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9 : 세계 환경 회의와 동물 대표 - 스톱! 주문을 외치면 시작되는 동물들의 과학 토크쇼 STOP! 9
김산하 글, 김한민 그림 / 비룡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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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눈에 익은 시리즈였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와서 비룡소의 『STOP! ⑨ 세계 환경 회의와 동물 대표』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문고판 사이즈의 작은 책이려니, 동물 및 환경보호 관련 번역서려니 생각을 했다. 제목도 영어인데다 책 표지의 컬러의 색감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은이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내용을 읽어나갔는데, 한 반쯤 읽으면서도 '외국이라 그런가? 과학동화인데도 역시 악덕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시위가 가능하군. 휴~ 우리 나라는 언제나 이런 분위기가 될는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작가가 궁금해져서 앞 표지를 보니 글, 그림 모두 우리나라 작가인 김산하, 김한민 한 팀의 작품이었던 것!

 

그때부터 나의 관심도와 호감도가 급 상승하기 시작했다.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여 책장을 넘기면서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지니의 특별한 동물사랑과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등의 신비한 능력, 특히 STOP!을 외치면 5분간 무엇이든 얼음 상태가 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는데다 환경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는 선랜드 기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에 동물들을 참여시켜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픔을 증언하도록 하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그리고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니의 능력이 멋지게 발휘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말 못하는 동물들의 애환이 그렇게 구구절절 할 줄은 생각 못했다. 동물원에 가면 신기해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그저 구경하는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해 고생하는 동물들, 인간의 호사스러움을 충족시키려 희생되는 모피털의 주인공인 동물들... 나는 어른이지만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와 환경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이 지내왔다는 것에 적잖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만화도 구성되어 있지만, 동화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다정한 모습의 캐릭터와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여 컬러의 색감을 잘 살린 점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 안에 녹아있는 과학적인 지식이나 사건들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친근하고 흥미진진하게 읽다보면 동물에 대한 지식도 배우게 되고 동물들에게 공감할 수도 있으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다 못 읽은 딸아이는 물론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눠 보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밝힐 것을 밝히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밝혀내야하는 것들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좋은 태도가 아님을 아울러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지니와 박사님의 노력처럼 말이다.

환경파괴, 이제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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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깜장봉지 푸른숲 작은 나무 3
최영희 지음, 김유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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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깜장봉지

최영희 글 / 김유대 그림

푸른 숲 주니어 펴냄​

노란색 바탕에 주인공의 유쾌한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니

액티브한 힘이 슉~ 솓는 것 같지 않나요?^^

깜장봉지가 뭐냐구요?

앞에 '슈퍼'는 안보이시나요?

말 그대로 슈.퍼. 깜.장.봉.지.

슈퍼 영웅이죠!

이름은 석아로. 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자그마한 키에 체구가 작은 아로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어요.

과다호흡증이라는 병인데, 이 병은 숨이 차거나 충격적인 일을 당했을 때

숨을 너무 많이 쉬게 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없는 병이에요.

그럴 땐 바로 비닐을 머리에 쓰고 뱉은 숨을 다시 마셔야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대요.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병은 아니에요.

아로는 왜 그런 병에 걸리게 되었을까요?

아로는 사실 외톨이 아닌 외톨이였어요.

희귀한 병이 있는 걸 친구들이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아로는 병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많아서 함께 모둠활동을 할 때나 체육시간에

행동이 느려서 도움이 되기 보다는 피해가 되는 존재였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은근히 피하는 눈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또 과다호흡증이 생긴 아로는 여느 때처럼 침착하게 체육물품창고에 누워서

검정 봉지를 입에 대고 있었어요.

그때 어떤 음성을 듣게 됩니다.

"벤지요원, 아픈데는 좀 어떤가? 이 빛을 쪼이게.

이 빛이 자네를 초능력 슈퍼 영웅으로 만들어 줄 걸세.

초능력이 생기면 몸도 금방 회복될걸세."

"내 정체가 궁금한가? 나는 이 행성을 도우러 온 엑스라네."

​사실 이 말은 실제 엑스의 말이 아니라 반장 다은이가 뮤지컬 대사 연습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자신이 영웅임을 확인한 아로는 초능력도 초능력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용기'가 생깁니다.

