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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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를 유혹하다

    <나는 꼼수다>를 듣기 시작한건 트친들이 재밌다고 한 민간정보에 의해서였다. 나는 김어준을 몰랐고 그가 ‘딴지일보’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조차 그런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처럼 가정, 학교, 직장 모두 철저한 보수 프레임에서 성장해온 독자로 보자면 그의 이력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할 만큼 흥미로운 경우는 아니었다. 내가 아는 보수는 소위말하는 진보, 좌파 성향의 언론매체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심지어는 김어준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수의 문제는 무언가 새로운 가치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인데 관심이 없으니 모르는 사항이 많아진다. 정치의 경우도 헤드라인 정도만 기억할뿐이지 진위여부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정치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가 생기는데 그 무지가 들통나기 싫어 대체로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중도 합리화하게 된다. 그러곤 어이없게도 무관심하다 말했으니 진짜 무관심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관심을 가지는 건 무언가 자신답지 않다는 정당방위의 수순을 밟게 된다. 더 웃긴 건 아주 보편적인 사안이 아니면 의견을 말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경제는 발전되어야 한다’ 식의 원칙적인 발언만 하게 되므로 자기도 모르게 박근혜같은 아우라를 지니게 되며 점차 제대로 보수적으로 비춰지게 된다. 자발적 보수적 이미지 구축의 악순환. 내 주변의 보수들은 대체로 모르니까 알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듯 자신의 태도를 누군가에 의해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꿀 필요가 그다지 없다고 해야 맞지만 그 필요를 인식한다 해도 오랫동안 유지해온 보수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논리를 주장할만큼 자기 논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가 맞을 듯하다. 이명박이 사악한 건 얼추 알고들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욕해봤자 나에게 떡 하나 돌아오는 게 없으므로 굳이 남들 다하는 욕에 품위 떨어지게 동참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대개 진보논객들의 정치비평을 연예인 가쉽처럼 우습게 치부하며 그들의 논리를 들었을 때 논리의 전개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 이면의 개인적 열등감이나 자라온 환경, 학력, 재산, 직업등의 외양적인 정보들로 그들을 재단해 불순한 세력의 패키지로 싸잡아 저장한다. 내가 만나온 보수들은 사실 자신들이 보수적이어서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에 귀찮아서 더 이상 알려고도 않는 성향을 지녔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김어준은 그들 사이에서 평가될 언어로 십중 팔구 욕설이 믹스된 세간의 언어일 확률이 높다. 아마 김어준의 논리를 욕하기 보다는(자세히 모르니까 논리로는 깔 수 없지만) 김어준이 말하는 방식, 그가 구사하는 구어적 애티튜드, 욕설의 스탠스, 외모적 예술성(?), 학벌의 비일류성 따위로 획일적 평가를 내릴 것이 분명하다. 늘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 책은 바로 별 대안없이 길러진 보수들이 읽어주어야 할 책인데 그 작자들은 이런 책들에 하등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을 거의 신정아 에세이를 집어 드는 수준과 동일시한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김병만의 에세이를 읽겠다 말한다. 그들은 유시민, 강준만, 진중권, 김어준 등의 진보논객의 서적을 인문이나 정치, 사회과학의 범주에 절대 포함하는 일이 없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에세이로 하향조정한다. 내가 읽은 유시민, 강준만, 진중권, 김어준의 글은 정치와 상관없이도 각자 분명한 나름의 논리가 있고 그 논리를 표현하는 개성있는 문체들이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보수는 이들의 논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해하므로)이들의 주장을 알 수는 없다. 알 수 없으니 심도높은 비난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이들 보수의 눈과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김어준이 주장하는 SNS를 통한 메시지 유통구조이다. 보수의 굳건한 프레임에 아래로부터 옆으로 파고들어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폭풍같은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이다.

