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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ㅣ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평점 :
자신 스스로 소셜 디자이너라는 희망연구소 박원순 소장은 우리에게 기부문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를 거쳤고, 21세기 신실학운동을 주창하면서 희망연구소 설립에 앞장서 왔고, 지금은 지역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일에 주력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해답을 구하고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책은 위기에 놓인 공교육에 대한 대안을 찾아나선 박원순 소장이 발품으로 찾아 조사한 내용을 알리는 일종의 보고서다. 흔히들 공교육이 위기라고 하지만 선듯 이에 대한 대안에 찾아나서는 이는 드물다. 이미 고착화 된 교육제도의 틀이 너무나 완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가 현실에 무릅을 꿇고 만다.
박원순 소장은 대안학교, 작은 학교, 아동 청소년 교육 공동체, 그리고 새로운 교육 모델 등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음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책을 통해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교육 민주화이다. 교사들과 교장선생님만이 결정하는 학사과정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여 논의하고 결정하고 집행해 나가는 구조. 그래서 책에서 소개하는 학교에는 대부분 교과서가 없다. 대신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서 공부한다. 그리고 현장 수업의 비중이 높아 교실 안에서 보다는 교실 밖 현장교육을 통해 공동체문화와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아마 아이들 교육이 가장 선진화 된 곳이라면 나는 서슴없이 유대인을 든다. 아이가 자기 전에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를 돌아보면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대부분 유대인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부모들은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의 특성을 살려주려는 생각보다는 남들보다 성적이 뛰어나야 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 대학생, 고등학생 이렇게 아들 둘을 키우는 학부모로 이런 생각을 배제하지는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느낀 것은 이러한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안학교를 통해 서로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교육이 변하고 있는가 하면, 공교육 안에서도 '작은학교교육연대'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실험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청소년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시도하는 곳도 있고, 작은 도서관, 평생교육 등과 같이 새로운 교육 모델을 찾는 곳도 있다.
박원순 소장은 이 곳들을 통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않는 지식이나 재미, 정보 등을 지역사회가 채워주고, 이를 통해 지역도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래서 대안학교나 작은 학교의 부족한 부분을 지역에서 찾고, 지역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윈윈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세운다. 벌써 기본적으로 성공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책에서 밝힌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대안을 찾아서 선각자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의 교육제도가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교장공모제와 교원의 인사제도, 그리고 폐교가 만들어지면 인센티브를 주는 한심한 제도들. 지나치리만큼 노동부분의 유연화를 강조하는 정부가 어째서 교육정책이나 학교문화는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지 반문하고 싶어진다.
청소년 교육문화공동체 '청춘'을 소개하는 글중에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협박하며 하는 말이 "네가 지금 하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라는 것이다.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사실상 기존의 틀을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춘'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후회하더라도 가 보자고,. 분명 후회할 텐데 그대로 가 보자고. 자신의 삶을 후회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은 어차피 후회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자기가 선택한 삶을 후회하는 게 선택하지도 않은, 강요받은 삶을 후회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길 아니겠는가.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