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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충격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박종성.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8월
평점 :
엘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에서 말한 수많은 규칙과 환경에 빗대어 미디어 이론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가 집필한 책이 바로 <현재의 충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후렴구에서 썼던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사람들이며, 우리가 그토록 추구했던 변화입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과거의 미래라고 생각하며 기대했던 시기, 바로 그 현재에 살고 있다.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 현재란 멀티, 바로 그 자체다. 실시간으로 SNS를 작성하여 내 상황을 포스팅하고, 친구들과 메신저로 수다를 떨고, 게임에 접속해 수많은 게임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외국을 오가며 인터넷과 휴대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현재라는 시간에서 육체적으로 분리되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현재의 충격을 무너진 서사, 디지털 분열, 태엽 감기, 프랙털 강박, 대재앙이라는 다섯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드라마, 영화, 뉴스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여 이해하기 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한참을 고민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그나마 무너진 서사 부분이나 디지털 분열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예로 설명한 ‘무너진 시사’ 파트를 살펴보면 현재의 충격이 어떤 것인지 일차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졌던 과거의 이야기 구조가 현재에 와서는 그런 구조가 없어지게 되고, 드라마 작가들은 사라진 시사 구조 대신 인물에 치중하여 등장인물이 특정 상황과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게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구조를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하기 되었다. 특히 예전에 충격적으로 보았던 <메멘토>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구조인지를 알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다.
디지털 분열은 말 그대로 디지털 시대의 시간이란 것이 선형적이지 않고 분리되어 여기저기에 결합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어는 곳에 있든지 간에 인터넷, 휴대폰, 이메일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차에 의해 아날로그인 육체가 분리되면서 정신적 혼란도 가중되는 상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과도하게 쪼갠다는 태엽 감기 현상이나 실시간 형태의 인지 활동에만 집착하는 프랙털 강박 등은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던 부분이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