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식의 아름다움>이란 제목처럼 수학사(史)에 큰 획을 그은 공식의 탄생과 그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수를 센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자연의 섭리를 대변하는 아름다운 공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논하는데, 시대를 앞서간 천재 수학자들의 업적이 나열되고 있다. 


숫자의 개념이 등장해 '1+1=2'와 같이 간단한 연산에 사용되던 것이 어느덧 사칙연산으로 확장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같은 우리가 익히 아는 기본 공식으로 진화하게 됐다. 수학자들을 350여 년 동안 괴롭했던 페르마의 정리가 등장하는가 하면 우주의 질서를 논하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일컬어지는 '오일러 공식'이 만들어지고 '갈루아 이론'이나 '리만 가설'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기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방정식'과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슈뢰딩거의 방정식 등은 세상의 이치가(일부일지라도) 수학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거듭 증명한다. 현대에 들어 수학계와 물리학계과 주목하고 있는 대통일 이론은 '양-밀스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리라 고대하고 있다. 


수학은, 수학 자체가 가진 견고함 뿐 아니라 철두철미한 연역에서 비롯된 '공식'이 완성됨으로써 세상을 설명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마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개안(開眼)은 수학의 빛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난해한 풀이(증명) 과정을 거쳐 마지막 줄에 새겨진 '공식'은 참으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특히 피타고라스의 정리, 오일러의 공식,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설명한 공식은 그 간결함과 소박함에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수학을 하나의 언어로 보고 공식을 인간의 문명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여긴다면 우리가 문학작품에서 느끼는 감동과 감탄을 수학 공식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수학적 증명을 따라가거나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하는 영역일지라도 수학 공식이 지닌 의미를 읽다 보면 우주와 자연의 질서가 수학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감동하게 된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공식의 탄생과 함께 그 공식을 유도한 수학자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데 페르마의 괴팍함이나 피타고라스의 편협함,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불편한 관계 등은 그들이 일궈낸 찬란한 성과만큼이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것 같다. 


'공식'이라는 어떤 형태의 질서를 발견하는 일은 인류가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견고함을 천재 수학자의 손을 빌어 더 커다란 영역으로 확장해 가는 길에서 조우하게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인이 '위대한 공식'이 가진 참뜻을 온전히 깨닫거나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수학적이 아닌 인문학적 감성에서 '공식'이 내포하는 질서를 이해하려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대학 입시가 끝나면 수학의 유관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수학이 우리네 삶과 연관이 없다고 치부하곤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형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자리잡게 되는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다니는 학문이라 여긴다. 간단한 방정식을 풀이하는 과정조차 수학적 공리로부터 출발해 연역적으로 추론해가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이 가진 탄탄한 논리는 비단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현된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 철학을 바라보는 입장은 '뜬구름 잡는 소리', 혹은 '말장난'에 불과했지만 독서를 하고 철학자들의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철학자들이 던진 간단한 문장에 담긴 논리의 깊이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고 이는 수학을 접할 때 곤두세웠던 논리적 사고와 다름 없는 사고를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수학은 단순히 연산과 그 활용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를 찾아가는 학문이다. 그리고 '공식'에는 그 질서가 함축되어 있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접하게 되는 위대한 공식을 증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공식이 담고 있는 질서를 문자로나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시간은 훌륭한 철학서를 읽는 것과 진배 없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은 상상 - 고등과학원 수학부 김상현 교수의
김상현 지음 / EBS BOOKS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은 인간 영혼의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창조물이다." 



