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스티븐 비스티 그림, 리처드 플라트 글, 최의신 옮김 / 진선아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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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섹션』은 스케치북 정도 크기의 책으로 18가지의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펼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내부 단면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책인 것인데 목차를 보면 이 책에서 담고 있는 18가지가 외적 모습으로 담겨져 있다.

 

18가지에 대한 목록을 보면 성, 천문대, 갤리온, 크루즈선, 잠수함, 탄광, 해저유전, 대성당, 점보제트기, 자동차 공장, 헬리콥터, 오페라하우스, 증기기관차, 지하철역, 트롤 어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우주왕복선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유명 건축물이나 교통기관의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그곳에 들어가야 가능했었는데 이 책은 해당 건축물과 교통기관을 몇 개로 분할해서 내부 곳곳을 보여준다는 점도 의미가 있고 내부의 세부적인 구조나 각 공간이나 장치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기 때문에 기획만큼이나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다.

 

'성'을 예로 들어서 보면 성이라는 건축물의 기본적인 의미에서의 설명을 시작으로 성 안의 모습에 대한 언급도 하고 있으며 마치 케잌을 자르듯이 반으로 잘라 단편 곳곳에서 등장하는, 성 내부에 자리한 무수한 공간과 장치를 자세히 알려주는데 각 공간이나 장치을 지칭하는 이름과 설명, 목적 등을 적어놓고 있다. 또한 성 안에 살던 사람들도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결코 작지 않은 사이즈에 이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도를 높인다. 

 

 

180도로 펼쳤을 때 하나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 대부분이며 몇몇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경우에는 처음 보여지는 두 페이지의 경우에는 외부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좌우로 펼치면 총 4페이지에 걸쳐서 내부를 상세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세밀화 수준의 그림은 영국의 유명 과학그림책 작가인 스티븐 비스티의 작품으로 유명한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분명 유익한 기획이지만 그림의 질이 떨어진다면 기획마저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 자체도 상당히 잘 그려졌다는 점에서 그 소장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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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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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는 그동안『허즈번드 시크릿』과『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라는 두 권의 작품으로 국내 팬들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이다. 제목만큼은 확실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으로 원제인 'Truly Madly Guilty'를 통해서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향해 또다른 이가 절실한 마음으로 유죄라고 말하는 뉘앙스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현재로, 첼리스트이자 친구인 클레멘타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부러 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온 에리카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클레멘타인과 두 달 전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왔지만 막상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리고 클레멘타인이 그 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순간 강연장을 뛰쳐나와 자신의 회계사무실로 향한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강연장에서 운을 띄우는 클레멘타인의 이야기에서 보자면 초겨울, 춥고 음산한 날씨의 두달 전 어느 날 클레멘타인은 이웃과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받았고 이를 초대한 이가 바로 에리카이며 여기에 에리카의 또다른 이웃인 비드라는 남자가 있다.

 

 

비드가 샘과 클레멘타인 가족, 에리카와 올리버 가족을 자신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를 하게 되고 이 초대를 다시 에리카가 클레멘타인에게 하여 모두 이곳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에리카도 클레멘타인도 그때의 초대를 거절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때 그 날 일어난 독자로서는 아직까지 알 수 없는 그 일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 각자의 삶은 그 날 전과 이후로 달라져 버린 것이다.

 

이들에게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자의 기억은 너무나 달라 과연 누구의 말이 진짜일까, 어떤 이야기가 사실일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 날을 회상하면서 점차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은 독자들로 하여금 진실을 추리하게 만든다.

 

도대체 그래서 진실이 뭐냐고 계속 묻고 싶어지는 책이다. 아울러 어딘가 모르게 내용적인 분위기나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마치 전작인『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리안 모리아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제본을 받은 후 정식 도서 출간 후 도서를 제공받아 가제본에 대한 언급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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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뉴스 - 뉴스는 이야기다
SBS 스브스뉴스팀 엮음 / 책읽는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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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뉴스가 TV나 신문이라는 전형적인 매체를 통해서 소식을 전달하던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뉴슬 접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중에서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SBS의『스브스뉴스』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전체적인 내용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이야기도 있고 이미 지나간 예술, 문화, 정치, 사회, 역사 등의 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소재는 상당히 자유로운데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담고 있는 뉴스라는 점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스브스뉴스를 찾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브스뉴스'가 2014년 가을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다시 부장이던 심석태 SBS 보도본부 뉴미디어국장은 스스로도 이러한 콘텐츠가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당시만 해도 스브스뉴스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일 보 후퇴하게 되는데 이때의 실패를 발판 삼아 불과 두어 달 뒤인 2015년 1월 규모가 더욱 커진 형태로 컨테이너 박스 같은 회의실에서 스브스뉴스는 시작하게 된다.