    ‘나꼼수’가 괜히 ‘나가수’의 패러디를 한 것이 아니다. ‘나가수(나는 가수다)’에서 가수의 노래를 듣고 하염없이 우는 사람은 대개 보수일 확률이 많다. 노래 한 곡을 들으면서 그땐 아름답고 정의로왔는데 어느덧 나도 이렇게 변해버렸구나 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을 자극한다. 그들은 단지 김건모의 노래를 한 번 더 듣고 감동받기 위해 재도전을 수락한다. 김영희 PD는 ‘나가수’의 정확한 핵심 타겟은 중학생 정도의 아이를 둔 42세 주부였다고 밝힌 바 있다. 90년대 가요가 양적 질적으로 발전한 시기에 오렌지족과 같은 이십대를 보내고 중산층의 부푼 꿈을 지닌 채 결혼하여 33평의 강남아파트를 어느 정도 행복의 결산이라 미루어 짐작한 우리 사회 보통의 보수여성. 이들의 남편은 간혹 민주화 세대인 386 운동권일 확률이 있지만 그들도 이젠 어엿한 기득권 세력이 되어 좌에서 우로 자동 전향한 생활형 보수가 되었다. 좌파였다 성공하는 케이스는 계속하여 험난한 정치계에 입문하는 수밖에 없었고 할 수 없이 일류대, 대기업, 신도시, 스톡옵션, 인센티브의 성공프레임에 자신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 김어준은 ‘나가수’의 핵심 타겟인 42세 주부의 남편 격에 해당하는 연령대로서 그녀들이 보기에 당시 (죄송스럽지만)지방촌놈에 불과한 격이었을 확률이 농후한 인물이다. 소위 말해 오세훈의 강남 아우라와 극적으로 상반되는 위치에 있다. 나는 김어준이 이 나라 42세 보수 성향의 주부들 마음을 논리로 사로잡는다면 승산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감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나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김어준은 내가 보기에 잘생긴 인물은 아니지만 어때, 씨바 이만하면 잘 생긴 거 아니냐 짓궂게도 물어온다. 니들이 말하는 잘생긴 인물들이 실은 속은 시커먼 족속들인데 나는 이렇게 생긴 대로 살아간다 왜, 내 얼굴은 곧 내 본능이고 나는 내 본능대로 살아가는데 그 본능은 적어도 그들만큼 시커멓지 않거든. 그들은 얼굴과 속이 다르지만 나는 적어도 내 얼굴과 속이 같다는 말이지. 그러니 그들이 이상하게 생긴 거고 내가 잘생긴 것이지.

    ‘나꼼수’의 대박을 예상한 김어준은 이제 연예인 급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상반기가 ‘나가수’의 임재범이라면 하반기는 ‘나꼼수’의 김어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임재범과 김어준의 공통점은 바로 본능에 강력히 호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이 책의 표지처럼 블루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다. 소위말해 자신이 정통 화이트 컬러는 아니라는 뜻이며 그래도 노빠인 것은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가 야성미 있어 보이라고 장발과 턱수염을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본능적인 자신의 캐릭터와 일치시키는 외모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42세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의 신도시 주부인 내가 보기엔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색다른(?) 남성미를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불행하게도 그녀들은 이삼십 대의 여성들보다 트윗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장애가 아닌 한방의 반전드라마의 요인이 되었다. 내 경우 트윗을 하다가 나꼼수를 알게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아줌마들은 역으로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청취하다 카페에 가입하거나 트윗 계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애청자로서 열렬히 책을 구매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2. 청춘에 호소하다