아로네 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골칫덩어리 슈퍼 악당 같은 길기태!

덩치 큰 주먹짱이라 아무도 못 덤비지만, 아로는 용기를 내어 입바른 소리를 합니다.

반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니까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어요.​

용기 있는 아로는 슈퍼 영웅이니까요...​

아.. 그런데 알고보니 기태에게도 아픔이 있어요.

아로네반 아이들이 기태에게 늘 당하듯이 기태는 형에게 매일 구박을 받는다는거죠.

기태도 외로웠던거에요.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이 괴롭힘으로 나타났을 뿐...

아로는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너무나도 보고싶​고 그리워서,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과다호흡증이 생긴거지요.

아빠 캠프가 있던 날, 아로는 지상이에게 아빠 캠프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용기내어 얘기합니다.

그리곤 과다호흡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픈 마음들이 용기 있고 발랄하게 그려진 점이 좋네요.

마치 파이팅을 외치듯이 말이에요.

이 동화를 읽고 제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요.

속상할 땐 속상하다고 얘기하자.

울고 싶을 땐 엉엉 울자.

친구와 놀고 싶을 땐 같이 놀자 말을 하자.​

누군가 너무나 보고싶을 땐 그립다고 말을 하자.

아로처럼 용기를 내자.​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게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 고 신해철님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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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글 한글 - 한글로 보는 역사, 한국사로 보는 한글 상상의집 지식마당 11
남상욱 지음, 서른 그림 / 상상의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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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글 한글 - 상상의집 지식마당 시리즈 11

글 - 남상욱

그림 - 서른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힐 만한 것을 고른다면 많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고르게 될까?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건축물들, 팔만대장경,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판소리 등의 자랑할 만한 많은 유물과 유산들이 있지만 민족의 얼을 담고 있는 한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통의 도구로 생겨나서 점차 사유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학문과 지식, 예술, 문화 등의 많은 부문에서 인간의 고도의 정신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언어인데, 세계 속의 언어인 한글은 그 중에서도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언어로 손꼽히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했다.

 

지은이 남상욱 작가는 <위풍당당 고사성어 자신만만 국어왕>, <개념어휘 한번 알면 평생 국어왕> 등을 쓰신 분으로, 평소 한글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연구를 하셨다고 한다. 작가는 한글의 역사는 곧 한글의 역사라고 얘기 한다. 이 책의 내용인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말과 한자가 사용되던 상황, 한글이 만들어진 배경, 한글이 만들어졌던 과정 등을 읽다 보면 결국 우리의 역사 이야기와 다를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또 향찰, 이두, 구결 등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사용되던 형태의 표기방식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국어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생, 그리고 어른들도 우리 한글에 담긴 역사와 특징을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지만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정착되어 발전하기 까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쳤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 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그 뜻이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따라서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자기의 뜻을 글로 써서 나타내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놓으니,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에서 밝힌 한글 창제의 배경을 설명한 이 글에 세종대왕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이 글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예전과 달리 그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뜻이겠지. 백성들을 생각하고 백성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점을 생각할 때, 세종대왕은 당시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뛰어넘는 대단한 분이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발음기관에서 소리나는 모양을 본떠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들어 모든 소리, 많은 뜻의 단어를 표기할 수 있게 만드셨다는 것은 그분은 진정 덕을 겸비한 천재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지.

 

 

 

 

