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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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대는 헤이안 시대와  이 시기의 경성이다. 신여성이 등장하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아찔한 시대의 경성. 아, 살아보고 싶다. 그 혼돈기 속에서는 무얼 해도 특이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인가보다 하고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시대의 깜짝 놀랄만한 신여성으로 살아보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인데, 경성은 알면 알수록 재미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담배피는 이의 스모가 치마입니다

 

라는 문장을 들으면 무슨 말인가 머리를 갸웃갸웃 거리게 될 것이다. 요즘 애들이 쓰는 신조어 인가 싶지만 사실 이는 광고문이라고 한다. 스모는 흡연자, 치마는 치약이니 치약광고인 셈인데,문장 하나만으로도 참 재미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친구 여럿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한 명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 중 최초로 철도를 타 본이가 일본에 수신사로 건너가 타본 김기수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고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11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던 내용은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어선지 우리 문화재의 수호자라는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한 페이지였는데, 그가 해온 업적들이 어마어마한데 왜 드라마나 기타 공헌 장을 통해 그의 이름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파 방정환 선생처럼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알고 감사할 수 있도록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한쪽에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인이 있었다면 다른 한 쪽에서는 전재산을 털어 문화재를 개인적으로 수복해온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전형필 선생이다. 조선에 딱 47명 밖에 없었다던 백만 장자 중 상위 클래스였던 그는 24살에 부친의 죽음으로 6천 억원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모던보이]의 보이처럼 여자에 탕진하지도 않았고 일신의 영광을 위해 받치지도 않았다.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이나 드라마 속에서 실컷 보아왔던 [월하정인],[쌍검대무]등의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첩을 되사왔고 고려시대의 탑인 괴상사리석조부도를 지켜내기도 했다. 물론 그의 재산은 점점 줄어갔지만 그로 인해 후세의 우리는 선조들의 문화재를 우리땅에서 볼 수 있는 영광을 하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도자기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더 많은 금액을 주고 되사겠다는 일본인의 거래를 호기롭게 퉁 쳐버린 일화 또한 재미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게 지켜진 문화재는 훈민정은 해례본이었으니, 모 드라마에서는 해례본이 따로 없고 송이라는 궁인이 바로 해례본이다! 했지만 해례본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고 간송에 의해 지켜질 수 있었다.

 

그가 해온 어마어마한 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세상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고 가장 감사했던 부분이었다. 다만 그가 문화재를 되찾기 전에 되살수 있었던 몽유도원도에 대한 아쉬움은 마음 한 켠에 남으니...이 시절에 백만장자로 태어나 문화재에 뜻을 둔 귀인이 열만 있었어도 우리는 100년 이래 새로운 문화재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뒤엎고 장인시대를 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아쉽다.

 

경성. 재미나면서도 아쉬움을 가득 담게 만든 사건, 사고가 가득한 책이라 삶이 지루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읽기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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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6-0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시대같은 거죠. '일제시대'였다는 부분을 빼고 생각하면 일본의 jazz나 다이쇼시대처럼 '경성'이라는, 뭔가 20세기 초엽의 문화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마법사의도시 2012-06-02 15:56   좋아요 0 | URL
뭔가 멋지면서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시대인 것 같아요. 경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