숫자로 이야기하는 세상, 수학


우리가 아주 쉽게 접하는 수많은 숫자들은 어떻게 분류되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그 기원까지 건너가 보는 것은 요원하고 불분명한 과업이 되겠지만, 숫자가 정의되고 숫자가 분류되고 공식이 되어 의미를 띠고 그것이 또 다음 세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나는 중년의 아저씨로, 수험생으로서의 수학은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학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철학이 인간의 사고를 촉진시켰다면 수학은 인간의 문명을 이끌었다고 여기기에, 수학이 지닌 매력에 끌림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고등 수학의 범주 내에서) 공식을 이해하고 공식을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공식을 대입해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모습의 수학은 내게 버거운 일이 되었다. 차라리 수학이 가진 멋짐을 감상하고 수학이 가진 신비와 재미를 글로써 이해하고자 노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수학은 상상>이라는 책은 잔잔한 클래식을 연주하듯 수학, 그 안에 담긴 숫자가 가진 신비로운 세상을 찬찬히 설명하고 있어 눈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수학은 상상>은 숫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숫자'지만 막상 '숫자란 무엇일까'를 정의하는 것은 녹녹지 않은 일이다. 숫자를 단순히 세어 나가는 것으로 정의할 있을까? 숫자를 범위로 구분할 수 있을까? 자연수는, 정수는, 유리수는, 무리수는, 그리고 실수는 숫자라는 틀에서 어떤 범위에 존재하는 것인지, 실수와 자연수 모두 무한대로 존재하는데 어떤 무한대가 다른 무한대보다 크다고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 등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수학자들의 답을 제시하는데 어떤 항목에서는 '저런 것까지 증명으로 밝혀내야 하나' 싶은 직관적인 부분조차도 수학자들은 증명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2 + 2 = 5 라는 등식이 틀렸음을 안다. 적어도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위 명제가 공리로부터 출발해 논리적 증명을 거쳐 틀렸음이 검증된 후에야 비로소 그것이 틀렸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완벽한 논리를 추구하는 '수학은 모순이 없는 학문인 것인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수학자 괴델에 따르면 '수학이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명했다. 수학이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귀류법(어떤 명제가 거짓이라고 가정한 후 모순을 이끌어 냄으로써 그 가정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을 사용하면 '수학은 모순이 없다'는 가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기원전 6세기 크레타의 철학자였던 '에피메니데스의 역설'과 상통하는데, 에피메니데스가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다면 이 명제의 참과 거짓을 밝힐 수가 없게 된다. 


수학이 다루는 확률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빈도(동전던지기 처럼 수많은 시행을 거쳤을 때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의한 확률이든, 베이지언 확률(시간과 정보에 따라 바뀌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의 정도)이든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최종적인 선택은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근거와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즉, 확률이 높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사고의 위험이 있음에도 비행기를 타거나, 손실의 위험이 있음에도 주식에 투자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위험 요소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거나 손실에 대한 위험보다 이득을 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이루어지게 된다. 얼마 전 방영된 'DP'라는 드라마에서도 언급된 '몬티홀 문제'는 확률에 근거한 판단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확률에 무지한지도 드러내 보인다(확률의 대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틀렸다고 한다). 


기하학도 수학에서 파생되는 분야이다. 기원전 3세기의 유클리드로부터 시작됐다고 평가되는 기하학은 데카르트의 좌표와 뉴턴/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 펠릭스 클라인의 대칭성, 가우스와 리만의 공간의 휨, 그리고 카르탕과 휘트니의 부드러운 공간의 성질에 대한 연구를 거치며 현대에 이르고 있다. 수학에서 기하학은 '도형과 다면체의 대칭성'을 중요한 문제로 삼아 연구하고 있다. 점, 선, 면의 대칭성이 일반 도형의 범주로부터 확장되어 전자기장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차원을 설명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수학은 현재도 발전 중이지만 연구범위가 광대한 만큼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이 태산처럼 쌓인 분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친 위대한 수학자들은 산업개발자(industry builder,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연구할 분야를 개척한 수학자)와 문제풀이자(problem solver,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문제를 풀어낸 수학자)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지식의 영역을 우주와 공간의 질서까지 확장하고 있는 인간의 연구에 수학이라는 중심 학문은 앞으로도 핵심적 역활을 수행할 것이다. 




