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파기
윤형중 지음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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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개월간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의 부정부패가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매일같이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파헤쳐지는 것을 눈으로 보아야 했지요. 얼마 전 대통령직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고 있습니다. 법이 엄청난 잘못에 대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만큼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얼마 전, 박 전 대통령의 실정에 실망해 있던 차에 기자가 쓴 정치도서인 <공약파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대선공약이 몇 백 장에 달하는 공약집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과 그 실행내용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선거의 실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공약집을 전부 출력해서 틈날 때마다 읽으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예측했는데 현실 정치를 보면서 공약이 얼마나 의미 없는 역할을 하는지를 느꼈다고 합니다.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공약연구를 하는 그는 정치의 중심에 정책을, 선거의 중심에 공약을 두자고 제안합니다. 앞으로 국정농단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바로 정책과 공약을 그 대상으로 삼고 많은 이들이 공약에 관심을 가지기를 촉구합니다.

 

정치인들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걸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요.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휘두를 생각에 몰두하느라 공약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자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지당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당연한 말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권에서는 허무맹랑하게 치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대통령과 정당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모습이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치판을 만든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는 시점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두 대통령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 선택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두 사람의 정책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박, 이 전 대통령의 국민연금, 기업 감세, 비정규직, 부동산, 저 출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약과 실행여부가 자세히 설명된 본문을 보면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제자리에서 멈추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책상머리 정책에 대한 책임은 도대체 누가 져야하는 걸까요.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약을 몇 가지 지키도록 만들면서 이런 이미지를 얻었고 그 점이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정치적인 기반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등에 업고 총선과 대선을 치렀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정책은 만드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한 그의 대선 출마선언문과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이런 어불성설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박근혜-최순실 사태에 가려져 박 전 대통령이 공약을 무참히 파기한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가 내걸었던 각종 공약들이 얼마나 쉽게 수정되고 없었던 것이 되었는지 말입니다.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을 맞으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를 막론하고 공약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권자들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민주주의가 온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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