 

젊은 감각과 감수성을 알고자 10명의 대학생 인턴이 포진된 스브스뉴스팀의 서비스는 정식 홈페이지도 만들어지기 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이후 여러 미디어로부터 정규 콘텐츠로 다뤄지는 동시에 경쟁사들의 주목까지 받게 된다.

 

더 나아가 2015년 말에는 다양한 상을 수상함으로써 외부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스브스뉴스팀은 스브스뉴스가 단순히 일회성 브랜드가 아닌 '러브 마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 역시도 그에 대한 일정부분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스브스뉴스를 여러 번 접해본 바 있고 그때마다 한편으로는 EBS에서 방송되는 지식e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없진 않았지만 단순히 정보 제공을 넘어 '뉴스'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중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형태가 단지 아나운서나 기자의 육성을 통한 보도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에서는 뉴스를 정의함에 있어서 각각 교양 · 감동 · 지식이라는 3가지의 키워드를 통해서 그동안 담아낸다. 먼저 '뉴스는 교양이다'에서는 역사소설계의 한 획을 긋고자 했으나 자신과는 애증의 관계였던 추리소설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 무려 125년이나 앞서서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시킨 몽골피에 형제 이야기,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에 가려 그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메리 시콜이라는 간호사의 이야기, 13일의 금요일에 얽힌 속설에 대한 이야기, 역사화의 새 장을 연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뉴스는 감동이다'에서는 우리가 가끔 뉴스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우리 이웃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감동을 전하는 뉴스인 셈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타이타닉 호 침몰과 관련해서 침몰 직전까지 배에 남아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미국 언론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퓰리처상의 창시자인 조지프 퓰리처의 부당함에 맞서 사회적 약자였던 신문팔이 소년들이 투쟁을 통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한 이야기, 1914년 1차 대전 당시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의 기적, 누구보다 강력한 권력을 지녔으나 진정한 충신을 그리워했던 숙종의 고양이 사랑, 퀴리 부부와 버지니아 울프 부부의 사랑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끝으로 '뉴스는 지식이다'에서는 중세시대에는 이발소가 곧 외과였다는 사실, 인간의 위는 뇌에 지배를 받아 배가 불러도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리면 위가 알아서 공간을 준비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 500년 전에 세계 최초로 스파게티 면을 만든 요리사가 바로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실, 어린시절 나역시도 감동적으로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얽힌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한달여 남짓 앞두고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구상나무의 원산지가 바로 한국이라는 놀라운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개중에는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도 있으나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인 뉴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만, 우리가 이 모든 뉴스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교훈만큼은 현재진행형인 우리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스브스뉴스』는 다시금을 일깨워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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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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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매체를 통해서 방송인 노홍철씨가 책방을 개업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사실 해방촌이라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동시에 상당히 독특해 보이는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풍경이 인상적으로 느껴져 가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차에 이렇게 그 이야기를 담아낸 『철든 책방』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한 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서 노홍철씨가 모든 방송을 그만두어야 했던 직전에 만나게 된 매니저와의 인연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속사 없이 활동했던 그가 개인 매니저를 직접 고용하면서 면접을 보고 함께 일하게 된 매니저를 통해서 지금 철든 책방이 자리잡게 된 해방촌을 알게 되는데 싼값의 방을 찾다 해방촌으로 가게 된 매니저는 이후 이곳의 분위기에 푹 빠져 그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어쩌면 그 당시로서는 진짜가 될 줄 몰랐던 도업 이야기며, 가게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후 진짜 하루아침에 일을 쉬게 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다시 그때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아 해방촌 이야기는 이어진다.

 

 

결국 이야기로만 듣던 윗동네 해방촌을 직접 가서 몇 주 동안 해방촌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점차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해방촌이야말로 모든 것이 존재하는데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유로움이 흘러넘치는 곳임을 깨닫게 된다.