<수학은 상상>은 수학이 다루는 영역과 수학의 발전사 및 핵심 수학자를 소개하고 있다. 수학에서 중요시하는 공식보다는 사건과 인물 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에 역사서를 읽듯 찬찬히 읽어나갈 수 있다. 최근 2-3천 년 동안 인간이 이룬 놀라운 문명의 성취는 분명 수학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학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수학은 상상>이란 책에 담긴 수학이 걸어온 발자취를 훑어보는 것은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생활에서 화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로인한 결과는 어떠한가를 추적하기 위해 저자 조지 자이던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에너지의 하위로부터 출발한다. 식물은 광합성이라 불리우는 과정을 통해 6개의 이산화탄소 분자와 6개의 물 분자를 태양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1개의 포도당(저자는 설탕으로 말하기도 한다)과 6개의 산소 분자를 형성한다. 만들어진 포도당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소정의 과정을 거져 녹말과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기도 하며 질소 분자를 흡수해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식물이 만든 당류, 지방, 단백질 등은 식물을 섭취하는 동물들에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진화는 개체의 존속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식물의 경우는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성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을 취했고 동물은 식물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화합물(효소 등)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음식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냥이나 채집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이 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방법으로(가공으로) 유해한 상태(물질)를 무해한 상태(물질)로 변화시켜 섭취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안데스 산지의 아이마라 부족은 감자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점토를 같이 복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감자의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오늘날의 동결 건조법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카사바(고구마처렁 덩이뿌리를 탄수화물 공급용으로 먹는 구황작물의 일종)가 가진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제거하기 위해 카사바를 으깨고 체로 거르고 건조시키는 방법을 쓴 것도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가공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식물이 유한하고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남는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온갖 미생물이 사체를 공격해 부패시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건조, 동결, 발효 등의 방법으로 식량의 가용 기간을 증가시켰다. 음식물에서 독소를 없애거나 보관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용됐지만 이런 것들에 화학 작용이 관여한다는 점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 화학작용을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지만 발암가능성과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주 큰 지탄을 받고 있다. 담배는 적어도 5,700개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가운데 적어도 수십 가지의 성분이 암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인체로 들어오면 세포의 DNA와 결합하게 되고 DNA는 손상을 일으킨다.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작업이 이뤄지지만 온전히 수정이 안됐을 때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된다. DNA에 각인된 돌연변이는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특히 세포의 분열과 연관된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증식을 억제하지 못하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10-20 퍼센트 정도이며 비흡연자에 비해 약 11배 높은 수치이다. 담배의 성분은 암 뿐 아니라 각종 폐질환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도 높다. 이런 해악을 낮추기 위해 발암 물질을 적게 한 전자담배가 개발됐는데 전자담배도 일반담배보다 덜할 뿐 비흡연보다는 훨씬 유해하다.

태양에너지는 식물에서 광합성을 가능케하고 인간에게는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태양에너지가 과잉공급되면 피부는 화상을 입거나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배의 발암물질처럼 태양의 광자가 DNA의 배열에 영향을 주고 이를 올바로 수리하지 못하면 돌연변이를 야기하게 되며 돌연변이의 위치가 DNA의 중요부위에서 발생했다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본디 피부가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하게 만들어졌는데 주 성분은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이다.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은 광자가 인체에 닿기 전 흡수해 광자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자외선 차단제에는 SPF(sun protection factor, 일광화상 차단 지수)가 표기돼 있는데 이는 실험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을 비교한 것으로 SPF 30 은 해당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때 일광화상에 이르는 자외선의 양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30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SPF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일생동안 사용해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수 없다이다.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여러 성분들에 대한 FDA의 견해는 "GRASE(Generally Regarded As Safe and Effective)가 아닐 수 있음"이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 2개 성분은 GRASE라고 인정되지만 나머지 성분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외선이 인체에 끼치는 발암작용과 일광화상을 고려하자면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바르는 것이 유용하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커피와 초가공식품(간단히 말하자면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쳐 탄생한 식품)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지난 세기 중후반 커피는 각종 암과 질병과 연관된 유해식품으로 인식되었다. 언론과 의학계는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쏟아냈고 커피로 인해 심장병, 폐암, 고관절 골절, 고혈압 등이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견도 적지 않았는데 새로운 보고들은 커피가 심혈관 질환이나 암의 발생 비율을 낮춘다는 정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런 유해함과 유익함과 관련된 결과가 반복되는 상황에 남겨져 있다. 초가공식품도 커피와 비슷한 형편에 놓여있는데 초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온갖 성분들 각각에 대한 연구는 요원하고 특정 성분에 대한 파편적 지식이 언급될 뿐 실질적으로 치토스 같은 초가공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유익한지 혹은 상관이 없는지 등에 대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가 적당량의 커피나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 의학자, 영양학자 등이 수많은 연구를 발표했는데 왜 이것들은 일치하지 않는 결론에 도달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알아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연구의 결론을 접할 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중구난방으로 발표되거나 같은 주제에 대한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다음의 이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연구자가 부도덕한 경우이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나 필요에 의해 거짓된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번째, 결과를 다루는 수학적 실수에 기인한 문제이다. 학술 논문 가운데는 기초적인 사칙연산조차 잘못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로인해 도출된 결론이 전혀 엉뚱하게 제시되곤 한다. 

세 번째, 절차상의 오류. 이것은 연구 과정에서 변수의 위치가 뒤바뀐다거나 연구집단을 정할 때의 오류 등에 의해 발생하고 결론의 값어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게 된다.

