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대여섯 명이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런데 웃고 떠들다가도 한 순간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를 한 명이 이해 못 할 때가 그런 순간이지요. 다들 '상식인데 그런 것도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금방 화제를 바꿉니다.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우월감을 느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 남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하다니 참 우습네요.

 

이런 일은 그 친구 뿐 아니라 저도 때때로 당하는 일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할 때 괜히 아는 척했다가 창피를 당한 일은 기억을 묻어둬서 그렇지 수두룩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알지 못할 때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을 알게 될 때도 마찬가지지요.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의 저자는 물체가 있는데도 볼 수 없는 좁은 영역을 뜻하는 '맹점'이라는 단어로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정신적인 맹점을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하며 생각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맹점은 어떤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 사람 멍청하네, 무식하네.' 등의 생각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지요. 책을 읽다보면 문화, 종교, 인종, 성별 등의 차이로 굳어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깨달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다음 단계일 것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맹점을 바라보면서 그대로 인정하면 남을 이해하게 되고 이는 나와 상대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나아가 사회와 정치까지 바꾸는 힘이 되는 것이지요. 이를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까지 넓혀 생각하는 저자에게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의 통찰력이 느껴집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한 가족의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빠가 두 살짜리 아이를 혼자 걷게 하다가 차사고가 날 뻔하자 아이의 엄마는 남편을 비난합니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느냐는 그녀의 말 속에는 어쩌면 그렇게 멍청하게 굴 수 있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길에서 어린아이가 혼자 걷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 아빠가 이런 점을 모른다고 해서 멍청한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몇 주 전 아이가 추운 걸 알아채지 못하고 공원에서 같이 오래 놀기만한 남편에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이가 감기에 안 걸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요. 남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느꼈겠지요. 어른의 부주의로 아이가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분야의 모든 지식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는 저도 모르게 '왜 이런 것을 모르지?'하는 생각이 계속 들 것 같습니다. 아직은 관대함이 부족한 이런 모습을 앞으로 잘 다듬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나만 달라?
롭 비덜프 지음, 신지호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알록달록한 모자를 쓰고 멋진 목도리를 두른 강아지가 있네요.

까맣게 입은 강아지들과 다른 모습이에요.

자신의 모습이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는 듯한 그림인 것 같아요.

 

 

강아지들이 바쁘게 오고 가고 있어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바쁘게 일하고 쉬지 않고 움직여요.

이곳에 사는 강아지들은 옷도 비슷하게 입을 뿐 아니라 행동과 말도 비슷하게 하지요.

그런데 똑같이 움직이는 강아지들 틈에 다르게 움직이는 강아지가 있어요.

옷차림이 다른 이 강아지는 모두가 앞만 보고 빨리 걸어가는데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네요.

눈도 지그시 감은 채 음악을 즐기고 있어요.

 

다른 강아지들은 높이 나는데 이 강아지만 낮게 날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 혼자서 다른 식으로 말을 해요.

모두가 바이올린을 켜는데 혼자 기타를 메고 나타나 음악을 함께 연주할 수도 없어요.

목도리를 두른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결국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슬퍼하며 짐을 싸서 마을을 떠납니다.

 

 

여러 계절이 지나는 동안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갈 수 있을 때까지 걸어가서 다다른 곳은

바로 자신과 똑같은 강아지들이 사는 곳이었어요.

자기처럼 행동을 하는, 알록달록한 모자를 쓴 강아지들이 가득한 도로를 보면서 웃음을 지어요.

그런데 이곳에도 혼자만 다른 모습을 한 강아지가 보이네요.

다른 마을에서 온 강아지는 이 강아지에게 다가가 이야기하기 시작해요.

자신도 '외톨이'라며 흰 옷 입은 강아지를 위로하지만 이 강아지는 외톨이가 아니며

다른 강아지들과 모습이 다른 걸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지요.

 

 

목도리 두른 강아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요.

한참 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로 해요.

그새 친구가 된 두 강아지는 다정하게 작별인사를 하지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여행에서 돌아온 '외톨이' 강아지를 모두가 반갑게 맞이해요.

네가 그리웠다고 이야기하는 강아지들은 무엇인가를 느낀 것 같아요.

서로의 다른 모습이 근사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한 마리씩 까만 옷차림을 벗어 던지고 다른 옷을 입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모두가 다른 모습이에요.

