창 중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의 크기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간의 삶에서 실측할 수 없어 가늠조차 힘든 단위가 사용되어야 비로소 우주를 이야기 할 수 있다. 광대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위대한 천재들조차 우주의 신비를 깨우치지는 못했다. 다만 그들의 업적이 쌓이고 쌓여 우주의 신비에 다가설 힌트를 제공했고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조금씩 우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이 우주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겸손을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6세기까지 지배적 사조였던 천동설이 무너지고 지동설이 등장함으로써 지구 중심적 사고에 이변이 생겼으며 우리 은하의 중심에 태양계가 있을 것이란 믿음과 달리 태양계의 우리 은하의 변방에 치우쳐 있음이 밝혀졌다. 우리 은하가 곧 우주일 것이라는 가정은 다른 은하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수정돼야 했고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 위치하지 않을까하는 희망 또한 과학적 데이터에 의해 부서졌다. 모든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곳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거대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우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변가의 모래 한 알 보다 작은 존재가 되었다. 


우주는 빅뱅 이후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 전체적 우주는 가속팽창하며 공간을 키우고 있으며 행성은 항성을 중심으로, 항성은 은하를 중심으로, 은하는 우주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의 원리에 따라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지구 자전은 매 초당 350m를 이동하고 있으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초속 30km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핵을 중심으로 초속 200km로 공전하고 우리 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력에 이끌려 초속 600km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주의 광대함을 상상해보면 역설적으로 인간이 사는 지구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가늠할 수 조차 없는 거대한 우주에 아직까지 지구와 같은 골디락스 존은 발견된 적이 없다. 태양과 같은 별의 곁에 적절한 거리로 위치하며 위성으로써 달을 가져 안정성을 높이고 물과 대기가 풍부해 생명을 부양할 수 있는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구에서 수십억 년의 시간의 허락을 받아 인간이 탄생하고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룩한 것 또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고귀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책일 읽고 리뷰를 쓰다보니 우주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적게 됐지만 실제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의 전체적 흐름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고 해당 지식을 발견한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전달함과 동시에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견지하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풀고자 했던 선조들의 노력과 업적이 쌓이고 쌓여 업그레이드 되면서 우주는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음을 전해 준다. 그리고 인간이 생을 영위하는 터전인 우주를 바라보며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겸손과 자애로움 소중함 등을 일깨워 준다.



PS)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은 깊이 있는 지식의 전달보다는 일반인들이 알아뒀으면 좋을법한 우주에 관한 상식을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같은 일반인도 편히 읽을 수 있으며 중간에 관심 가는 주제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구글링을 통해 약간 정보를 보태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작성된 듯 하다. 칼 세이건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과학도서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 표지를 손바닥으로 여러번 쓸어보았다. 속표지를 보고 머리말을 보고 챕터를 확인하면서 책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 우주의 진리를 찾는 학문을 소개하는 책의 표지가 너무 서정적이고 포근한 느낌을 줘, 리뷰의 첫머리에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색깔이 맘을 흔든 것과 별개로 물리에 대한 토막지식이라도 배우고자 읽는 책이기에 내용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우주를 만지다>는 총 4개의 챕터(별 하나 나 하나, 원자들의 춤, 신의 주사위 놀이, 시간여행)로 구성돼었으며 각 챕터는 열 개 남짓의 소주제를 포함한다. 우주의 광대함을 논하고 현대 물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론과 물리학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대 물리학이 다다른 수준을 설명한다. 


소주제는 우주의 생성과 변화, 원자,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들로 이뤄졌으며, 먼저 해당 소주제에 대한 물리적 지식을 쉽고 편하게 전달한 후 그 지식이 갖는 학술적 의미를 부연설명한다. 소주제에 대한 과학적 영역의 설명이 끝나면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여담이 이어지고 마지막에 해당 주제를 모티브로 한 '시(詩)'를 삽입해 놓았다. 어쩌면 저자 권재술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 지식이 아닌 각 후반부에 놓인 철학적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우주의 광대함과 초연함을 전하는 부분에서 겸손을, 광학과 양자역학을 전하는 부분에서 진리와 실존의 의미을, 그리고 물리법칙의 견고함을 전하는 부분에서 질서를 생각하게 됐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한 편안한 설명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교단에 선 저자가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듯 이해하기 쉬운 예로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 놓는다. 예를들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다음의 예시를 사용한다. 

