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코리아 갓 탤런트의 지역예선을 보던 중 두 귀를 의심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3살때 고아원에 들어가 5살부터 혼자 살아왔다는 한 젊은이가 부르는 노래가 선물한 감동의 깊이 때문에 눈물이 절로 터져나왔다. 정작 그는 담담했는데,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두 눈은 고장난 것처럼 터져버렸다. 주르륵.

꿈은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인생에게도 무언가 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가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역시 그런 작품이었다. 공부도 잘하는 그들이 야구도 잘했다는 식의 잘난척 스토리도 아니고 공부만 잘하는 그들이 야구를 잘하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외인구단형 스토리 라인도 아니었다.

야구를 좋아해서 뭉쳤던 예전 멤버들이 각자의 삶에 타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다가 그들 중 유일하게 모든 것을 접고 꿈을 위해 살았던 한 남자의 삶에 감동받는 이야기다.

화자이자 주인공은 예전 서울대 야구부의 멤버였던 35세 지웅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10억짜리 집을 나와 월세 70에서 버티며 글을 쓰는 그는 인생이 급 우울해진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가 있었다. 실직에 여자에 남다른 고집까지...이혼사유 3종세트가 골고루 갖추어진 남자 재영에게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꾸리는 일도 뒤로한 채 2군 야구선수로 살아가는 태성의 삶은 현실성이 없는 한심한 인사의 삶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1군처럼 관람료를 내고 보는 경기의 주인공도 아니었고 100만원의 월급으로 자기 자신의 몸하나도 추스리기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마지막 라운드에 오른 태성을 향한 사람들의 응원은 재영을 감동받게 만들었다. 1군 평균 관중수는 1400명, 2군 경기는 10명이라는 책 속 통계는 가히 우리 국민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맞나? 의심하게 만드는 수치이기도 했다.

사실 야구에 관심이 없이 살아와서인지 야구장에 한 번도 간 일이 없고, 야구 경기를 제대로 본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빼놓고서도 이야기는 충분히 인간적이며 매력적이어서 계속 읽게 만들었다. 14년간이나 한 남자를 기다려온 여자와 자신의 가난한 삶에 그녀를 끼워맞추기 싫어 외면해왔지만 미안했던 남자의 순정이 담겨 있고, 어제는 실수투성이였지만 오늘은 무언가 제자리찾기를 하기 위해 한 걸음떼기를 시작한 남자의 첫 발걸음이 담겨 있는 소설이 바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어서 야구를 몰라도 읽기엔 부담이 없는 것이 사싱이었다.

서울대를 졸업했든 서울대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든지 간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 꿈이 미래를 향한 것이든, 당장 내일 이루어지길 원하는 기적이든 간에. 나는 그 중 몇몇 사람들이 꿈꾸던 내일을 구경했다. 다만 그들이 한 때 서울대 출신이며, 야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 그들과 우리는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질적이지 않고 동질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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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t 2011-07-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참견: 주인공 이름인 지웅이 아닌가요^^

마법사의도시 2011-07-13 03:5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지웅이었는데 오타났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