네 번째, 우연이라는 변수. 어떤 일에 대한 원인으로 제시된 것이 실제적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 아닌 우연에 의해 작동한 것일 수 있다. 우연의 함정을 거르기 위해 연구에서는 p값(p-value)이 0.05 이하인 것을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평가하고 p값이 낮을수록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섯 번째, p-value의 오용 또는 해킹, 연구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상존한다. 특히 영양학적 연구의 경우 더욱 많은 변수를 가지는데 연구자는 이 수많은 변수 가운데 자신들에게 필요한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A부터 Z까지의 변수 가운데 p-value가 유의하다고 판명된 A 변수에 의한 결과만을 선택해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p-value는 절대적인 신뢰를 선사하지 않으며 상당히 객관적으로 설계하고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연구조차도 맹신할 수 없게 된다. 

여섯 번째, 교란된 연관성이 연구 결과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에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흡연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폐암과 커피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고 정작 폐암과 연관된 인자는 흡연인데 마치 커피가 폐암과 관련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 연구 설계의 한계이다. 식품과 질환의 인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대부분 관찰 연구로 제한된다. 연구에 따른 자본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구 윤리적 측면에서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진행할 수 없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한 그룹은 금연을 시키고 한 그룹은 흡연을 하도록 짜여진 연구 설계는 윤리적 측면에서 극렬한 비난을 맞딱뜨려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연구가 가진 각종 한계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많은 영양학적 이론들은 절대적 가치를 띠기 어렵고 분명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조합해 표층적인 인관관계를 추정하게 되고 비교위험도(relative risk)로 나타낸다. 


인간의 수명은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 흡연, 음주, 초가공식품, 비만, 성별 등 광범위한 영역이 모두 수명과 관련돼 있는데 만약 최고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과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기대 수명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지 궁금할 수 있다. 골초 흡연에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하루 30그램의 알코올 섭취하며 가장 덜 건강한 식단으로 살아가는 BMI 35 이상의 비만한 사람은 아주 모범적인 사람(비흡연, 주당 3.5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 아주 낮은 알코올 섭취, 가장 건강한 식단, BMI 23~25)에 비해 기대 수명이 20년 정도 낮다. 아주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이 94세라면 아주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은 74세이다. 이것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위에 언급한 각각의 변수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위협의 정도와 대응 의지도 개인에게 맡겨질 부분이다.





<오늘의 화학>은 화학과 실생활과 접목시킴으로써 과학이 지닌 차가운 느낌(지적 완성, 난해함, 일상과의 거리감 등)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의 원천인 식물의 광합성으로부터 초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위 리뷰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사항들, 이를테면 담배, 썬크림, 커피 등이 어떤 화학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상당히 구체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일상적인 것들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화학작용의 종류와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쉽게!!


<오늘의 화학>은 어렵고 깊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상식을 전달하고 있다. 일상 생활의 과학적 해석과 더불어 과학적 연구가 갖고 있는 한계를 덧붙여 설명함으로써 어떤 연구 결과를 대할 때 어떤 점들을 유의해서 봐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미로 그리고 상식을 넓히기 위해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오디세이 : 유니버스 - 우주.물질 그리고 시공간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정호의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과학자의 지적 여행'이란 부제하에 쓰여진 두 권의 과학 오디세이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 안중호는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에서 우주와 물질 그리고 시공간을 다루어 현재까지 밝혀진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그리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지식/이론들을 (독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쉽고 간략하게 추려 이야기하는데, 아래 리뷰에서 책에 담긴 방대한 지식 가운데 일부를 간추려 적고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를 읽으며 내가 느낀 바를 말해보고 싶다. 




'우주'는 얼마나 큰 공간일까?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무한하게 크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크기를 구체적인 크기로 제시하는데, 빅뱅 이후 138억 년이 흐르는 동안 우주의 크기는 관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너비가 930억 광년에 이르게 됐다. 우주가 연령에 비해 훨씬 큰 이유는 우주를 형성하는 공간이 급속도로 팽창한다는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관측되지 않은 우주는 930억 광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가 추정하는 우주의 크기의 수백 배에서 10^23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주에는 1300억 개 이상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관측되지 않는 왜소은하를 포함한다면 최소 몇 배 이상의 은하가 존재할 것이다. 각 은하는 수천 만 개에서 수십 조 개의 별을 가지므로 인간의 관측 범위 내에 최소 10^22에서 10^24 개의 별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 생성되었으며 원시 태양이 만들어지고 천만 년 가량 경과했을 때 기체형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생기고 일억 년 가량이 경과했을 때 암석형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생겼다. 달은 태양계가 생성된 후 수천만 년이 흘렀을 때 테이아(Theia)라는 화성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암석과 파편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이 가장 지지받고 있다. 


