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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대여섯 명이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런데 웃고 떠들다가도 한 순간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를 한 명이 이해 못 할 때가 그런 순간이지요. 다들 '상식인데 그런 것도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금방 화제를 바꿉니다.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우월감을 느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 남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하다니 참 우습네요.
이런 일은 그 친구 뿐 아니라 저도 때때로 당하는 일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할 때 괜히 아는 척했다가 창피를 당한 일은 기억을 묻어둬서 그렇지 수두룩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알지 못할 때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을 알게 될 때도 마찬가지지요.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의 저자는 물체가 있는데도 볼 수 없는 좁은 영역을 뜻하는 '맹점'이라는 단어로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정신적인 맹점을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하며 생각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맹점은 어떤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 사람 멍청하네, 무식하네.' 등의 생각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지요. 책을 읽다보면 문화, 종교, 인종, 성별 등의 차이로 굳어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깨달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다음 단계일 것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맹점을 바라보면서 그대로 인정하면 남을 이해하게 되고 이는 나와 상대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나아가 사회와 정치까지 바꾸는 힘이 되는 것이지요. 이를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까지 넓혀 생각하는 저자에게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의 통찰력이 느껴집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한 가족의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빠가 두 살짜리 아이를 혼자 걷게 하다가 차사고가 날 뻔하자 아이의 엄마는 남편을 비난합니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느냐는 그녀의 말 속에는 어쩌면 그렇게 멍청하게 굴 수 있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길에서 어린아이가 혼자 걷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 아빠가 이런 점을 모른다고 해서 멍청한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몇 주 전 아이가 추운 걸 알아채지 못하고 공원에서 같이 오래 놀기만한 남편에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이가 감기에 안 걸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요. 남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느꼈겠지요. 어른의 부주의로 아이가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분야의 모든 지식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는 저도 모르게 '왜 이런 것을 모르지?'하는 생각이 계속 들 것 같습니다. 아직은 관대함이 부족한 이런 모습을 앞으로 잘 다듬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