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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레젠테이션 슈퍼히어로 - 스크립트 구성부터 청중을 사로잡는 제스처까지 초보도 네이티브처럼 프레젠테이션하는 기술
론 카훈.클라라 강 지음 / 라온북 / 2018년 2월
평점 :
대학교에 다니는 내내 발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역할을 분담할 때면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적극적인 누군가가 발표를 맡길 기다리거나,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대방한테 떠넘기며 어떻게든 피하려고 들었다. 운명이 발표로 이끌 때면 첫 인사부터 시작해 마무리 멘트까지 모두 적은 발표문을 만들어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하지만 발표 당일엔 어김없이 내 머리 속 지우개의 존재를 확인하고 암담한 심정이 되었다. 눈치를 보며 발표문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읽으려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라는 내 발표역사를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각설하고 ‘발표’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을 꺼려한다. 학생만이 아니라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서기를 기다리거나 적극적으로 떠넘기려는 사람, 수없이 보고 또 들었다. 그 이유야 제각각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발표 시작 전부터 끝나고 나서까지 심적으로 괴로워한다. 피하려고 애를 쓰고, 수없이 연습하고, 청심환을 먹은 뒤 발표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괴로움에 발표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잉글리시 프레젠테이션 슈퍼히어로>는 이렇게 발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매우 유용한 처방전이다. 마인드컨트롤에서 스킬까지, 발표를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 것을 시작으로 발표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발표의 A to Z를 세세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발표의 대가 프레젠테이션 코치인 만큼, 그 설명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것은 물론 각 단계마다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한 눈에 볼 수 있는 표를 적절하게 사용해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적용하기에 아주 수월하다. 책 자체가 본문에 적혀져 있는 대로 청중(독자)의 흥미를 끌고 참여하게 하면서 “청중이 더 나은 사람을 살도록 돕고” “청중이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고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좋은 것은 이 책이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책’이라는 것이다. 공감하고 새겨야할 말들을 메모하다가 다음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 얼마든지 자기 속도에 맞춰 멈춰서 밑줄 긋고 메모할 수 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 감탄하며 밑줄, 지난 발표를 후회하며 밑줄, 그리고 따로 정리할 곳을 찾아 표시하느라 책을 읽는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시원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의 콘텐츠와 스킬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 “영어로 발표할 일? 난 전혀 없어.” “지금까지 살아봤지만 영어로 발표할 일은 전혀 없었어.”라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유용하다. ‘잉글리시’라고 하지만 영어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적인 소통과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정도로 좋은 조언들이 많아 책 제목을 “커뮤니케이션 슈퍼히어로”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 본인의 의지와 행동만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상대가 계속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멋진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프레젠테이션 슈퍼히어로는 발표자 자신의 성장과 청중의 발전을 함께 야기한다. ‘함께 성장하는 일, 함께 성장하게 만드는 사람’을 꿈꾸는 내겐 꼭 되고 싶은 이상향이다. 그만큼 내게 이 책이 매력적이었음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굳이 이런 거창한 목표를 갖지 않더라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거나 청심환보다 좋은 해결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 책의 콘텐츠와 스킬에 홀려 메모하며 읽다보면,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보면 어느새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혹한 당신, 얼른 이 책을 펼쳐보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