  
    어제(10.3)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국민 참여 경선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되었다. 김어준을 앞세운 ‘나꼼수’팀도 장충체육관에 가겠다고(감시하겠다고 ㅋ) 미리 공지를 하였다. 물론 나는 그 방송을 들을 때 <닥치고, 정치> 사인회를 하겠구나 예상을 했다. 방송에서 어디다 사인해 드려야 할지 준비들 해오시라 너스레를 떨었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어제 자신의 책 마케팅도 하면서 동시에 선거독려운동도 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자신의 저서를 주겠다고 선물공세를 한 것이다. 이에 조국 서울대 교수, 공지영 작가도 인증샷을 올리는 시민에게 책과 영화티켓을 드리겠다고 약속을 했고 박원순 후보는 재빨리 공지영 작가의 ‘인증샷 놀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10. 3 국민 참여경선은 선거 베테랑인 민주당에서 조직력을 발휘해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측 지지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상황이었고 현장에서는 박원순 측 관계자들의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어준과 조국, 공지영이 SNS를 통해 끝까지 젊은 층에 호소하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트윗 소식으로 뒤늦게 투표에 참여하러 나온 젊은 세대들로 지하철역은 혼잡해지기 시작했고 투표장인 장충체육관 주변은 팬 카페와 시민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던 것.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박원순이었지만 어제 경선에선 박영선 후보를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건이었고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아져야 박원순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결국 조직력을 앞세운 민주당에 많이 뒤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박원순은 막판까지 박영선을 바짝 추격하며 최종합계에 앞서는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뉴스에서 백날 투표하러 가시라 계몽해도 비오면 투표율이 낮아지고 날씨 좋으면 놀러가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김어준, 조국, 공지영, 김용민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저서가 있으면서 SNS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진보적 인사들이다. 이른바 SNS 계의 야권인사의 연대와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나도 궁금하다. 비주류 방송과 온라인커뮤니티, 트위터, 그리고 저서까지 다양하게 언론활동을 하고 있는 김어준이 나는 이명박 못지 않게 치밀하고 꼼꼼하다 생각한다. 김어준은 이제 어두워진 보수 아줌마들의 귀를 뚫고 눈을 띄이게 만든 것은 물론이요 기존 진보인사들과의 연대에서도 젊은 층을 자극할 수 있는 촉매형 SNS 투사로 탄생했다. 그는 이 책이 이명박으로부터의 절망이 우리에게 남긴 희망을 다같이 찾아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하였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순간과는 달리 덮으면서 같이 인간된 어떤 연민을 느꼈는데 그는 라디오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예리하고 심지어는 철학적이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무학(無學)의 통찰이라는 말이 이미 학문을 넘어선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또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못하였다 할 수 있다. 그건 이미 ‘나꼼수’를 통해 BBK사건이나 인천공항 매각건과 같은 이명박 비리에 대해 잘 교육이 되어 있었고 김어준이 구사하는 방식에 열렬한 지지를 한 바 있기 때문에 굳이 책으로까지 반복 학습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택한 이유는 ‘나꼼수’ 이외의 진실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나꼼수’를 좀 더 심화적(?)으로 듣기 위한 개인적 방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이 예상외로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완전 지적이야) 책으로만 보았을 때 유시민은 학구적이고 강준만은 사회적이고 진중권은 미학적이라면 김어준은 이 모든 걸 아우른 대국민적 인간성을 강렬하게 지향하고 있다. 한국적 감성을 기반으로한 진보적 이성에 집요하게 호소한다. 하여 이번 리뷰는 책 읽기 전 한사람이 책 덮은 후 한사람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 책의 인터뷰 방식을 차용하고자 한다. 두 사람의 한사람은 같은 사람이며 편의상 한 1, 한 2로 지칭할 것이다.


3. 정치를 선동하다


-책 읽기 전 한사람(이하 한 1)_  먼저 이 책의 꼼수는 무엇인가. 정말로 조국 때문에 책을 썼다고 보는가.