자기만의 색깔을 찾은 강아지들이 즐거워 보이네요.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외톨이'는 이제 이 마을에 없답니다.

 

<왜 나만 달라?>는 다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에요.

모두가 같은 옷을 입은 채 똑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생각만 해도 지루하네요.

그런 무미건조한 세상에서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는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지요. 취미도, 취향도 달라요.

그렇게 때문에 말투도, 행동도, 옷차림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책과 함께 들어있는 스티커 놀이북이에요.

그림책 속의 배경에 개성있는 강아지 스티커를 붙이며 놀 수 있어요.

책 내용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약파기
윤형중 지음 / 알마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 몇 개월간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의 부정부패가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매일같이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파헤쳐지는 것을 눈으로 보아야 했지요. 얼마 전 대통령직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고 있습니다. 법이 엄청난 잘못에 대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만큼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얼마 전, 박 전 대통령의 실정에 실망해 있던 차에 기자가 쓴 정치도서인 <공약파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대선공약이 몇 백 장에 달하는 공약집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과 그 실행내용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선거의 실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공약집을 전부 출력해서 틈날 때마다 읽으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예측했는데 현실 정치를 보면서 공약이 얼마나 의미 없는 역할을 하는지를 느꼈다고 합니다.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공약연구를 하는 그는 정치의 중심에 정책을, 선거의 중심에 공약을 두자고 제안합니다. 앞으로 국정농단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바로 정책과 공약을 그 대상으로 삼고 많은 이들이 공약에 관심을 가지기를 촉구합니다.

 

정치인들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걸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요.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휘두를 생각에 몰두하느라 공약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자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지당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당연한 말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권에서는 허무맹랑하게 치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대통령과 정당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모습이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치판을 만든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는 시점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두 대통령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 선택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두 사람의 정책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박, 이 전 대통령의 국민연금, 기업 감세, 비정규직, 부동산, 저 출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약과 실행여부가 자세히 설명된 본문을 보면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제자리에서 멈추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책상머리 정책에 대한 책임은 도대체 누가 져야하는 걸까요.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약을 몇 가지 지키도록 만들면서 이런 이미지를 얻었고 그 점이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정치적인 기반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등에 업고 총선과 대선을 치렀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정책은 만드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한 그의 대선 출마선언문과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이런 어불성설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박근혜-최순실 사태에 가려져 박 전 대통령이 공약을 무참히 파기한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가 내걸었던 각종 공약들이 얼마나 쉽게 수정되고 없었던 것이 되었는지 말입니다.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을 맞으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를 막론하고 공약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권자들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민주주의가 온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와 함께하는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부터 늘 보던 새는 참새였습니다. 집 근처에서 언제든 볼 수 있었는데 작은 몸에 그리 빠르게 날지도 않아 잡아보려고 쫓아다니기도 했었지요. 잡은들 참새를 키울 수도 없었을 텐데 그때는 왜 그리 잡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네요. 참새를 보다가 저 멀리 열을 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들은 V자 형태로 날아가기도 하고 그냥 하늘을 까맣게 덮은 채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저 새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참 궁금했지요.

어릴 때의 궁금함을 떠올리며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10년 동안 만났던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새들도 있고 각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새들도 있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새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새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봄은 새들이 둥지를 새로 단장하느라 바쁜 시기입니다. 숲에 가면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누구보다 나무를 잘 파서 둥지를 근사하게 짓는 딱따구리지만 다른 새들이 이 둥지를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일이 잦아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재주가 너무 뛰어나도 평탄하게 살지는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5월 중순이 되면 텃새와 여름철새의 둥지 쟁탈전이 벌어져 숲이 무척 부산해집니다. 파랑새, 호반새, 꾀꼬리 등이 우리나라의 숲에 찾아와 텃새인 까치나 딱따구리의 둥지를 공격합니다. 둥지를 쉽게 내줄 수는 없으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요. 새들은 이렇게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하고 어린 새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지요.

우리나라 텃새들은 6월 초가 되면 대부분 번식을 끝냅니다. 그 이후로는 장마기간이라 새끼들을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름철새들은 그 기간에만 우리나라에 머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름에 번식을 합니다. 그 중 호랑지빠귀와 꾀꼬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보통 부모 새는 어린 새의 냄새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린 새의 배설물을 물고 멀리 날아가는데 이 두 새는 부모 새가 배설물을 먹어버리거든요. 영양가 있는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자식의 배를 채우고 정작 자신은 어린 새들의 배설물에 남은 영양분으로 허기를 채웁니다. 사람이나 새나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건 똑같은 것 같네요.