어머니가 딸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 "무엇을 먹고 싶니?"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아이는 원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그러면 야단맞을 것 같아 "우유!"라고 대답해 버린다. 그러면 어머니가 딸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낸 걸까? 아니다. 관찰 행위 자체가 그 대상을 교란해서 실상과는 다른 것을 관찰하게 한 것이다. 이런 교란을 적게 하려면 아주 미약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도 말고 말을 걸지도 말고 아주 몰래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관찰 대상을 교란하지는 않지만 실상을 알기는 더 어려워진다. 관찰을 약하게 하면 실상을 알기 어렵고, 관찰을 강하게 하면 관찰 행위 자체가 대상을 교란해서 실상을 바꾸어 버린다. 이래저래 그 사람의 실제 상태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저자는 이어지는 소주제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인간의 삶과 연결짓는다. 인간의 미래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고로 양자 중첩의 상태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행하게 되면 이는 양자역학에서 관찰자가 관찰 행위를 통해 개입한 것처럼 특정 결과를 만든다. 즉 선택의 기록이 남겨지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미래의 가능성이 선택이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과거로 남게 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선택의 연속이며 수많은 꿈을 포기해 나가는 과정임을 말해주고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주를 차지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물리학과 달리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 심오해 보였다. 온전한 이해는 못하더라도 해당 주제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이 남긴 업적의 의미(진정한 이해가 아닌 대략적인 개요일지언정)를 되새겨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게 됐다.  


현대물리학이 다루는 영역은 플랑크 길이부터 광년까지 불가해한 범위이다. 너무나 작거나 너무나 커서 확인이 불가한 영역을 초월해 그보다 훨씬 더 작거나 훨씬 더 큰 범위까지 다루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은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우주의 크기를 관측할 수 없으며 소립자의 크기도 직접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관념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뿐이리라. 그러나 우주의 진리를 찾아 온 힘을 쏟는 과학자들의 노고가 헛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지성의 영역을 확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 것이 우리 인류가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 걸어갈 길이라 여기기에 <우주를 만지다>를 읽으면서 그분들에 대한 존경을 느낀다. 





권재술의 <우주를 만지다>를 읽으며 두 권이 책이 떠올랐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변천과 인류의 지적성장에 대해 설명하며,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현대물리학이 다루는 거시 및 미시세계에 대한 지식을 전해준다. 두 권 모두 내게는 감동적이었고 언제고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코스모스>는 잊어버린 내용을 복습하는 마음으로,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이번에는 완독하고 싶다은 마음으로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과학으로 보는 지구 대재앙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적이진 못하지만 과학서적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는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다. 특히 저자 '밥 버먼'은 내가 몇 년 전 인상깊게 읽었던 <바이오센트리즘>의 공저자란 점이 더욱 기대치를 높였다. 




별의 일생을 알면 태양계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 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추정하고, 태양과 그 부속 행성들은 비교적 최근인 45억 년 전에 형성됐다고 믿는다.
태양은 약 50억 년 가량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 있으리라 여겨진다. 태양이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마치면 크기가 현재의 수성 궤도에 이르는 적색거성 단계를 거처 남아있는 수소와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치룬 후 외피를 잃고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을 형성한다. 백색왜성은 핵융합반응으로 생선된 탄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으며 더이상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없기에 천천히 식어간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가는 단계 이전에 모두 소멸할 것이다.


백색왜성의 중력이 가까운 별의 수소와 헬륨을 흡수하면 다시 강렬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며 밝은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이를 신성(nova)라 하고 신성보다 에너지가 훨씬 큰 경우를 초신성(supernova)라 한다. 초신성은 가까운 별에서 뺏은 물질이 충분히 누적됐을 때 엄청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별을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 이 때 극도로 밝은 빛이 발생하고 방대한 중원소와 방사선을 뿜어낸다. 만약 지구와 가까운 지점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일어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달의 기원을 논할 때 등장하는 가설이 있다. 오래 전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지구보다 작은 화성정도 크기의 행성(테이아, Theia)이 지구와 충돌했고 지구와 융합된 부분과 떨어져 나간 부분이 생겼는데 떨어져 나간 큰 덩어리가 달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이 다시 발생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는 파멸할 가능성이 높다. 


 태양은 지구의 부모같은 존재이며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특히 강한 흑점 폭발은 거대한 에너지와 X-선을 지구에 전달하고 지자기 폭풍을 유발한다. 1859년 '캐링턴 대혼란'이나 2003년 '핼러윈 폭풍'이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발생한 지자기 폭풍의 좋은 예이다. 만약 캐링턴 대혼란 규모의 흑점 폭발이 현대에 발생한다면 지구의 전자제품, 인공위성, 전기 등에 엄청난 피해줄 줄 것이다.  


원자가 텅 빈 축구장이라면 원자핵은 축구장 가운데 놓인 소금 한 알 정도의 크기이다. 원자의 빈 공간을 제외하고 압축시킨다면 전 인류를 모아도 기껏해야 각설탕 한 개의 부피에 불과하다. 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 공간에 존재하는 미세입자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에너지로 가득하다. 