한글을 만들어 반포하신 후에 백성들은 정말 쉽게 한글을 익히게 된다.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언로가 열리게 된다. 전해져 오던 많은 이야기들이 한글을 만나 읽혀지고, 한글 소설이 생기게 되면서 한글을 배운 백성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글 소설을 빌릴 수 있는 세책방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고 한다. 듣기만 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았을 지 짐작이 간다.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도 보면 백성들만 세책방에 들락날락 했던 게 아니다. 홍길동전이니, 춘향전 등의 재미난 소설은 양반가나 궁에서도 쉬쉬 하면서 읽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후 한글이 조선의 공식언어이 국문으로 채택되고 더욱 활발히 연구하게 되며 조선어 큰사전이 만들어지기 까지,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의 내용이 이야기와 더불어 생생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글의 역사는 곧 한국의 역사라는 작가의 말처럼 한글이 탄생된 배경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기까지의 내용을 통해 한글에 대한 지식과 역사적인 배경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어른들도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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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 제3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비룡소 문학상
윤해연 지음, 김진화 그림 / 비룡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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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연히 작가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보게 되었는데, 윤해연 작가는 71년생 신인작가더라. 적지 않은 나이의 신인 작가인지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 지 무척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다. 『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는 세 편의 단편동화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최근 들어 단편동화집을 종종 접하게 된다. 단편동화는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반면 독자에게 다가오는 메시지나 느낌, 여운 등강한 경우가 많다. 단편동화 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느끼는 바는 그런데... 딸 아이는 읽고 나서 스토리가 짧게 끝나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더라. 뭔가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명작 완역본 같은 긴~~ 책들이 좋다고 한다. 짧은 책은 시시하다나?^^ 딸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 한편으로 '네가 아직 단편의 맛은 잘 모르는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세 편 모두, 문장은 간결하고 담담한데 느낌은 무게감이 있고 여운이 깊이 남는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의 경우 영광이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일상이 담담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그려졌는데, 느끼는 바는 매우 무게감이 있다. 영광이가 낸 떠든 사람 명단을 받아든 선생님의 한숨처럼... 선생님은 다음 당번이 누구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말을 제대로 마치치 못한 채 교실을 나가신다. 반면 반 아이들 전체의 이름을 적었다가 다시 가위표를 친 명단을 제출한 영광이는 선생님이 특별한 말씀 없이 나가시자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덜고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그 아이의 말처럼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반 아이들을 '규제'해야하는 선생님의 입장과 고민끝에 반 아이들 모두를 적었다 지운 순수하디 순수한 동심이 마주친 것. 나는 그 순간 잠시 동안의 멍해짐을 느꼈다.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내가 던진 돌』에서 봉구는 이제 곧 동생이 생긴다. 엄마는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가셨다. 내심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해 시샘하는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언짢은 상태에서 무심코 던진 돌에 새가 맞았다. 새는 날갯짓을 해보지만 이내 날개를 축 늘어뜨린채 바위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봉구는 일부러 던진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던진 돌에 새가 죽었다는 자책감에 몹시 괴로워한다. 어쩌면 봉구가 던진 돌에는 동생을 시샘하는 마음이 실려있지 않았을까? 새의 죽음과 맞물려 동생 봉희가 태어난다. 봉희를 보는 순간 봉구의 마음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만감이 교차한다.

 

 

 

아빠가 내 손을 잡아서 봉희 손에 쥐어 주었다. 봉희는 내 검지를 꽉 쥐었다. 손가락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따뜻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이 순간 봉구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죽어있는 새를 앞으로 절대로 보지 않겠다고 했던 봉구는 종이상자와 예쁜 색종이, 풀, 그리고 땅을 파기에 딱 좋은 나뭇가지를 주워 새를 묻어주러 간다. 달려가는 그 발걸음은 이제 한결 가벼워보인다. 영화의 카메오 처럼 등장한 봉구네 중국집 배달부 형과의 대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아픔'을 그리 무겁지 않은 어조로 얘기하는 형의 얘기는 봉구의 마음에 어떤 실마리를 준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아파. 그리고 살면서도 아픈 일들을 많이 겪지. 그러면서 인생이 아프다는 걸 깨닫는 거라고. 너도 즐거운 건 금방 잊어먹는데 아픈 건 잘도 기억하지? 그게 다 죽을 때를 위해서야. 연습을 해야 죽을 때 엄처 아파도 견딜 수 있거든. 결국 인생 자체가 아픔이지! 알겠냐?"​

 

 

 

 

『구두장이 할아버지』역시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그로 인한 상처와 치유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할아버지의 구둣방에 가려고 하운이와 지운이가 나섰다가운이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사이 지운이가 사고를 당해 죽게되었다. 하운이 역시 봉구처럼 어린 마음에 엄청난 자책감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그 일로 인해 엄마, 아빠, 할아버지는 갈등의 연속이다. 구둣방이 철거되기 직전에 할아버지는 헌 구두를 주워다가 깨끗하게 수선을 한다. 그리고 촛불을 켰더니, 죽은 영혼의 그림자들이 모여들어 한 명씩 신발을 신고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자가 남았는데 바로 지운이 그림자다. 할아버지는 작고 귀여운 파란 운동화를 신겨서 지운이를 보낸다. 그동안 자기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마음이 꼭꼭 닫혀있던 하운이는 울면서 입을 연다. "지운아, 미안해.... 미안해....."하며.