-책 읽은 후 한사람(이하 한 2)_
글쎄, 일단은 조국바람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해는 갈만한데 일찍 수그러든 조국을 새삼 지지하려고 쓴 거 같지는 않고 조국의 한계를 통해 그 공감을 얻어낸 후 같은 방식으로 박근혜와 문재인을 꼼꼼하게 비교하려 한 것이 아닐까. 나도 처음엔 이 책의 꼼수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나꼼수’가 현재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미국 1위를 달리고 있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적 민감시기인데 아무래도 무언가 마음이 급했던 게 있지 않았을까 싶었거든. 내 생각엔 그의 절친 오시장이 무상급식 투표로 시장직 사퇴를 건 직후 책의 출간시기를 좀 앞당긴 것이 아닐까 추정. 왜냐하면 이 책에 실린 녹취록은 6월 2일이 마지막인데 아직 안철수가 등장하기 전이야. (원래는 오세훈과 안철수까지 다루었어야 한다고 본다) ‘나꼼수’에서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한 그날 밤 바로 박경철이 ‘나꼼수’에 등장한다. 그때 김어준이 왜 우셨냐고 물어보니까 그러더군. 그분의 삶의 궤적이 그 순간 더욱 감동스러워서 울컥했다나.(그때 듣는 나도 좀 뭉클하더라고 살짝 목에 침을 삼키면서 그분은, 이러는데 목이 잠겨있었어) 살아온 인생의 궤적과 사람이 일치하는 분이 안철수이고 나는 그 분의 아우라에 감히 어떤 평가로도 그 흔적에 덧칠하고 싶지 않다고. 그랬더니 자기도(김어준) 여지껏 수많은 정치인을 만나보았는데 안철수 같은 사람이 딱 한사람 더 있고(문재인) 그러므로 이 바닥엔 자신이 아는 두 명의 사람이 삶과 사람이 일치하는 분이라 말했다. 알다시피 이 책의 결론은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이명박이 죽었다 깨어나도 좇아갈 수 없는 고품격 정치 인격의 인물이잖아. 문재인을 부각시키려고 이 책을 썼나 싶었지만 그건 드러난 수이고 진정한 꼼수는 박근혜는 죽어도 안되니 야권연대 인물 중에서 제발 제대로 된 인물을 선별해서 택해보자 하는 일차적 동참요구인 것이지. 그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게 아닐까 싶다. 오세훈이 사퇴한 후 서울시장에 혹시라도 민주당 후보나 그럴리야 없겠지만 나경원이 당선되는 꼴은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게지. 그러니까 이 책은 일정보다 빨리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나와야 할 운명이 되어버렸고 오세훈과 안철수까지 정리하기엔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라 꼭 끼어들 이유가 명백했던 것이지. 또 자기 이후에도 같이 ‘나꼼수’하는 정봉주 의원이나 김용민 교수가 이차, 삼차적으로 다른 저서 발간계획이 있을 것이고. ‘나꼼수’가 흥행이 될지는 알았겠지만 완전 대박이 나버리니까 책의 완성도보다는 빨리 흥행몰이에 가세해 여론을 다지는 게 중요했던 것이라고 본다. 물론 예판까지 모양새를 갖춘 걸 보면 상당한 인세를 미리 땡겨 써야 할 개인적, 사업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뭐, 돈 때문에 책을 썼겠어. 김어준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에 오백원을 걸고 싶지는 않다) 하하


-한 1_ ‘나꼼수’가 '국내 유일 가카 헌정방송‘을 표방하잖아. 이 책의 컨셉은 무엇인가. 이 책도 가카의 꼼수를 정리하는 수준인가.

-한 2_
‘나꼼수’가 가카의 꼼꼼한 성격을 개그하듯 홍보하는 방송이라면 이 책은 나 김어준은 그런 거 다 안다고 그러니까 이 책 읽는 사람들도 좀 같이 알고나 비웃자는 공개조롱 요구서지. ‘나꼼수’에서 김어준은 사실 정봉주 의원이나 주진우 기자의 디테일에 서론과 결론을 부연하는 역할이야. 둘이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누구는 이렇게 말하더라, 나는 그가 한 짓을 보았다, 이런 사실을 조사했다 이런 식으로 증인역할을 하고 김용민 교수가 바리톤으로 정정 혹은 참고발언을 해. 그럼 김어준이 판사식으로 이명박의 정체성을 ‘호연지기’다 ‘밥줄공안’이다 하며 결론짓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전지적 가카 시점으로. 그때 듣는 사람이나 그들이나 순간 가카 찬양의 도가니에 빠져 박수치며 죽는다고 배를 잡고 뒹구는데 유일하게 ‘좆나’, ‘씨바’같은 욕을 추임새로 곁들여 주는 게 김어준이다. 그 연출력은 타고나는 것 플러스 본능적인 직관, 순발력으로서 엄청 꼼꼼한 스킬을 보여준다. 대중의 카타르시스가 분출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이명박의 꼼수에 개념적, 문학적인 수사를 적극 활용하여 그를 다양한 개념의 인간으로 규정짓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책에선 조롱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래서, 그러니까 그 이후에 어쩔 건대 하는 대안의 지점을 자극한다. 더욱 더 이명박이 우리에게 남긴 바람직한 효과, 공로 이것들을 강조한다. 이명박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도 정치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고 시대적 결핍에 공감하게 되었고 이명박 때문에 지난 시절 우리가 누리던 것들이 실은 굉장히 어렵게 획득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주장한다. 어떤 진보인사도 하지 못한 일을 충격의 각성으로 한 번에 연대시켰다는 점에서 외려 두고두고 동상세우고 기념주화 만들어 감사할 사람이라는 것. 곧 이명박의 절망이 우리에게 남긴 희망을 찾아보자 선동한다. 여러 정치인이 등장하는데 나는 이 책을 덮고 우리 엄마를 차로 치어 죽게 한 운전수 그놈보다 이명박이 더 절절히 미워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이명박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욕망에 투표했다는 김어준의 분석에 흠칫하곤 얼굴이 달아오르더라. 솔직히 그때 우리 뭣같이 생긴 이명박 좋아서 찍어준 거 아니잖나. 이명박 뽑아주면 집값도 오를 거 같고 버스도 잘 달릴 거 같고 공원에 조각상도 많아 질 것 같고 월급도 오를 것 같고 삼성이 수출도 많이 할 거 같고 뭐 대충 우리 자신에 득 되는 게 많을 것 같아 눈 딱감고(인물 안보고 ㅋ) 찍어 줬던 거 아닌가. 열받네. 그래서 결국 이명박과 이건희만 졸라 영원한 부자 되었지만.