 

군대에 있던 시절 무심코 퇴직한 아버지를 모시고 남산도서관을 오가며 보았던 그곳. 막연하게 '아, 이렇게 멋진 남산을 가까이에서 매일 바라보며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도 이다음에 이 동네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해방촌에 대한 첫인상을 가졌었는데 그때의 좋은 추억은 현재로 이어져 그로 하여금 철든 책방이라는 곳을 오픈하게 만든다.

 

먼저 해방촌에 자리한 다양한 가게들을 돌아보며 해방촌아티스트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자신 역시도 그들처럼 기존의 서점과는 달른 독립출판 서점 주인들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책방을 계획하게 되고 차근차근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해나간다.

 

 

책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는데 주소를 손에 쥐고도 어디인지 찾기 힘들었던 지금의 철든 책방의 변신 전 모습을 보고 반해 계약을 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루프탑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주변의 풍경에서 튀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 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1층 전부 서점으로 2층은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천장, 주방, 마치 외국의 도서관을 연상케하는 큰 테이블과 의자, 텐테이블이 있고 지하에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 워크숍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루프탑의 경우에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해먹도 있으면서 이웃에 시끄럽지 않고 안전을 고려해 공사를 했다.

 

상업적인 목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책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좋아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책방이다. 책을 만만하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이 경험한 즐거움을 느껴 책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탄생한 철든 책방.

 

여러 재미난 요소가 있고 해방촌 아티스트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이웃들과 어울어지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흥미로운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간 활용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한 사람으로서 기회가 된다면 우연인듯 철든 책방을 찾아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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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답게 유일하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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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답게 유일하게』는 진지하게 '나 다운게 뭘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살다보면 나 답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개성이라 표현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념이라 표현될 수도 있는 이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야 하고 때로는 그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증가하는 가운데 아예 이를 포기한 사람들도 생겨나고 이또한 증가되는 추세에서 대학만 가면 다 될 것이란 부푼 기대감으로 고3까지의 생활을 견디지만 막상 현실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이 등장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는 요즘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문득 마주한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주머니 속에 15만원과 분장크림만 믿고서, 어쩌면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떠난 성지순례길과 인도 한 바퀴.

 

 

어디하나 관광의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행지다. 특히 전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걷고 있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개인적으로도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보통 한 달을 넘게 걷는 수 백 km의 길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목적으로 걷는 것일까?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 길의 끝에선 어떤 감회를 느끼게 될지도 궁금해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털다시피 해 남들이 보기엔 사서고생하는 길에 오른다.

 

비행기표까지 구매하고 남은 돈은 가난한 순례자를 표방하고 있다해도 결코 넉넉하지 않은 금액. 매일 수 십 km를 걸으며 때로는 홀로 때로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돈이 바닥날 즈음에 어느 마을의 광장으로 가 준비해온 흰 장갑을 끼고 분장크림으로 얼굴을 칠한 뒤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고 그돈으로 또 며칠의 순례길을 이어간다.

 

순례자들을 위한 저렵한 숙소인 알베르게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때마다 늘 성공적이지 않은 공연을 해가며 결국엔 순례길의 종착역에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한다.

 

아마도 이런 감정과 배움과 깨달음이 지금도 전세계에서, 종교와 관계없이 수 많은 사람들을 순례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저자의 하루하루의 기록이 왠지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이야기에 이어 인도를 여행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여행을 하기엔 순례자의 길만큼이나 힘든 여건의 나라가 인도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인도이기에 가능하고, 인도이기에 볼 수 있는 풍경과 이야기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인도를 손꼽게 하는게 아닐까?

 

의도치 않은 만남과 그로인한 인연은 인생의 또다른 경험과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여기에서도 분장크림은 유용하게 쓰여 이제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스스로 뛰어난 능력은 아니라고 하지만 꼭 돈으로 봉사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자신이 가진 소박한 재능으로 누군가를 즐겁고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살면서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대목이다.

 

여행 중 늘 좋은 일만 있지도 않을테고 늘 나쁜 일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경험이 후자를 상쇄할 수 있기에 결국 여행의 끝엔 결국 자신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두 번의 여행을 끝냈고 이후 인도에서 만났던 소녀가 전한 메시지를 통해서 자전거를 기부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가 공연을 하고 모금을 한다. 우려와는 달리 여름이 되면 전국일주를 하며 사람들의 후원으로 3년이라는 여행을 통해 어린이 자전거 100대를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여행이 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하고 그 발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 저자의 전작을 의미있게 읽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 역시도 참 좋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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