한여름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새들은 계곡에서 목욕을 합니다. 차가운 물에서 목욕을 하면 체온을 떨어뜨리고 날개를 깨끗하게 할 수도 있지요. 저자가 만난 지빠귀 종류와 노랑턱멧새, 때까치, 노랑할미새, 어치 등 작은 새들이 물에 젖은 모습이 귀엽습니다.

가을은 여름철새가 우리나라를 떠나고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시기로, 물수리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독수리, 매 등의 맹금류는 곤충, 조류, 포유류 등을 먹이로 삼지만 물수리는 오직 물고기만 먹는 특징이 있어요.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은 물 위에 떠있는 물고기만을 잡지만 물수리는 수심 1m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목표한 먹이를 잡는 물수리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11월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물수리는 더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몇 달을 지낸 곳을 떠나 또다시 멀리 떠나는 모습이 힘차 보이기도 하고 고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겨울은 겨울철새들의 계절입니다. 오리, 기러기, 두루미 종류, 맹금류와 산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지요. 장거리를 이동하는 겨울철새는 보통 V자 모양이나 W자 모양의 대열을 이루는데 기러기 종류와 두루미 종류, 고니 종류가 편대비행을 잘 활용합니다. 이들의 V자 대형을 보면서 우두머리가 참 잘 이끌고 간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보니 선두를 지키는 새는 한 마리가 아니더군요. 힘들고 위험한 선두 자리는 몇 마리가 번갈아가며 지키고 늙은 새나 어린 새를 중간에 배치하는 배려심을 발휘합니다. 먼 거리를 날다보면 힘들기 마련인데 각자가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철저하게 민주적이라는 새무리를 보니 저 세계에서는 인간세상처럼 불협화음이 많지 않겠구나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새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텃새와 철새의 삶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새를 보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산에 가게 되면 나무 위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다양한 새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팔색조, 긴꼬리딱새, 황새, 두루미, 물수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깨끗한 환경을 가꾸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느린 책
에이프릴 풀리 세이어 지음, 켈리 머피 그림, 민지현 옮김 / 그린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노란색 표지에 나무늘보와 달팽이, 거북이가 보입니다. 숨 막히게 느린 동물들이네요. 왠지 숨을 멈추고 다음 동작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표지를 보니 알 것 같네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책>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천천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에는 639년이 걸리는 오르간 연주와 500년이 걸려 완성된 성당이 나옵니다. 150년 된 선인장, 5천 된 나무, 6백 만년에 걸쳐 만들어진 그랜드 캐니언도 볼 수 있지요.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연과 사람의 몸, 예술과 일상, 우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대상에 대해 느리게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는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리다는 것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대상들이 거쳐 온 시간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짚어주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과학현상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서술해 놓아 아이들이 흥미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을 끓일 때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오늘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고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느려 지겹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자 다르게 느끼는 시간을 곤충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동물들은 몸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정도를 다르게 느낀다고 합니다. 하루살이에게는 1분이 아주 긴 시간이 되는 것이죠. 사람의 1분이 하루살이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다 가는 하루살이를 더 이상 불쌍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는 전설이 있지요. 전설과는 달리 10년에서 25년 사이에 꽃이 피기도 해요. 2014년에 80년 된 용설란이 있었다는 글을 보니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기도 하나 봅니다. 꽃이 핀 뒤에는 용설란은 죽고 맙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용설란. 가장 찬란한 순간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한 번의 순간을 위해 몇 십 년을 기다렸다는 점이 슬프기도 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드디어 멋진 작품을 만든 소설가나 예술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관심가는 대상을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눈이 휙휙 돌아가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 살고 있지요. 음식을 주문하면 10분 안에 나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답문이 옵니다. 문제는 음식이 늦게 나오면 화를 내고 메시지를 보낸 지 1분도 안 되어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본다는 것이지요.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할수록 이상하게도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되니 성격은 점점 급해집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늘 똑같이 빛나고 있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평온해지거든요. 가끔씩은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지내보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느낌이 좋습니다. 다시 마음이 급해져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게 되더라도 '이 세상의 느린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은 잠시 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