태양계는 8개의 행성과 그 위성 그리고 해왕성 밖의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태양으로부터 30AU(astronomical unit, 약 1억 5천만 km)가량 떨어진 해왕성의 바깥에는 해왕성 밖 물질(TNO, trans neptunian objects)이라 불리는 소형 천체들이 카이퍼대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카이퍼대의 밖에는 산란분포대가 있으며 그보다 더 나아가면 오르트 구름대를 만나게 되는데 오르트 구름대는 태양으로부터 2,000AU에서 50,000AU까지 떨어져 있다.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보면 지구가 샤프심 굵기의 절반(0.2mm)라면 해왕성은 약 78미터 떨어져 있으며 오르트 구름대의 바깥 경계는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태양계를 품고 있는 은하는 어떠할까! 우리은하(미리내, milky way)는 옆으로 길게 뻣은 나선형 은하로 중앙의 팽대부와 원반부로 이뤄져 있다. 팽대부는 약 1만 광년의 크기이고 원반부를 포함한 우리은하의 직경은 대략 10만 광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팽대부의 두께가 천 광년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전체적 모양은 아주 납작한 원반형태가 된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네 개의 나선팔 가운데 오리온 팔에 위치하고 있으며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약 2만 8천 광년이다. 태양을 비롯한 은하의 모든 별들은 은하중심을 공전하는데 태양의 경우 시속 8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공전하며 주기는 대략 2억 5천만 년이다. 태양계의 연령을 감안하면 18번 공전을 마친 셈이다.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천 억 개가 존재하는 우주라는 공간은 규모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 뿐 크기를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할 정도로 광대하다. 

.......


'물질'은 어떻게 이루어 진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입자로써 원자를 제안했고 18세기 존 돌턴에 의해 현대적 의미의 원자가 정의되었다. 과학적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원자에 대한 구체적 실험과 증명이 잇따랐고 원자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구성되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관찰하다 보니 이들을 구성하는 입자인 쿼크를 발견하게 됐다.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자는 소우주라 칭할만하다. 광대한 우주에 별이 있는 공간은 극히 미미한 것처럼 원자 또한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있는 구조를 띤다. 원자를 이루는 핵과 전자의 관계를 수적 개념으로 표현해 보자면 원자의 크기는 대략 1조 분의 1 cm이며, 원자핵이 지름 1 mm 크기라면 전자는 대략 6 km의 공전궤도를 돌고 있는 셈이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이뤄져 있다. 쿼크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이며 6가지 종류(위, 아래, 야릇한, 맵시, 바닥, 꼭대기)가 있고 각 쿼크는 색전하에 따라 3종류(빨강, 녹색, 파랑)로 구분한다. 

<쿼트와 경입자(렙톤)의 종류와 분류>



양자역학은 이런 소립자들 간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학문인데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불확정성의 원리'는 고전역학의 기조를 뒤흔드는 이론으로 여겨져 아인슈타인과 같은 당대의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이 '쉬레딩거의 고양이'나 '아인슈타인의 EPR역설' 등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현재 과학계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관찰자의 관측 활동이 사건의 결과를 변화시킨다는 점이 언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많은 학자들의 실험 데이터는 '납득하기 힘든 사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그너는 인간의 의식이 양자역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