죽은 영혼의 그림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조금은 놀랐다. 스토리 전개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4학년 정도는 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생각났다. 어디에 대고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놓을 데가 없었던 장재열이 가상의 어린 자신을 만들어 환상과 환청을 겪는 이야기. 여기서는 여자친구인 지해수가 그 아이에게 신겨주라고 운동화를 사준다. 굉장히 따뜻함이 느껴졌던 드라마였는데... 어른이나 아이나 '압박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끼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압박되지 않도록 유지하여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 신체의 건강과 더불어 보살펴줘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는 또 부모이기에 아이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펴줘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잘 돼야하는데... 하는 생각까지. 내 주위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읽을 때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더 느낌이 새롭다. 아이들에게 늘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만 읽힐 수는 없는 일. 때로는 삶과 죽음의 존재에 대한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감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수상작인 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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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가족 - 2011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푸른숲 생각 나무 1
알렉산드라 막사이너 지음, 앙케 쿨 그림, 김완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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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은, 그 내용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나, 느낌, 감정 등을 '잠깐 멈춤'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 주고, 그냥 지나쳤던 그 부분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듯. 아이들을 위한 책을 읽을 때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서 책 읽는 즐거움과 반가움?을 느끼게 해주곤 한다.

독일에서 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제목처럼 세상의 모든 가족의 형태와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설명해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 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부모와 자녀 중심으로, 혹은 조부모님도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이외의 가족의 형태는 우리의 관념 속에 가족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어떤 틀 안에서 사고하는게 익숙하다. 그러나 이 책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가족의 다양함에 대한 설명처럼 현재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는가?

 

 

 

 

 

이 책을 읽다보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경우 이혼을 한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고 해야할까? 이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복잡한 가족관계가 생길 수 있음도 자세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이러게 다양한 구성원이 가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패치워크 가족'이라고 설명해준다.

이혼한 남녀가 재혼을 할 때, 각자의 자녀들이 만나 형제자매가 되고, 재혼 부모가 아이를 낳게 되면 그들과도 형제자매가 된다.​ 생각보다 복잡한 이런 관계를 선입견을 배재한 채 가족이라는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으며 따뜻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틀에 박힌 인식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주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나와 다른 모습을 '다르다'가 아닌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본능적으로.. 그리고 일부러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 같은 것을 만들고 그들을 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모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사랑하고 바르게 양육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조금 더 넓게 보면, 사실 내 아이는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고 조금 더 먼 미래에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렇기에 내 아이만 잘 되고 행복한 것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잘 소통하며 살아 간다면 사실 더 바랄 것은 없지 않은가. 엄마아빠가 헤어지는 슬픈 일을 겪은 자녀들이 이런 패치워크 가족이라는 의미 가운데 있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라면, 아픈 기억이 비뚤어진 마음이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많은 부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입양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아이를 낳지 않은 가족, 혈연관계가 아닌 친구나 반려동물과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해준다.

 

 

 

 

 

가족들의 사는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설명해준다. 여기서도 서로의 모습에서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작가의 폭 넓고 열린 생각이 반영되어있다.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더 타인,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푸른숲 생각나무 시리즈의 첫번 째 책인 『 세상의 모든 가족 』은 이야기 구조의 스토리 전개 보다는 사실적인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카툰 풍의 그림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재미있는 느낌을 준다. 푸른숲 생각나무는 통합적인 사고의 틀을 키워주는 지식교양 시리즈로, 초등 3학년~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보기에 좋다. 판형이 크고 그림의 비중이 높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소중한 나와 가족들의 존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권말 부록.

읽은 내용을 토대로 우리 가족만의 특징들을 재미있게 정리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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