원자와 마찬가지로 우주는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청나게 많은 미세입자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방대한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 종종 거론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그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빅뱅과 우주의 팽창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주의 팽창이 한계에 도달했고 우주 대수축이 일어나 우주가 붕괴될 것이란 의견도 있으며 우주가 오히려 더욱 팽창하면서 시공간이 무너지고 우주는 내부로부터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우주붕괴 이론은 지금으로부터 220억 년 이후에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는 생명체가 번성한 이래 총 5차례의 대위기를 겪었다. 연대순으로 나열해보면,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대멸종(4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생물의 60-70%의 멸종), 데본기 말기 대멸종(2억 6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 이상이 소멸),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2억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75%가 멸종), 그리고 가장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6천 6백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모든 종의 75% 가량의 멸종)이다. 이전의 대멸종은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이견이 분분하지만 비교적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은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구와 지구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운명은 어쩌면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멸절될지도 모른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 질병도 절망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의 말미에 발생한 신종플루(influenza A, subtype H1N1)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해 수천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20세기 약 3억 명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치명적 질병이 창궐해 인간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 안전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등장하는 예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한 원자력 발전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이 자연재해가 인간의 관리능력을 제한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핵폭발도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은 일본의 무조건적인 투항을 이끌어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비축하며 인류는 자신의 생존터전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만큼 막대한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어리석은 지도자나 비이성적인 해커 등이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면 인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는 96km/sec의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으며 결국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두 은하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며 그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두 은하에 포함된 수많은 별들과 행성은 파멸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설사 그 파멸은 피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40억 년 후에 시작되어20억 년 가량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가장 핵심은 태양이다. 태양은 10억 년마다 10%씩 밝아지고 있다. 이 10%의 증가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구는 고온으로 달아올라 지상의 수분은 모두 증발하고 대기는 두꺼워져 온실효과가 강해되면 지상의 온도는 수백도가 되고 거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할 것이다. 

태양은 핵융합반응을 마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게 될 50억 년 후의 지구에는 이미 생명체가 소멸된 상태일 것이다. 다시 몇십억 년이 흐르면 태양은 지구 크기로 작아져 밀도가 아주 높은 검은색 항성이 되고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는 2억 5천만 년의 주기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만물은 관찰자의 의식 하에 있으며 "관찰이 이뤄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밥 버먼'이 지구의 종말에 관한 위험은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궁금했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보이던 철학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연구와 실험에 의해 밝혀진 결과를 토대로 글을 전개한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을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대부분의 위험 요소는 아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전쟁이나 감염질환 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인간의 행위가 공공선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또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거듭되는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우주, 은하, 태양계, 지구를 다루는 다양한 지식을 전해준다. 중간 중간 내 수준을 웃도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과 다른 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넓혀주고 무관심하게 지나갈 수 있는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된 것에 감사한다. 


제목은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이지만 실제 본문 내용을 곱씹어보면 우주의 신비에 대한 전달에 힘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 - 처음 만나는 물리수학책 통계·물리 수학
나가노 히로유키 지음, 위정훈 옮김, 김범준 감수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가끔 정석을 펼쳐보거나 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곤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머리가 좋다는 방증이라 여겨졌다. 대입을 위해서 뿐 아니라 친구들이 건내는 그런 칭찬을 듣고싶어 수학을 가까이 했고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수학에 할애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을 살다보니 숫자 풀이를 잘하는 것이 그닥 중요하진 않음을 깨닫게 됐지만 수학이 가진 논리와 오묘한 끌림은 아직까지도 수학을 관심있게 지켜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석의 초반을 차지하고 있는 집합에는 익숙하지만 방정식 미분적분을 거치며 수학적 흥미를 잃어간다. 이것은 수학이 사용하는 언어의 정의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학이 논리를 전개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떤 수학문제를 앞에두고 난해하다는 느낌은 받을지언정 외계어같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은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풀이에 치중하지 않고 용어의 개념과 그 개념의 이해 및 적용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제로 선택된 일본대입시험 문제 또한 복잡한 풀이를 요하는 것이 아닌 개념을 이해했다면 직관적으로 답을 도출할 수 있거나 간단한 암산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수학에 관심은 있으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특히 미적분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수학은 논리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학문임을 상기시키고 쉬운 수학을 보여줌으로써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있다.

 편의상 학문을 구분하고 있지만 여러 학문들은 서로 영역을 걸치고 있다. 학문의 종류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를 보일 뿐, 혼자 동떨어져 존재하는 학문은 있을 수 없다.
 수학은 다양한 학문에 가장 기초적인 틀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수학을 토대로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경제학 등이 발전해 왔고 해당 학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학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물리는 수학과 가장 밀접한 학문으로, 방정식과 미적분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교과과정에 등장하는 물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여기면 된다.
 수학을 응용한 것이 물리라 말할 수 있으며 수학이 '밀'이라면 물리는 '빵'이라 비유할 수 있다.  


 저자 나가노 히로유키가 제시한 미적분의 단계적 이해는 미분 방정식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씌여졌기 때문에 미적분에 두려움을 갖는 수험생이든 수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든 누구나 편하게 읽어볼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하며 수학적 원리 설명 후 부연된 물리학적 적용을 보며 물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사칙연산을 제외한 어려운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만날 일은 흔치 않지만 수학이 주는 논리적 사고는 루틴(routine)에 치우친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