시공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시공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에 의해 유지되는데, 이 4종류의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다. 거시세계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으로 따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대통합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학자들은 두 이론을 아우르는 통합이론을 찾아 정진하고 있고 양자역학의 측면에서 중력(일반상대성이론)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연구 분야를 양자중력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가장 각광받는 양자중력 이론은 끈 이론이며 또 다른 후보로 고리양자중력이 있다. 끈 이론은 M-이론과 초끈 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끈 이론의 핵심 원리는 물질의 기본 요소를 입자가 아닌 두께가 없는 끈(끈처럼 생긴 어떤 것)으로 보는 것이다. 끈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이를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전자와 쿼크 같은 입자로 보이고 끈의 진동의 세기에 따라 질량, 스핀, 전하 등의 물리량이 달라진다. 끈 이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지만 끈 이론이 가진 장점(복잡한 입자로 설명되는 표준모델에 비해 간단, 끈의 진동 패턴 중 하나가 중력자의 특성과 일치, 물질의 존재 이유를 우주의 기원과 연관지어 설명 등)들로 인해 유수의 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끈 이론을 수학적으로 검증하거나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선 요원하지만 어떤 계기로 이론이 검증 가능하게 된다면 우아하고 조화로운 '모든 것의 이론'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를 읽으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자주 떠올렸다. 지식이 미흡한 학생들에게 하나부터 찬찬히 설명해 주는 듯한 문체는 내가 <코스모스>를 읽으며 칼 세이건의 강의를 따라갔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우주, 물질, 시공간 어느것 하나 이해하기 쉬운 게 없지만 안중호 교수님의 말을 읽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어려운 주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리뷰에 적은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조금은 이해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닿았을 뿐 진리를 찾지 못한 분야는 너무도 많다. 거시세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우주만해도 근현대의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내 생이 다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획기적인 이론이 등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주라는 신비는 여전히 고고하게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물질도 마찬가지리라. 원자를 발견하고 핵과 전자를 알아내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분하고 쿼크로 나아갔지만 궁극의 구성요소는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주, 물질, 시공간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하등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류가 쌓아가는 지적 산물의 흔적을 겉보기나마 따라가 보는 것을 의미없는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과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할 것이라 믿는다.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보통의 시민으로서 인류의 진보를 이끈 과학적 산물의 큰 줄기만이라도 좇고 싶은 욕심이 가시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과학 서적은 꾸준히 읽어나갈 것이다.


* <과학오디세이 유니버스>에 적힌 내용은 방대하고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아 보이는 것이 없어  리뷰로 요악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 리뷰는 책을 읽은 후 생각나는 몇몇 부분을 글로 옮긴 것에 불과하고 <과학오디세이 유니버스>라는 책에 담긴 450여 페이지 알찬 내용을 요약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대백과사전 - 시험, 생활, 교양 상식으로 나눠서 배우는
구라모토 다카후미 지음, 린커넥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구라모토 다카후미는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직무에 수학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깨닫게 된 수학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책을 집필했다. 독자층을 교양대상, 실무대상, 시험대상의 집단으로 구분하고 독자에 따라 중요시되는 수학의 분야와 정도가 다름을 언급하며 별표를 사용해 중요도를 표시하고 있다. 

 



<수학 대백과 사전>은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루는 책이라기 보다 수학의 용어에 대한 정의를 알려주고 수학이 다루는 영역을 개략적으로 소개주고 수학이 가진 확장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수학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이 흔히 사용된다. 수학에 사용되는 숫자와 기호가 논리적으로 연결돼 가장 기본적인 전제에서부터 우리가 이해하기도 버거운 어려운 공식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언어의 논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수학공식을 사용할 일은 많지 않지만 수학이 가진 개념과 논리적 전개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교양의 목적으로든 논리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든 수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수학 대백과 사전>에 수록된 개념은 내가 수험생이던 1990년대 후반 고등과정의 수학(일반수학, 수학 I, 수학 II)이 다루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개념과 원리에 치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이 점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기본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요즘도 가끔 머리가 산만할 때 방정식을 풀어보곤 하는데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답을 찾는 것과는 별개로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자주 겪는다. 하지만 오래전 배웠던 수학의 용어와 개념들을 많이 잊어버려서 방정식에 치중된 수학을 접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수학 대백과 사전>이 다양한 수학적 원리를 환기시켜 주고 방정식 외의 수학 영역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교양, 실용, 시험의 용도를 구분하고 챕터별로 해당 용도에 따른 중요도를 언급해 준다. 독자로서, 일반인으로서, 수학에서 논리를 배우려는 학생으로서의 입장에서 <수학 대백과 사전>에 담긴 모든 영역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사람에 따라 특정 부분에 더 호감이 갈 것이다. 다른 학문처럼 수학의 영역도 상호 연결된 구조이므로 관심이 가는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수학의 다른 영역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수학을 잘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수학 문제가 주는 재미와 집중을 좋아하는 일반적 아저씨로서 수학을 대할 뿐이며 수학을 통해 내가 가진 사고능력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작동하길 원할 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수학 대백과 사전>처럼 수학을 가볍게 만들어 놓은 책은 접근성도 좋고 얻어가는 것도 큰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공부라는 것이 한 번 읽고 어느정도 개념을 잡았더라도 다시 또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을 잊어버릴텐데, 그 때도 쉽게 손에 잡고 싶은 책이란 점이 <수학 대백과 사전>의 가장 큰 장점인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공부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