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책
에이프릴 풀리 세이어 지음, 켈리 머피 그림, 민지현 옮김 / 그린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노란색 표지에 나무늘보와 달팽이, 거북이가 보입니다. 숨 막히게 느린 동물들이네요. 왠지 숨을 멈추고 다음 동작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표지를 보니 알 것 같네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책>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천천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에는 639년이 걸리는 오르간 연주와 500년이 걸려 완성된 성당이 나옵니다. 150년 된 선인장, 5천 된 나무, 6백 만년에 걸쳐 만들어진 그랜드 캐니언도 볼 수 있지요.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연과 사람의 몸, 예술과 일상, 우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대상에 대해 느리게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는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리다는 것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대상들이 거쳐 온 시간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짚어주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과학현상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서술해 놓아 아이들이 흥미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을 끓일 때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오늘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고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느려 지겹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자 다르게 느끼는 시간을 곤충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동물들은 몸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정도를 다르게 느낀다고 합니다. 하루살이에게는 1분이 아주 긴 시간이 되는 것이죠. 사람의 1분이 하루살이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다 가는 하루살이를 더 이상 불쌍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는 전설이 있지요. 전설과는 달리 10년에서 25년 사이에 꽃이 피기도 해요. 2014년에 80년 된 용설란이 있었다는 글을 보니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기도 하나 봅니다. 꽃이 핀 뒤에는 용설란은 죽고 맙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용설란. 가장 찬란한 순간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한 번의 순간을 위해 몇 십 년을 기다렸다는 점이 슬프기도 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드디어 멋진 작품을 만든 소설가나 예술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관심가는 대상을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눈이 휙휙 돌아가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 살고 있지요. 음식을 주문하면 10분 안에 나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답문이 옵니다. 문제는 음식이 늦게 나오면 화를 내고 메시지를 보낸 지 1분도 안 되어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본다는 것이지요.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할수록 이상하게도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되니 성격은 점점 급해집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늘 똑같이 빛나고 있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평온해지거든요. 가끔씩은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지내보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느낌이 좋습니다. 다시 마음이 급해져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게 되더라도 '이 세상의 느린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은 잠시 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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