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리커버 에디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Snowman SnØmannen, 2007

   작가 - 요 네스뵈







  소설이 인기가 좋으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무척이나 고민이 된다. 소설을 먼저 읽을 것이냐 영상을 먼저 볼 것이냐. 영상화되었다는 건 원작 소설이 훌륭하다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있기에, 영화나 드라마는 아무래도 불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노우 맨 The Snowman, 2017’은 진짜 너무 엉망이었다. 원래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소설도 별로 읽고 싶어지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설이 어땠기에 영화가 이 모양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원작을 쓴 작가가 영화를 만든 감독을 고소하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와, 어떻게 이런 원작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을지 의아하다.



  한 여인이 실종된다.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연쇄 살인범을 상대했던 ‘해리’에게 이상한 편지가 날아온다. 사건을 조사하던 해리는 지난 11년 동안 발생했던 여성들의 실종과 이번 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사건은 몇 년 전에 사라진 부패 경찰과도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원래 추리 소설은 여름에 읽으라고 하지만, 이 책은 겨울에 읽으니 더 매력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눈이 많이 쌓인 오슬로였기에, 간접적으로나마 계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서울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까지 소복이 쌓여서 눈사람 하나 만들어 놓고 그러면 분위기 더 죽여줬을 텐데!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이 왜 나왔을까 의아했던 점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련자들의 관계는 물론이고 사건의 배경, 범인이 피해자를 고른 기준 그리고 동기 같은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인물들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를 보면서는 주먹을 날려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다.



  범인이 겪은 고통이나 부모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그에 따라 증오가 생기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살인을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증오하는 대상에 대한 복수는 이미 끝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결국 그는 사람, 특히 여자들을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를 처단한다는 게 그의 정의인데,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륜은 혼자 저지르나? 책에서 불륜을 저지른 여자는 다 살해당했지만, 불륜을 저지른 남자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지? 하긴 어긋난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미친놈의 정신 상태를 정상인인 내가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겠지. 그냥 자기 위치에서 제일 접근하기 쉽도 제압하기 쉬웠으니 그런 거겠지.



  책에는 독자를 위한 온갖 함정과 미끼로 가득했다. 범인이라 여겨지는 인물도 여러 명이었고, 끝까지 의심이 가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후반부까지 누구인지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리와 그의 전 여자 친구의 관계가 내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빼고는, 책은 괜찮았다. 두께를 보고 놀랐는데, 읽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나저나 연쇄 살인범이 눈사람으로 되살아나는 영화 ‘잭 프로스트 Jack Frost, 1997’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두 작품 때문에 어쩐지 눈사람이 예전과 달리 미심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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