-한 1_ 이건희? 이 책에 이건희도 비난의 대상인가? 이건희라면 삼성을 비난하는 것일텐데 재벌비리 같은 걸 말하는 것인지.

-한 2_
이 책에서 밀도 높게 다루는 것이 ‘BBK 사건’의 본질과 재벌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먼저 BBK 사건은 ‘나꼼수’에서도 깊게 다룬 주제인데 김어준은 도곡동 땅, 다스, BBK, 옵셔널벤쳐스를 차근히 따라가면서 결국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추정을 단계적으로 마무리 한다. 책에 보면 루트를 상세히 알려주는 전개도도 있음. 아무리 언론에서 떠들어도 뭔 말하는지 몰랐던 독자들도 이 장을 읽고 BBK 사건을 이해 못하는 자들은 없을 것임. 완전 기업형 미니시리즈 시나리오를 완독하는 느낌인데 주인공만 잘생긴 배우로 바꾸면 흥행대박 조짐이 보이는 완벽한 구성이다. 김어준은 불법이 얼마나 성실한지 더 성실하게 꼼꼼히 알려줘. 우리가 모두를 기억할 순 없지만 왜 BBK 관련 기사가 뜨는 날엔 꼭 서태지-이지아, 강호동 세금 탈루 같은 연예인 대형사건이 언론을 장식하잖아. 이 책에 BBK가 어떻게 이지아와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이지아의 결혼사실이 어떠한 과정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는지 작가 김어준이 치밀하게 추정소설을 쓴다. 김어준은 BBK를 중점에 놓고 검찰, 국세청, 대형로펌, 재단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그 행보를 퍼즐 맞추듯 깔끔히 정리한다. BBK의 본질이 곧 우리 보수우파의 정체를 대변한다고 결론짓는다. 우리가 앞으로 유심히 봐야 할 것들은 말이야. 연예인 대형사건이 터질 때는 더욱 그 밑에 소심하게 아주 흐릿하게 뜬 기사를 유심히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건희. BBK가 주류 우파의 속성을 대변한다면 삼성은 우리 사회 경제 권력의 속성을 상징한다. 김어준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을 시작으로 삼성의 졸렬한 개그수준을 심판한다. 그리고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이른바 서한샘식의 밑줄 좍 식의 강의로 이건희의 이익이 삼성의 이익이고 그것이 곧 가카의 이익이었다는 걸 밝혀준다. 그리고 거기서도 서태지-이지아는 보수우파의 아주 훌륭한 방패박이 되었다는 제보도 해준다. 그녀가 컴백한다는 게 좀 이르다고 누가 그래. 이지아는 결국 홀몸으로 이명박과 이건희를 야들야들 막아준 연예계 희생양이었던데 우리까지 그녀에게 손가락 질 하면 안되지. 그 때문에 애인 정우성도 잃었는데 말야. 아무리 우리가 서태지 왕팬이었고 정우성 신으로 여겼지만 이명박과 이건희가 이지아에 보상해줄 것도 아니므로 우리가 좀 너그러워지자.

