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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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가게에서는 예쁘고 건강해보였던 식물이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시들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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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는 억울했다. 애정을 준다고 주고 물을 줬더니 훽하니 고개를 꺾어 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그 놈 때문이었다. 그놈과 일별했다고 전하니, 선물을 준 친구는 온갖 말로 나를 조롱했다. 나는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음에 들여놓은 녀석에게는 때마침 바빠진 업무 스케줄로 인해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기는 했지만, 가끔 하루, 이틀 늦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푸른빛을 내며 기운 쌩쌩하게 잘 사는 듯 보였다. 그런 와중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여행을 2주간 다녀온 사이, 녀석들이 고개를 또 훽하니 꺾은 것이다. 이번에는 아들 놈 혼자 사는 거 외롭지 말고 화분을 가져다 놓은 부모님이 나를 뭐라 하셨다. 또 한 번 나는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식물 키우기.
진짜 우리 집에 식물 저승사자라도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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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사실 식물을 기를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기르고 싶지만 잘 기를 마음이 없었다. ‘기르고 싶다’는 돌이켜보면 그저 바라는 만큼 아무 탈 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였고, ‘기를 마음’은 실제 그 식물에 대한 관심과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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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나만 이렇게 식물을 키우지 못하나 했다. 매일 새로운 놈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도 죽고죽고 또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게 아니라 혹시 병이 난 건가 싶어 들여다보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들은 나의 집에만 오면 죽었다. 그야말로 나는 ‘식물 저승사자’였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소개말과 글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식물을 집에 들여다 놓으면 죽이고 마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구나하고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질감이 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읽다보니 위로는 물론 앞으로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겠구나하고 희망을 던져줄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염리동에서 식물가게를 운영하는 저자는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 역시 다수의 식물을 죽인 경험(?)이 있다고 밝히는데 그 이야기를 읽자 왠지 모를 안도감에 ‘휴, 그럼 그렇지. 전문가도 죽이는 일이 있는데.’하고 한숨이 슬며시 터져 나왔다. 그래. 이 모든 것이 다 시행착오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집에서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을 분류함에 있어 ‘채광’을 얼마나 받고 자라야 하는 지로 구별하여 책을 완성하였다. 식물이 자람에 있어서는 물과 채광, 통풍 등의 조건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중에서도 채광이 제일 중요하기에 ‘볓이 잘드는 곳, 반드늘, 그늘진 곳’으로 나눠 작성한 것이다.


챕터에 따라 식물군을 분류하고 그 식물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간단한 일화, 그리고 키우는 방법 등으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다른 식물들보다 키우는 레벨에 잇어 최하급인 –바꿔 말하면 얘를 죽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스킨답서스를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죽이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식물들과 공존하며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위로-누구나 식물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를 바탕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더 겪더라도- 앞으로는 식물천사가 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아자아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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