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절하는 곳이다 - 소설가 정찬주가 순례한 남도 작은 절 43
정찬주 지음 / 이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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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섯 번째 서평

절은 절하는 곳이다-정찬주 지음




마음으로 읽는 사찰 이야기




“누각에 올라보니 오후 햇살이 흰 빨래처럼 널려 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분명 부처의 숨소리가 묻어나는 어느 조그마한 사찰 누각이었을 법하다. 그 눈에 비친 수많은 햇살가지의 모습이 하얀 빨래 같다는 문장은 소설가인 동시에 구도자의 길을 갈망하여 늘 불심과 동행하는 작가 정찬주 만의 표현이며 미학이 번져드는 문장이다.

정찬주. 저자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인가보다. 불교와 관련해서 소설과 산문집 등을 집필해왔다는 것하며 최근의 그의 일상이 농사일과 집필이라는 이야기도 이번에 처음 접하는 생경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한 인상은 어찌된 영문인지 낯설지가 않다.

책은 말 그대로 방방곡곡 또는 심산유곡에 자리한 소소하고 아담한 작은 사찰에서부터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사찰까지 그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 그 순간의 감상과 느낌을 기록하고 있다. 마치 사찰지도를 보는 듯 하다고 할까.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전라남도와 그 이웃인 경상북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대한민국에 있는 사찰이 다 소개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큼은 다 그의 방문을 기꺼이 반기지 않았을까 싶다.




각 사찰마다 전해오는 역사적 배경지식의 부연설명과 더불어 빼어난 경치와 풍광을 담은 그만의 사진 예술을 접하는 것 또한 책이 선사하는 색다른 별미일 것이다. 일출과 일몰, 주변 환경과 알맞게 조화를 이루면서 형성되고 다듬어져 왔던 고찰의 건축물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다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사진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작가의 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책의 의미와 가치는 저자가 다리품을 팔며 찾아가는 곳곳마다 스스로의 해탈을 위해 지치지 않으며 꾸준하게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는 어쩌면 자신만의 화두를 정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구도자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정찬주는 책 속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의 시간은 이미 사라졌고, 미래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를 숨 쉬게 하는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를 나답게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잘 사는 일일 터이다”

                                                                    -본문 P. 261中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심상은 사뭇 다르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을 딱 꼬집어서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차이를 적어내기란 객관성의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조금은 곤란한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분명한 것은 심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는 인간내면의 새로운 움직임과 그것으로 인한 신선하고 유연한 자신만의 성찰을 만끽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어쩌면 그는 사찰을 찾아 올라가는 산길에서 이미 불심 하나를 발견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의 불심과 더불어 고즈넉하니 너무 무겁거나 또는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진득하게 앉아있는 대웅전과 각각의 어여쁜 단청. 그 빛을 같이 견주는 하늘 빛 사진이 곱게 실린 책이다. 또한 친절하게도 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교통편과 연락처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기에 고맙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책이 세간의 혼돈으로 어지럼증을 앓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는 청량제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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