    김어준은 이 책에서 삼성의 돈에 포로가 된 우리 공적 시스템을 고발한다. 리움 미술관이 세계 최고급 비자금 관리 창고라 주장한다. 그런데 삼성의 비자금은 삼성을 위해 조달된 것이 아니고 이건희 개인의 용돈이었다 소리친다. 여기서 중요한건 우리가 삼성을 까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이건희가 감옥을 가면 삼성이 망하게 되고 그럼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식의 논리를 제발 극복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건 순전 삼성이 오랜 세월 만들어낸 프로파간다일 뿐이고 권력을 회유하고 대중을 협박하고 언론을 통제해 만든 프레임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은 돈의 종교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메시아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한 기업이라는 말씀. 그들의 목적은 이건희가 아니면 사회, 경제가 불안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일. 이건희가 망하면 삼성이 쓰러질 것이라는 공식을 정서로 포교하는 일. 김어준 왈. 제발 이건희와 삼성을 분리하자고 외친다. 우리 스스로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동일시해온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노예근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네. 잘못의 주체인 이건희를 벌준다고 삼성이 무너지지 않고 이건희가 악인 것이지 삼성이 악의 실체는 아니라고. 그러니까 괜히 삼성 불매운동 할 필요 없다는 거야. 좋은 지적이야. 그리고 김어준은 부연한다. 이건희 치자고 이 책 쓴 건 아니고(그런다고 쳐질 사람은 아니잖아 ㅠ) 그러니까 이미 국가 수준의 권력을 가진 이건희 일가를 상대할 만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이명박은 시정잡배식으로 야합하고 보험들고 나중에 약발 떨어지면 교묘하게 뒤통수치잖아. 그들의 협박과 회유에 분노하고 소리치기 보다는 담담하고 묵묵하게 반대방향으로 그냥 걸어갈 사람. 그게 누구겠냐고.


-한 1_ 문재인을 결론으로 내는 방식이라면 그 사이 많은 정치인들을 다루었을텐데. 의미있는 평가는 없었는지.

-한 2_
글쎄, 나같이 문재인도 몰랐던 사람이 심상정이나 노회찬, 이정희를 알 리가 없지. 김어준은 그들의 언어가 대중에 설득적이지 않은 이유를 논리에의 집착으로 보았다. 나는 진보 정당의 정치인들을 잘 모르지만 김어준이 그들을 평하는 시각이 의미있다고 여겨진 건 그 정치인이 가진 아우라를 인간적으로 분석하고 자기 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중요한건 대중,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사람의 마음, 마음이라는 자원은 한정적이어서 비슷한 여러 곳에 나누어 줄 수가 없고 또 생각만큼 논리적이지 않다. 그놈이 그놈이라 생각한다는 말은 꼭 나들으라고 하는 말 같더군. 내가 놀랍게 인식한 건 바로 해당 정치인이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모두 김어준식으로 비유, 표현하면서 의미부여하는 건 기본이고 그걸 알게 모르게 이론화한다는 것이지. 이 사람이 가진 건 노무현의 심성이고 저 사람이 가진 것은 박근혜의 아우라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내가 심상정을 몰라도 심상정으로부터 정치인이 필요한 자질은 하나 기억할 수 있게 하지. 김어준이 진보인사들에게 무슨 종교단체처럼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죄의식 마케팅 하지 말라고 충고한건 아주 짜릿하더라구. 논리적으로 맞는데 논리적으로만 맞아서 웃기대. 논리적으로만 맞으면 맞는 줄 안다고. 감정으로 꼬인 매듭은 진보고 나발이고 절대 논리로 풀리지 않는다고. 눈에 띄던 평가중에 유시민을 말하던 부분도 기억나. 자기가 오래전부터 유시민을 좀 아는데 권력의지가 졸라 없는 사람이래. 유시민은 기꺼이 자기를 정치 도구화할 뿐이지 그럴 사람이 아니란다. 문성근을 아주 여성에 집착하는 정치인으로 표현한 것이 쬐금 걸리긴 해. 그러나 모두 참고할만 한 조언이었음. 문성근이 여자 밝힌다는 말만 충격적으로 보인 내 자신이 유치했지만.


