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읽는 사람들 - 세계 최고의 독서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쉰 다섯 번째 서평
책 읽는 사람들-알베르토 망구엘, 강주헌 역
독자는, 위대하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책이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흔한 멘트에 이젠 식상할 만도한데,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이런 표현들과 어휘가 가져오는 영향도 결코 가볍지는 않아 보인다. 무비판적이면서도 단순하기만한 습관적 해석이 가져오는 영향력은 우습지 않게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가을이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란다. 그런데 책 읽기 좋은 이 계절에, 불행히도 나는 전에 없이 눈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는 일도, 글로 남기는 일도 자주 늦어진다. 솔직히 이런걸 두고 변명이라고 하는 거겠지 싶은게다. 시간이 갈수록 재주가 느는 것처럼 변명구실도 늘어난다.
각설하고, 백쉰 다섯 번째 책은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 이라는 책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반 양장본의 제법 두툼한 책이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 작가인 동시에 번역가, 편집자 이외에 다양한 명함을 갖춘 글쟁이다. 그런데 많은 수식을 동반하고 있는 그를 이번 그의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책은 단순히 책을 읽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의 제목인 “책 읽는 사람들”이 갖는 의미를 상징과 비유라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책을 읽는 사람을 가리켜 ‘독자’라 명명한다. 그렇다면 책은 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는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작용한다. 약간의 말 놀이를 하자면 그것은 일차적인 호기심으로, 단순히 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일 수도 있고, 이차적인 호기심과 판단에 의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독자에 대한 이야기이든, 그 이외의 것이든 간에 두 가지 가설 모두 책 내용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크게 볼 때 이번 책은 독자, 번역가, 출판과 관련한 이야기, 이상적인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고 본다. 그 외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와 이와 관련된 사변적인 이야기로 나뉘다. 중요한 것은 이들 이야기가 따로 구분되어 있기도 하지만, 각각의 내용에서 문학적 소견을 기본으로 하는 작가 자신의 이상 내지는 사상과 가치관을 피력하는데 서로 연관성을 띄고 교합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책은, 문학이 내재하고 있는 혹은 문학이란 특수성이 발 담그고 있는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작가의 총체적인 경험과 관계가 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과, 그의 사고가 이끄는 생각은 작가의 경험에 의한 통찰이며,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통찰이 선사하는 어떤 결과물들처럼 보인다.
책은 쉽지 않다. 그러나 너무 까탈스럽다거나 형식에 얽매여 거드름을 피우지도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접근성에서도 그다지 딱딱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진솔함이 묻어나는 깊이감이 아닐까 싶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작가 알베르토가 그려가는 성찰이 단순히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사상과 자신의 철학이 추구하는 세계에 대한 확신을 피력하는데 있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비교 분석을 하면서 독자들을 설득한다. 아니 독자를 위해 새롭게 설명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문을 열어주는 듯 하다. 특히 본문에서 그가 보통의 현실과 비교하고 다시 분석하며 예를 드는 작품 <거울 나라의 엘리스>, <돈키호테>, <피노키오>를 통해서, 우리는 감추어진 혹은 외면해왔을 그 어떤 것들의 숨겨진 이면과 대면하게 된다.
그 외에도 단테의 신곡이라든지,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나, 성경의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하면서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보통의 책이 지니는 한계를 넘어선다.
작가의 시선은 정치, 사회, 문화, 경제를 두루두루 거친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와 현실사이의 괴리감이나,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향과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허구에 대한 비판 혹은 냉정한 분석과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책의 가치를 정리해보자. 한마디로 사방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자가 알베르토의 사상의 근거에 있어 그 넓이와 폭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용되는 문구나 사상가, 작가, 또 신분상의 위치가 작가가 아닌 사회적 지위선상에 있는 저명한 누구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다. 그 많은 이야기를 혼돈 없이 어떻게 한 줄에 꿰어낼 수가 있는 것일까. 그것이 시쳇말로 작가적 역량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만큼 알베르토 망구엘의 역량은 커보였다.
개인적으로 교육에 관한 것과 함께 미래 도서관과 종이로 된 책이 아닌 전자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앞으로의 변화된 테크놀로지 도서문화에 대한 작가의 견해에 긍정과 함께 위안을 받았다는 것을 기록하고자 한다.
-어떤 테크놀로지나 나름의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인쇄된 글을 전자화된 글이 몰아내야 한다는 십자군적인 생각을 접어두고, 테크놀로지 하나하나가 갖는 장점을 연구하는 것이 더 유익한 방향일 것이다- p319
사실, 책 속에는 기억해두고 싶은 글들이 무수히 많이 들어차있다. 그것은 작가 개인의 생각과 함께 작가가 인용한 글도 같이 포함되고 있는 부분인데, 무엇보다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하면서도 견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독자는 각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일순간 스스로 내려놓게 되지 않을까.
가방을 비우고 앉아볼 일이다. 그리고 그의 책 “책 읽는 사람들”을 읽어본다면 빈 가방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많은 것을 새롭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책 속에서 인용되고 있는 괴테가 말한 ‘독자유형’에 대해 생각해보자.
‘독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판단하지 않고 즐기는 유형이고. 셋째는 즐기지 않고 판단하는 유형이며, 중간의 둘째는 즐기면서 판단하고 판단하면서 즐기는 유형이다. 이 마지막 유형이 예술작품을 진정으로 완전히 다시 만들어낸다. 이 유형에 속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p129
우리는 과연 어떤 독자일까...
마지막으로 이 책이 번역물이라는 것을 감안해 역자인 강주헌의 노고에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