-한 1_ 그럼 사람들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박근혜를 이길 수 있으려면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이미 사람들의 마음의 반쪽을 얻어버린 박근혜를 왜 그토록 이겨야 한다는 거야.

-한 2_
김어준은 정치인의 자질 중 자신이 속한 상황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여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전지적 작가시점 같은 능력이 중요하다 말한다. 자신이야 말로 균형감각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하하. 그런데 박근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는 아주 특수한 정치인이라 말한다. 박근혜에게 국가는 아버지 유산이며 정치는 효도이자 제사인데 그래서 국가와 국권, 애국, 비장의 아우라는 도통 좇아갈 정치인이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도무지 생활인, 자연인으로서 구체적이고도 인간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통찰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지. 생활인으로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삶의 균형감각이 없는 인물이고 자기 삶에서 사실상 인간이 빠진 채로 공주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에 예의를 갖추며 애정을 쏟는 것이 가능한가.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녀의 행보는 알기 때문이 아닌 알아야 하거나 아는 척 하는 수준의 결단일 확률이 매우 높다. 실체없는 국권, 관념적인 애국, 현실성없는 복지, 원칙적이기만 한 인사, 뭐 이런 정치를 지향하지 않겠는가. 구조와 프레임을 통찰하고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자기경험으로부터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다음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물쭈물하다가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면 그렇게 학을 떼며 이명박을 겪고도 또 박근혜를 찍게 된다. 끔찍하다. 뭐 이런.


-한 1_ 그렇담 김어준의 인기비결은 무엇인가. 그의 인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것은 무엇인지.

-한 2_ 김어준은 말한다. 구걸하지 않고 쫄지 않고 덕 볼 생각을 말자고. 기득권층을 향한 자세이다. 이미 자신은 기득권이 아니라는 전제를 포함하는데 내가 보았을 때 그도 이제 어엿한 SNS 권력을 얻은 것이 아닐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명박에 대한 증오심과 시대적 결핍, 중산층 추락에 대한 불안감등이 더해져 보수층도 김어준의 목소리와 글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별히 김어준이 잘나서라기 보다는 지금 우리 정치가 민망할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라 김어준의 본능화법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찬스에 강한 인물이었고 스스로도 말했듯이 이러한 역사적 찬스를 대단히 영리하게 붙잡은 듯하다. 이 책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진 모르겠으나 ‘나꼼수’의 방송과 연대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려 줄 것이라 믿는 바이다. 다행히 이 책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수준이 높고 어느 부분 짠한 감동을 제공하기까지 한다. 김어준은 생활 스트레스의 원인이 정치 때문에 발생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한다 강조한다. 나는 요즘 보수신문을 욕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관심하다는 것은 결코 쿨해 보이거나 지적으로 보이는 수사가 아님을 인지하자. 무관심은 무지와 동일어이고 무지는 곧 무력이다. 아무런 힘을 창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독고다이로 홀홀단신 무관심해봤자 뻔한 프레임속에서 이자만 충실히 내면서 잘리지 말기를 기원하는 인생밖에 더 되겠는가. 이 책에서 외치는 구호는 정치적으로 일어나서 가능하다 서로 믿어보자는 것이지만 나는 그러한 기운 속에서 외려 내 일상의 용기를 감지한다. 어쩌면 정치란 돈 많고 잘난 사람들이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이 별 볼이 없는 대중이지만 그 하나뿐인 마음을 열어 모두 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김어준은 그 얼음같은 마음을 열게 하여 어디쯤인가 분명 뜨겁고 빛나는 그곳을 간절히 응시하도록 모두의 시선을 이동시켰다. 이명박이 질문을 던졌다면 김어준은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인물쯤 되겠다.(한동안은 말없음표, 말줄임표만 대안이었지 ㅋ) 관점의 축의 대이동. 분명 작은 일은 아니다. 그가 잘생긴 것에 완전(?) 동의는 못해도 그가 잘한 일이라는 것엔 마음껏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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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10-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은 학구적이고, 강준만은 사회적이고, 진중권은 미학적이라면 김어준은 대국민적인 대중성을 지향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김어준의 가장 큰 공헌은 진중하고 복잡하게 생각했던 정치를 개콘처럼 재미있고 일상적인 것으로 바꾸었다는 것이죠.

cocon 2011-10-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체가 매력적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